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Lunar New Year

-놀우드 도서관(Norwood Public Library) 설맞이 한국 전통문화 페스티벌

오후부터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던 날이었다. 속절없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데 놀우드 도서관의 자동문은 쉴새없이 열리고 닫혔다. 들어서는 사람들은 두꺼운 코트부터 벗어야했다. 도서관 실내는 사람들의 열기로, 공연자들의 흥분으로 후끈거렸다.

설맞이 한국 문화 페스티벌(Korean Cultural Festival for Luna New Year Celebration)-. 버겐카운티 내 한인타운 밀집 지역에서 30여분 떨어진 놀우드 도서관에서는 처음 기획된 행사였다. DVD 진열대와 책상들이 잠시 물러난 자리에 무대가 들어섰다. 간이 의자 50여개로 마련된 객석은 앉을 자리가 모자랐다. 비단 한인 뿐 아니라 한국 문화 페스티벌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도 가족, 친지와 함께 삼삼오오 도서관을 찾았다.  

물결이 넘실대듯 불꽃이 너울대듯, 부채춤

디렉터가 행사 시작 선언에 이어 첫 공연이 시작되었다. 다홍빛 치마 저고리와 어여쁜 족두리를 쓴 열 두명의 한인 틴에이저 소녀들이 선보이는 부채춤-. 흥에 겨운 물결이 넘실대듯, 따사로운 불꽃이 너울대듯, 일사불란하게 부채가 접혔다 펼쳐치고 맞대어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민 2세나 3세라서 어쩌면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을 아이들이었지만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표현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만의 특별한 정체성으로 그 몸짓은 또다른 의미의 ‘고유함(uniqueness)’을 빚어내고 있었다.

숨 한 줄기에 한국의 혼을 실어 보내다-입춤

세번째 공연은 ‘서서 추는 춤’이란 뜻의 ‘입춤’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의 ‘국무(國舞)’로 일컬어지는 인간문화재, ‘이매방’의 전통을 따른 것으로 고대 화랑들이 수련을 위해 닦았던 호흡과 발디딤에 그 뿌리를 둔 이매방 류 입춤이 선을 보였다. 취미로 한국 전통춤을 배우고 있다는 이환희 씨가 입춤을 추는 동안, 고운 한복 자태만큼이나 아름다운 춤선에 객석에서는 탄성이 올랐다.  

심장을 두드리는 깊고 힘찬 소리의 향연, 난타

두번째 순서는 여러 개의 북을 일체된 조화 속에서 두드리는 난타-. 미국 땅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전수하는 ‘우리가락(Woori-Garak:강은주 대표)’ 소속의 한인 소년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소년들의 손에 들린 작은 북채가 허공에 들어올려졌다 떨어지는 순간, 천둥 치듯 우렁찬 북소리가 터져나왔다. 아홉 개의 작은 북이 한 덩어리로 빚어내는 큰 소리는 객석에 앉은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아홉 한인 소년들의 ‘난타’는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라 심장으로 듣는 소리를 냈다.

깊은 속에서 우러나오는 선율, 가야금과 대금

그 뒤로 고등학생 남애인 오민하 양과 오태하 군의 가야금, 대금 독주가 있었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댕기머리를 드리운 오민하 양의 가야금 선율이 도서관 안에 잔잔하게 휘돌았다. 대금 연주를 한 오태하 군 역시 수준급의 연주 실력은 물론, 시종 진지한 자세로 침착하게 공연에 임해 그 진심어린 연주에 큰 박수를 받았다.

절제와 절도가 깃든 진정한 힘, 태권도 시범

 

놀우드 지역 ‘Master J Taekwondo Academy’의 태권도 시범 공연에서는 아직 어린 학생들도 마치 하늘을 날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송판 격파를 선보였다. 우렁찬 기합 소리, 절도 있는 품새, 일사불란한 격파술이 이어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시범 후 깨진 송판 조각을 눈 깜짝할 새 치우는 것도 공연에 포함된 듯, 끝까지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공연자와 관중이 한데 어우러진 연대-탈춤

놀우드 도서관에서 마련한 ‘음력 설맞이 한국 문화 페스티벌’의 파이널 무대는 탈춤이었다. “낙양동천 이화정!”으로 시작하는 신명나는 탈춤 가락과 희화적인 춤사위에 관중은 한국말인 “얼쑤!”를 외치며 호응했다. 커뮤니티의 다양성과 연대감을 고취한다는 이번 행사 취지를 더할 수 없이 충족시켜 주는 장면이었다. 당초 솔로 공연이었으나 행사 당일 즉석에서 팀이 꾸려진 것도 즉흥 공연이 가능한 탈춤다웠다.

2025년 음력 설을 맞아 기획하고 진행된 놀우드 공립 도서관의 ‘설맞이 한국 문화 페스티벌’을 찾은 방문객들은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도 이런 이벤트가 유지되고 지속되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관심과 후원일 것이다. 한인, 현지인 구분 없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갖는 연대감에 이번 이벤트가 작은 기여를 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To be local in global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