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기반한 성장

가정은 자녀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합니다
Daniel Oh, MD
유년기의 스트레스가 성인이 된 후에도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어린 시절의 환경은 뇌와 신체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고혈압, 당뇨, 면역력 저하 등의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건강한 자녀의 성장을 돕기 위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유년기의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어도 여러 면에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뇌 발달은 두뇌의 피질뿐 아니라 다양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중 뇌하수체는 온갖 호르몬 분비를 관장하는 주요 기관으로 스트레스에 반응합니다. 뇌하수체는 시상하부와 부신과 상호작용하며,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코르티솔(cortisol)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조절 장애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과도한 긴장과 예민함이 장기간 지속되면, 고혈압, 당뇨, 비만 같은 대사증후군, 면역력 저하, 염증 질환 등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뇌의 감정 통제를 관장하는 편도체와 전두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 결과 인지 행동 발달에 교란을 일으켜, 중독에 쉽게 빠지거나, 판단력 저하, 상황 적응력 저하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맥박과 소화 등 모든 장기를 조절하는 교감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무너져 과한 교감 항진 상태가 된다면, 소화불량과 같은 기능적 장애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가정불화 등 불안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내적·외적 어려움을 더 많이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뇌과학적 분석 없이도 많은 분이 체감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아이의 두뇌는 정보 습득 능력이나 운동·감각계 발달 외에도 그 바탕이 건강하게 발달해야 합니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아이라도 외로움을 지나치게 느끼거나 타인 의존성이 강하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인다면, 자기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 사회의 무한 경쟁과 높은 교육열 등의 문화는 쉽게 변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각 가정의 문화는 부모의 의도적인 설계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정 내 대화 문화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가정은 자녀가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야 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자녀가 세상과 부딪히며 힘든 순간을 겪더라도, 부모님만큼은 항상 내 편이라는 믿음을 자녀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따뜻한 대화와 편안한 표정이 가정의 분위기와 문화를 형성해야 합니다. 자녀가 청소년기로 접어들수록 이 미션은 더욱 어려울 수 있지만, 자녀가 비밀을 털어놓을 정도의 관계라면, 이는 신뢰가 쌓였다는 긍정적 신호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전명 FBI’처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암호를 정해 보세요. 아아가 암호를 외친 후 하는 대화는 극비인 것입니다. 특히 아빠는 판단과 잔소리를 내려놓고, 아들과 솔직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눈은 말보다 빠릅니다. 부모의 미묘한 표정에서도 자녀는 많은 것을 읽어내기 때문에, 자녀와 대화 전 표정 관리는 필수입니다. 훈계의 무게는 표정과 언성에 비례할 필요는 없습니다. 화난 부모에게 반응하는 자녀가 아닌, 선택의 무게에 집중할 수 있는 자녀가 되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장 자녀의 성적이나 성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이를 지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든 자녀가 다시 일어서고 도전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은 결국 가정에서 생성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불안정한 가정 환경에서는 자녀가 안전과 친밀함을 찾기 어려워지며, 이로 인해 고등적인 뇌 활동에 집중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쪽이 자녀가 경계선을 인지하지 못하고 마치 ‘왕’처럼 성장하게 되면, 성인이 되어 세상에 홀로 나아갔을 때 그 실망감과 불안함을 경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육아에서 선과 규칙을 세우고 지키는 과정에서 감정적 요소는 최대한 배제해야 합니다. 부모가 언성을 높이지 않고, 눈으로 압박감을 주지 않더라도, 함께 정한 가정 내 규칙은 일관되게 지켜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그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자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국 우리가 사랑해야 할 존재이며, 그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사회에서는 질서를 지키고, 언젠가는 희생을 통해 사랑하는 가정을 이루어야 할 개별적 존재입니다. 건강한 대화가 건강한 가정을, 그리고 건강한 가정이 건강한 뇌 발달을 돕습니다.
Written By
Daniel Oh, MD
Vascular Neurologist, Kaiser Permanente
Chief Operating Officer, Gifted Youth Advisors, LLC
giftedyouthadvisor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