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게 휴가란 또 다른 일의 연장선이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치이고 데이라인에 쫓기며 받았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잠시 탈피하는 순간 육아라는 육체적인 노동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왕에 해야 하는 노동이라면 잠시 일상을 벗어나 머리도 식히고 뽁이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무작정 마이매미 비치로 떠났다. 

엄마의 품 속같이 따스하고 온화한 날씨와 순수해 보이는 푸르른 물결이 두 팔을 벌려 반겨주는 플로리다도 새로운 사람과 장소를 낯설어 하는 뽁이에게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모래사장에서 발이 모래에 닿지 않게 하려고 엄마 품에 안겨 버둥거리고, 수영장에 들어가서는 아빠 목을 꽉 잡고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런데 자연의 말없는 친근함에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모래와 물과 베스트 프랜드가 되어 해 질 녘쯤 다가온 헤어짐에 아쉬움을 표했다. 휴가로 인해 무장해제된 전화기 속의 뽀로로와 아스크림은 뽁이로 하여금 연신 , , 또오오오오를 연발하게 하는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허리가 저리고 어깨가 굽어지는 등 나의 육체적인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었지만 그동안 직장에 매여있느라 소홀히 했던 엄마로서의 본분을 되찾고, 매 순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함으로 겹겹이 쌓여있던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날려버릴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 누군가로 인해 지상낙원이 지하 감옥으로 변할 수도 있고, 뜨거운 뙤약볕에 모래로 뒤덮인 사막이 숨통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오아시스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 드나들던 플로리다지만 우리 뽁이의 동행으로 인해 이번 여행이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따스하고 달달한 여정이 되었다. 중독성이 강한 그 달달함 때문에 나의 금쪽같은 휴가는 앞으로도 뽁이에게 반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