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가 기다린 리더, 의사 감염병 시대의 등대, 의사 고판석을 만나다

글_더 앰 매거진 편집부
믿음과 사명으로 환자를 돌보는 감염내과 전문의, 그의 삶과 철학에 대하여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감염병’이라는 단어를 일상 깊숙이 각인시켰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 바로 감염내과 의사들이다. 더 앰 매거진은 뉴저지 한인 사회에서 15년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감염내과 전문의 고판석(Ko Pan-seok) 원장을 스튜디오에 초대했다. 화학공학도에서 의료 선교의 꿈을 품고 의사가 되기까지, 팬데믹 현장에서의 치열했던 경험과 세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의 따뜻한 모습까지.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Q&A 형식으로 담았다.
The M Magazine: 원장님, 반습니다. 먼저 원장님과 전문 분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고판석 원장: 네, 저는 감염내과 전문의 고판석입니다. 2010년에 펠로우십을 마쳤으니 전문의로 일한 지 15년 차가 되었네요. 2011년에 바로 개원해서 지금까지 개인병원(Private Practice)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피스는 잉글우드 클리프스에 있고, 잉글우드 병원을 포함해 세 곳의 병원에서 입원 환자 진료도 함께 보고 있습니다 .
The M Magazine: 환자들은 주로 한인들인가요?
고판석 원장: 아닙니다. 환자 구성은 매우 다양합니다. 폐렴이나 요로감염(UTI) 같은 일반 감염 질환 외에도 HIV 환자들도 보기 때문에 히스패닉이나 백인 환자들도 많습니다 .
The M Magazine: ‘감염내과’가 다루는 질병의 범위가 상당히 넓은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들을 다루시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고판석 원장: 네, 맞습니다. 범위가 매우 넓죠. 흔히 아시는 폐렴, 요로감염부터 시작해서, 혈액 감염으로 인한 골수염(osteomyelitis), 심장 판막에 세균이 자라는 심내막염(endocarditis) 등도 치료합니다. 더 위중한 경우로는 뇌수막염, 뇌염과 같은 중추신경계 감염이나 척추 감염, 척추 농양(epidural abscess) 등도 다룹니다 . 외래 진료실에서는 주로 당뇨병성 족부 궤양(diabetic foot ulcer) 환자들을 많이 봅니다. 이런 경우 먹는 약으로 잘 낫지 않으면, 하루에 두 번 맞는 주사, 한 번 맞는 주사, 혹은 일주일이나 그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장기 지속 항생제(long-acting antibiotics) 등 다양한 정맥주사(IV)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
The M Magazine: 원래 공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의사, 그중에서도 감염내과 전문의라는 특별한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판석 원장: 저는 원래 화학공학을 전공하던 공대생이었습니다. 그러다 1996년 어바나(Urbana)에서 열린 학생 선교 컨퍼런스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의료 선교사가 되겠다고 하나님께 서원 기도를 드렸습니다 . 그때부터 이 전문 분야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었죠. 특히 뉴욕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을 때 H1N1(신종플루) 환자들을 포함해,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기회감염(opportunistic infections)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 치료 후에 빠르게 호전되는 환자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The M Magazine: 의료 선교의 꿈을 꾸셨을 때, 목회자이신 아버님의 영향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고판석 원장: 네, 아버님께서는 90년대 중반에 한국으로 돌아가셔서 여러 교회를 세우시는 목회를 하고 계십니다 . 그런 환경 덕분인지 제게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해주셨죠. 저도 아버님을 닮아 제 아이들에게 학업적인 압박을 주기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지지하는 편입니다 .
The M Magazine: 세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하신데, 자녀들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고판석 원장: 아들이 셋인데, 각각 16살, 12살입니다. 큰아들은 학교 골프 대표팀(varsity team) 소속으로 상도 많이 받아왔고, 둘째 아들은 축구를 아주 좋아해서 트래블팀(travel team) 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을 좋아해서 코치가 되고 싶다고는 하는데, 의사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아이들을 데리고 의료 선교를 몇 번 다녀왔습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다녀왔는데, 고등학생,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환자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의사의 길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없이 감사하겠죠.
The M Magazine: 아내분과는 어떻게 만나셨나요?
고판석 원장: 레지던트 3년 차 때 아내를 만났고, 펠로우십을 시작하던 2007년에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한국에서 왔고, 저희는 10개월 정도 연애하고 결혼했죠. 제가 서른 초반이었는데, 그때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The M Magazine: 팬데믹 당시 감염내과 전문의로서 겪었던 경험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고판석 원장: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환자가 너무 많았고, 모든 병실이 격리실이었습니다.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봐야 했고, 특히 N95 마스크가 너무 부족해서 아껴 써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주변 친구들이 마스크를 많이 기부해주어서 큰 힘이 됐죠. 퇴근하고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현관에서 옷을 전부 벗어 세탁기에 넣고 바로 샤워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늘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는데, 백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The M Magazine: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한인들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고판석 원장: 기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방 주사를 잘 맞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최선입니다. 손을 씻기 어렵다면 반드시 손 소독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특히 마트 카트, 문 손잡이, 공중 화장실 변기나 싱크대처럼 여러 사람의 손이 닿는 ‘고위험 접촉 부위(high-touch area)’를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소독해야 합니다. 오염된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바이러스가 몇 시간 동안 살아남아 있기 때문에 쉽게 감염될 수 있습니다 .
The M Magazine: 한인사회의료협회(AKAM)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십니다.
고판석 원장: 네, 코로나로 인해 2-3년간 활동이 주춤했지만, 작년부터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 매년 150명에서 200명 정도의 동포분들이 참여하는 건강 박람회를 개최하고, 골프 대회를 통해 장학금 기금 모금 행사도 진행합니다. AKAM은 한인 의료계의 중요한 데이터베이스이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MRI 하나를 찍으려고 해도 보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척추 MRI를 찍기 전에는 한 달간 물리치료를 먼저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죠 . 이런 차이점들을 잘 이해하고 동포분들께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연결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The M Magazine: AKAM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판석 원장: 젊고 똑똑한 의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선배 의사분들이 주축이었지만, 이제는 30대의 젊은 의사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 마케팅이나 홍보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한인 의료계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해켄색 병원처럼 좋은 프로그램들을 더 많이 알리고, 한국의 유수한 병원들과도 교류할 기회가 생긴다면 커뮤니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The M Magazine: 마지막으로, 의사로서, 또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삶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판석 원장: 기독교인으로서, 우리의 삶은 정말 짧다고 생각합니다. 먼지나 모래알 같죠. 그래서 이생을 넘어 영원한 삶을 바라보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 자녀들에게도 돈을 많이 버는 삶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라고 가르칩니다 . 앞으로도 커뮤니티 안에서 좋은 영향력을 나누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반듯한 1.5세 코리안 아메리칸, 아름다운 가정을 이룬 남편이자 건강한 가치관으로 세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의사로서 꾸준히 봉사하는 그의 삶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만들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보여준 그의 겸손함과 따뜻한 마음은 그가 우리 커뮤니티가 주목하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로 떠오르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의 헌신과 믿음이 있기에, 우리는 더 건강하고 안전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진정 새로운 세대의 리더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