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잔 위에 피어오른다

와인을 닮은 사람들, 바다, 햇살 그리고 롱아일랜드
글_더 앰 매거진 편집부
“도시는 여전히 바쁘지만, 봄은 와이너리에서 먼저 시작된다.”
뉴욕에서 단 두 시간, 사람들의 속도는 잠시 느려지고, 바람은 은은한 향기를 실어 나르며, 한 잔의 와인이 계절의 목소리를 전해준다. 이곳이 바로, 롱아일랜드다.
Ch 1. Bedell Cellars – 한 병의 와인이 한 점의 작품이 되는 곳(Cutchogue, NY)
Cutchogue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고요함이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곧 감각의 각성으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 ‘Bedell Cellars(베델 셀러즈)’가 있다. 포도밭을 가로지르는 바람, 잔잔한 와인 잔 위로 떨어지는 석양빛, 입구에서 마주하는 이곳의 첫인상은 한 병의 와인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각인된다.
“우리는 와인을 예술의 연장선으로 봅니다.” – Rich Olsen-Harbich, Chief Winemaker.
실제로 이곳의 라벨은 현대 미술의 거장인 Cindy Sherman과 Eric Fischl 등이 직접 디자인했으며, 뉴욕 MoMA에 전시된 와인이 바로 여기서 탄생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FUN Fact
-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은 생일 파티를 이곳에서 비공개로 치른 바 있으며, 팬들은 그녀가 ‘Musée’ 와인을 선택했을 거로 추측한다.
- 매년 출시되는 한정판 라벨은 일부 컬렉터 사이에서 경매가 이뤄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DO it
- 포도밭 한가운데 설치된 야외 데크에서 즐기는 라이브, ‘Sunset Jazz & Wine’
- 예술 라벨 시리즈 와인을 코스로 시음하는 투어인 ‘Museum Tasting’
Ch 2. Paumanok Vineyards – 진짜를 고집하는 가족의 손으로 빗는 와인(Aquebogue, NY)
이 순간에도 햇살은 와인 잔 위로 반짝이고, 한 가족의 손길은 포도밭을 어루만진다. Paumanok는 롱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운영 와이너리 중 하나로, 이름은 롱아일랜드 원주민 언어에서 유래했다. 이곳의 와인은 매년 세계 유수의 와인 품평회에서 수상하며 그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스스로를 과장하는 법이 없다.
“우리 와인은 시끄럽지 않아요. 다만 깊죠.” – Kareem Massoud, 2세대 와인 메이커.
기계 없이 손으로만 수확하는 방식, 병입 과정조차 수공예의 정성으로 완성하는 이곳은 진짜 와이너리의 면모를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드문 품종인 슈냉 블랑(Chenin Blanc)이 대표 인기 품목이다.
Pairing Tip
- 슈냉 블랑은 레몬 제스트를 곁들인 그릭 스타일 연어 샐러드와 찰떡궁합
- 현지 로컬 농장에서 공수하여 뒷마당에서 판매하는 치즈 보드는 이곳의 숨은 보석
SNS Spot
- 오래된 벽돌 창고 건물 앞에서 셀카를 찍으면 완벽한 ‘빈티지 와이너리 감성’ 완성
- 리브 타일러(Liv Tyler)가 과거 연인과 조용히 다녀갔다는 후문.
Ch 3. Kontokosta Winery – 수평선과 포도밭 사이에서 한 잔(Greenport, NY)
언덕을 넘자, 눈앞을 가득 채운 건 대서양의 수평선. 바다 절벽 위 포도밭 한가운데 자리한 Kontokosta Winery(콘토코스타 와이너리)는 그 자체로 절경이다. 현대적인 건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바다를 배경으로 둔 루프탑 테이스팅 공간은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 10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풍을 맞은 포도는 깊은 미네랄의 언어를 배워요.” – Michael Kontokosta, 소유주.
Viognier는 이곳의 대표 품종으로, 향긋한 과일 향과 은은한 바닐라의 부드러움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거기에 해풍과 백악질 토양이 만나, 짭조름하면서도 싱그러운 뉘앙스가 인상적인 와인이다.
FUN Fact
- 에바 멘데스(Eva Mendes)와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이 조용히 다녀간 장소로도 유명
- 샵에서 판매되는 ‘바다와 함께 마시는 와인 세트’ 3종 컬렉션이 베스트셀러
PHOTO Spot
- 루프탑 바다 뷰 테이블(로제 한 잔과 해 질 무렵의 마법이 만드는 인생샷 가능)
- 절벽 가장자리의 포도밭 – “해풍과 함께 걷는 테루아” 감성 샷 연출 가능
Ch 4. Wölffer Estate – 로제 한 병에 담긴 햄튼의 삶(Sagaponack, NY)
럭셔리와 여유가 함께 머무는 곳. 햄튼(Hampton)의 대표 와이너리, Wölffer Estate(볼퍼 에스테이트)는 와인 산지를 넘어 패션, 음악, 요가가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리조트에 가깝다.
“로제는 그냥 와인이 아니에요. 하나의 시즌이죠.” – Joey Wölffer, 공동 대표이자 디자이너. 이곳은 전 세계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SNS에 올리는 그 병, 바로 ‘Summer in a Bottle’, 로제의 탄생지다.
FUN Fact
-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여름마다 즐긴다고 언급해 ‘테일러 로제’로 불린 적도 있음
- 매년 5월 말, ‘Rosé season 오프닝 파티’는 초청받은 셀럽만 입장 가능
DO it
- 와이너리 요가 세션 후 제공되는 로제-페어링 브런치는 기대 이상의 ‘건강하고 우아한 경험’
- 금요일마다 열리는 뮤직 라운드 재즈 공연은 햇살과 와인 그리고 기타 선율의 황홀한 공존
SNS Photo Spot
- 정원 중앙의 분홍색 장미 아치 아래에서 셀카, 해시태그는 #WölfferMood
- 로제 잔 플러스 햄튼 포도밭 전경 조합은 리그램 보장 컷
에필로그 – 와인을 따라, 봄이 말을 건다
롱아일랜드의 와이너리는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계절의 속도를 천천히 늦추고, 한 병의 와인 속에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을 담아내는 곳이다. 그리고 4월의 롱아일랜드는, 그 어느 때보다 맛있고, 감각적이며,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봄을 선물해줄 수 있는 여행지다. 올봄, 도심을 잠시 벗어나 단 하루의 완벽한 여행을 꿈꾼다면, 바로 이곳, 롱아일랜드가 당신의 봄 나들이의 가장 훌륭한 페어링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