그림육아일기

회사에는 프로젝트가 쌓여있고, 한 달 후에는 장기 휴가도 계획하고 있어서 매니저에게 허락받는 즉시 비행기 표도 사야 하고,.. 이래저래 눈치 보이는 상황에서 갑자기뽁이를 봐 줄 사람이 없어서 회사를 하루 빠지게 됐다. 결근으로 인해 데드라인이 임박한 중요한 프로젝트의 미팅도 펑크를 내어서 집에서 이메일을 체크하며 무거운 마음에 한숨을 푹 쉬고 있는데 혼자 잘 놀고 있던 뽁이가 갑자기 얼굴을 쓱 내밀며 내 표정을 살폈다. 뽁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씩 웃어 보였는데 착잡한 내 마음이 다 가려지지 않았는지 싱글 생글 웃던 뽁이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문을 꼭 닫고 앉으라며 방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진지한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미소를 지으며 뽁이가 지정해준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장난감 아이스크림 카트를 내 옆으로 가지고 왔다. 인심 쓰듯 크게 아이스크림 두 숟갈을 떠서는 내 손에쥐여주고는 먹으라며 입으로 밀길래 ‘앙’ 하며 먹는 시늉을 했더니 뿌듯한 표정으로 자기도 손에 쥔 아이스크림을 ‘앙’ 먹는 시늉을 한다. 장난감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달콤한지는 오늘 처음 알았다! 진짜보다더 달콤한 뽁이의 아이스크림을 다시 한번 머리와 가슴으로 음미하며 잠시나마 세상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함께 깔깔 웃었다. ‘언젠가 네가 자라서 세상의 무게로 힘들어하는 시간이 올 때면 엄마도 너의 그 사랑스러운 얼굴에 밝고 맑은 미소를 띠게 해주고 싶구나. 우리 뽁이 정말 고맙고 사랑해!’ 오늘따라 김동률의 ‘내사람’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머릿속을 맴돈다. ‘지친 하루에 숨이 턱 막혀올 때 한 사람은 내 옆에 있다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어서 그냥 씩 웃고 말아도 되는 참 편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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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육아일기

워킹맘에게 휴가란 또 다른 일의 연장선이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치이고 데이라인에 쫓기며 받았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잠시 탈피하는 순간 육아라는 육체적인 노동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왕에 해야 하는 노동이라면 잠시 일상을 벗어나 머리도 식히고 뽁이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무작정 마이매미 비치로 떠났다.  엄마의 품 속같이 따스하고 온화한 날씨와 순수해 보이는 푸르른 물결이 두 팔을 벌려 반겨주는 플로리다도 새로운 사람과 장소를 낯설어 하는 뽁이에게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모래사장에서 발이 모래에 닿지 않게 하려고 엄마 품에 안겨 버둥거리고, 수영장에 들어가서는 아빠 목을 꽉 잡고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런데 자연의 말없는 친근함에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모래와 물과 베스트 프랜드가 되어 해 질 녘쯤 다가온 헤어짐에 아쉬움을 표했다. 휴가로 인해 무장해제된 전화기 속의 뽀로로와 아스크림은 뽁이로 하여금 연신 “또, 또, 또오오오오”를 연발하게 하는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허리가 저리고 어깨가 굽어지는 등 나의 육체적인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었지만 그동안 직장에 매여있느라 소홀히 했던 ‘엄마’로서의 본분을 되찾고, 매 순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함으로 겹겹이 쌓여있던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날려버릴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 누군가로 인해 지상낙원이 지하 감옥으로 변할 수도 있고, 뜨거운 뙤약볕에 모래로 뒤덮인 사막이 숨통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오아시스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 드나들던 플로리다지만 우리 뽁이의 동행으로 인해 이번 여행이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따스하고 달달한 여정이 되었다. 중독성이 강한 그 달달함 때문에 나의 금쪽같은 휴가는 앞으로도 뽁이에게 ‘반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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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육아일기

“ 아빠가 소현이가 사드린  넥타이 하고 나오신다면서 아침부터 서두르셨어.” 고등학생 때 방학을 맞이하여 잠시 한국에 들어간 나를 공항으로 마중 나오신 아빠는 오래된 넥타이를 매고 계셨다. 초등학생 시절 용돈을 모아 선물로 드렸던, 이미 내 기억에서 희미해져버린 버린 넥타이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셨던 아빠를 보며 순간 울컥했다. 어릴 적, 퇴근하시던 아빠의 손에는 늘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네모난 상자의 밀크캬라멜, 캐릭터 샤프, 필통 등등 값비싼 선물은 아니었어도 매일 우리 삼남매를 생각하시는 아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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