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n.Ceramic, 손끝에서 피어나는 일상 속 도자 예술

흙과 삶의 온기로 빚어낸 나만의 이야기

글_더 앰 매거진 편집부

“우리는 축구를 보며 단지 공이 오가는 것을 바라보는 게 아니다.
그 속에서 세계를 마주하고, 우리 자신을 다시 발견한다.”

    자연의 결을 닮은 따뜻한 도자기,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손끝과 마음의 온기를 느껴본 적 있나요? 한국에서 도자기를 전공한 후, 미국에서 삶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한 Yeon.Ceramic의 작가님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깊은 감도로 도자기를 빚어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작가로서, 삶과 예술을 조화롭게 이어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도자의 세계를 넘어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줍니다. 흙을 만지며 위로받고,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얻고, 일상의 물건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업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녀가 도자 작업을 통해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또 어떻게 타인에게 따뜻함을 전하려 하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Q. 자연을 닮은 도자기, Yeon.Ceramic만의 감성이란? 

    작품에서 자연의 결이 묻어나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창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저는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결국 나를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닮은 작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때로는 내가 닮고 싶은 것, 혹은 나와 다른 것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결국에는 나만의 스타일로 작업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모든 아티스트가 그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까지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도자기는 변수가 많은 작업이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아무래도 유약 작업입니다. 같은 유약을 사용해도 유약두께 가마 위치에 따라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곤 하는데요. 이 점이 가장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러한 변수가 핸드메이드 도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여러 시도하며 변수들을 예상하고, 나온 결과를 즐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Q. Yeon.Ceramic의 작품은 감상용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일상에서 도자기를 더 특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일상에서 도자기를 더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은, 그 용도를 조금 바꾸어 보는 것입니다. 즉 생각의 전환을 통해 도자기를 사용하시면 더 재미있고 특별하게 도자기를 활용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예를 들면 컵은 음료를 마시는 용도 외에도 꽃을 꽂아 화병이나 센터 피스로 활용할 수 있고, 식사 중에는 야채 스틱이나 쌈 채소, 김 등을 담는 그릇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도자기는 그 자체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실용성도 겸비하고 있으니,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보세요.

    Q. 한국에서 도자를 전공하고 석사까지 마친 후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미국으로 오게 된 계기와 도자기 작업을 계속 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미술을 전공하다 도자기로 전향하게 되었어요. 학교를 오래 다닌 편이.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미국에 잠시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연히 신랑을 만나게 되어 현재까지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일을 하다가, 첫째를 낳고 나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도자기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1학년과 4학년 두 아이의 엄마로서, 작업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시간과 에너지를 조율하시나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무래도 매우 어려웠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오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작업과 수업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아이들이 잠든 이후에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날은 자정 넘어서까지 작업을 계속하게 되죠.

    Q. 도자기 작업과 육아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 순간이 있나요? 창작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영감을 받은 적이 있나요? 

    현재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식기를 많이 만들고 있는데, 아이들이 있는 만큼 그들이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과 그릇의 두께, 좋아하는 색상이나 캐릭터 등을 고려하여 작품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들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흙을 만지면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으면 힘든 건 다 잊히고 힐링이 되죠. 수업에 오시는 수강생분들도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가장 먼저 구상하고 만드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흙 작업으로 힐링하러 오셔서 어느새 아이들 생각인 거죠. 정말 엄마들은 어쩔 수 없나 봐요. 또한, 아이들과의 수업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접하고 깜짝 놀라곤 합니다. 자유로운 색감 사용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일률적이지 않은 표현 방법을 보면서, 저 또한 제 작업에 있어 좀 더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게 돼요.

    Q. Yeon.Ceramic이 꿈꾸는 미래, 그리고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도자기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사용하는 식기는 물론,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용 소품까지, 삶의 곳곳에서 도자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작업을 계속 시도해 보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주로 소규모 수업 중심의 활동을 이어왔지만, 앞으로는 마켓이나 온라인 등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하여 더 많은 분과 만나고자 합니다. 핸드메이드 도자기만이 가진 따뜻한 매력과 특별함을 더 많은 분이 직접 경험하실 수 있도록 더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또한 수업에서는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으면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작업, 그리고 손맛이 살아 있는, 핸드메이드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작업 등 다양한 방식을 소개하고 싶어요.

    Q. Yeon.Ceramic의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마지막으로, 더 앰 매거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Yeon.Ceramic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것’인 것 같아요. 컵이든 그릇이든, 결국 손끝에서 나오는 모든 저의 도자기 작업은 결국 제가 좋아하고, 닮아 있는 스타일로 완성되더라고요. 마치 나의 또 다른 분신처럼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나만의 것’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예요.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나만의 그릇을 일상에서 사용한다는 건, 그러한 욕구를 가장 따뜻하게 아름답게 충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조금 삐뚤거나 울퉁불퉁해도 느낌까지도 다 특별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거죠. 흙을 만지며 느끼는 말랑한 촉감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요. 많은 분이 이 따뜻한 경험을 직접 느껴보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