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Arcachon 

‘여기는 France, Arcachon입니다’

오래전, 파멜라 드러커맨(Pamela Druckerman)이라는 월스트리트 여기자가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체험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  ‘프랑스 아이처럼’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그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등극해 세계적으로 프랑스식 육아법 돌풍을 일으켰다.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에는 모유보다 분유를 권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있고, 스트롤러를 밀고가는 아기엄마가 하이힐을 신고 우아하게 걷는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평생을 그저 자식만을위해 살아가는 한국엄마들에게는 자식만큼 자신의 인생도 중요하게 다룰줄 아는 프랑스엄마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맘앤아이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현재 프랑스에서 Florist와 육아를 병행하며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는 장유진씨와의 장거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직은 초보맘이지만 그녀의 프랑스식 육아이야기, 그리고 조금은 더 달콤하고 낭만적일 것 같은 생생 프렌치 라이프 스토리를 들어본다.

  편집부,  사진   장유진 제공

안녕하세요 장유진씨, 이곳 뉴욕, 뉴저지 엄마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랑스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현재 21개월 된 Anaïs 엄마, 장유진이라고 합니다. 파리로 유학와서 공부하던 중에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이곳 Arcachon에 터를 잡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초보맘입니다. 

프랑스로 유학을 가시게 된 배경과 그곳에서 정착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좀 들려주시겠어요?

저는 한국에서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나름 흥미로운 직업이었고 재미도 있었는데, 본업인 디자인으로 돌아가고 싶어 백화점을 관리하는 디자인 회사에서 몇년간 일을 했습니다. 이후, 조금 늦은 나이였지만 프랑스로 떠날 결심을 하고 이 곳으로 와서 다시 학생이 되었죠. 파리에서 어학연수와 플로리스트학교를 거쳐 현재는 플로리스트로 일한지 7년 정도 되었고, 프랑스에서 산 지는 10년 정도 되었네요. Dijon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Angers 에 있는 플로리스트학교를 다닐 때 같은 반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지금의 남편, Sebastien을 만났어요. 아마도 프랑스 남자 이름 중 가장 흔한 이름이 아닐까 싶네요. 현재는 요트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조선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어서 남편을 따라 이 곳까지 오게 되었어요. 남편을 처음 만났을 당시 La rochelle에 살고 있었던 남편이 주말마다 Angers로 와준 덕분에 인연이 만들어졌죠. 학교 졸업 후 Paris에서 플로리스트로서 첫 직장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파리는 Angers보다 거리가 더 멀어서 한달에 두번 정도 만나며 2년 정도 장거리 연애를 하다가 운전에 지쳤는지 어느 발렌타인스데이에 청혼을 하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 직장을 따라 이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흔히, 프랑스남자를 생각할 때 굉장히 로맨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시겠지만 제 생각에 저의 남편은 로맨틱하기보다는 가정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저와 아이과 함께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고 가끔은 저보다 아이와 더 잘 놀아주는 것 같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한국남자들이 더 로맨틱한 것 같구요.

Anais 를 안고있는 엄마

 아빠와 딸 산책 


아나이스

지금 살고 있는 Arcachon은 한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같아요.

Arcachon은 한국사람들에게 생소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에겐 꽤 유명한 바캉스 도시에요. Bordeaux에서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Bordeaux에 사는 사람들이 연중 내내 많이 옵니다. 바캉스 용 집을 가진 사람들도 아주 많고 여름에는 프랑스 전국 그리고 스페인 사람들도 많이 와요. 해수욕장도 있지만, 이 곳에는 유럽에서 제일 큰 규모의 사구 (Dune du pyla)가 있고, 굴 양식을 많이 해서 해변에 앉아 석화를 먹을 수 있는 작은 레스토랑들이 바캉스 온 사람들에게 인기죠. 썰물 때는 갯벌에서 조개나 작은 게를 잡을 수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은 곳이고, 요트를 타기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프렌치 라이프 스타일은 뭔가 특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프랑스의 가정 문화는 한국이나 미국과 어떻게 다른가요?

프랑스는 다양성을 많이 존중하고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삶에 스며들어 있는 편인데 가족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아요. 서로를 아끼지만 각자의 삶을 존중하죠. 부모라고 해도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지 않구요. 본인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도죠. 한국과 아주 큰 차이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무척 많다는 것입니다. 학교도 일찍 끝나니 덩달아 엄마아빠도 일찍 퇴근을 하죠. 제 남편의 경우는 다섯시에 퇴근을 해서 아이를 보모 집에서 데리고 와 집에서 놀아줍니다. 학원이나 과외가 그렇게 흔하지 않아서 집에서 엄마아빠와 시간을 보내고 여의치 않을 땐 보모집에 보내거나 수영이나 서핑, 스키 체조 등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기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소수민족들은 일정한 지역에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경향이 있는데 프랑스 내에서의 한인들은 어떤가요? 한인 커뮤니티나 한인들 중에서도 엄마들의 특별한 모임 혹은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체, 네트워킹 같은 것이 있나요?

프랑스에는 파리 이 외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가 드물어요. 파리에는 미국처럼 코리아 타운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인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숫자가 미국만 못해서 그렇겠죠 ? 사실 프랑스인들과 살아가려고 이 곳에 온거니까 한인들이 많지 않다는게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코리아 타운은 없지만 대신 한인회는 있어요. 한인회는 파리에서 활동이 많고, 지방 대도시들에도 한인회 지부가 있습니다. 한인회를 중심으로 여러 행사가 있고, 한글학교를 운영해서 프랑스인들과 소통도 합니다. 특히 한국의 명절에는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누면서 외국생활이 주는 외로움을 서로 달래기도 하죠. 그 외에는 한인교회들 중심의 공동체들도 많이 있어요. 제가 사는 이 곳에는 한국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연히 한국사람들과의 교류가 없는 편이고, 파리에 있는 친구들도 너무 멀리있다보니 자주 볼 수가 없어요. 대신 저는 이 곳에서 비숫한 또래의 아이들을 가진 엄마들을 자주 만나는 편인데 멀리있는 한국친구들 보다 사실 더 친하게 지내죠.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드릴텐데요, 딸, 아나이스(Anaïs) 육아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아이와의 하루 일과, 또 프랑스식 육아에 대해서 좀 소개해주세요.

사실 세계적으로 프랑스식 육아법이 소개될 정도로 육아법이 특별하다는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일테면, 프랑스에서는 아무리 아기라 할지라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서 대한다는 이야기, 또 그에 반해 훈육이 엄격해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예절을 잘 배우도록 가르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데 대다수 엄마들이 자신들이 자라면서 받은 교육이나 훈육의 틀에서 잘 못 벗어나듯 저도 제 나름의 방식대로 아이를 기르고 있는 편이에요. 특히 아나이스가 아직 어려서 더 그렇기도 하구요. 저희는 남편과 제가 둘 다 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를 보모집으로 보내거든요. 한국에선 흔하지 않지만 이곳은 대부분의 보모가 본인집에서 아이들을 돌봅니다. 아나이스는 보모와 일주일에 사흘을 보냅니다. 수요일은 제가 함께 시간을 보내죠. 많은 시간을 보모와 함께 보내서 제가 일일이 알고 있지는 않지만 보모가 매일 점심과 오후에 메세지를 보내와서 일과를 정리해줍니다. 프랑스에서 정식으로 보모가 되려면 받아야 하는 학위와 교육이 있고, 정부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보모의 집 시설, 계약서 등이 철저하게 시스템화 되어 있습니다. 기관에서 자주 점검도 나오구요. 한동안 한국어린이집의 아동학대나 직장다니는 엄마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들이 프랑스까지 들릴 때면, 아이를 키우기엔 프랑스가 좀 더 좋은 환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프랑스가족은 부모중심의 생활을 합니다. 아마도 그게 프랑스식 교육의 기초가 아닌가 싶어요. 제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프랑스 부모들은 울며 떼쓰는 아이들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자신의 일을 그대로 하면서 아이들이 인내하고 기다리는 법을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이 아이에게 촛점이 맞춰진 한국가정과는 좀 대조가 되는 부분이죠. 아이중심으로 살다보면 부부관계도 망가지고, 아이도 자연스럽게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게되는 것 같은데, 엄마아빠가 각자의 역할을 일상적으로 잘 하는 것을 아이가 보고 배우는 것이 프랑스 육아의 모토가 아닐까 싶어요.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먼저 길러주고, 가정이라는 한 공동체 안에서 부모와 대등한 인격체로 자라도록 한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사실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은 시대를 불문하는데요, 특히 요즘은 ‘한자녀 가정’이 많다보니 점점 더 과열되는 것 같아요. 프랑스 분위기는 어떤가요?

글쎄요. 모든 부모들이 자식들이 학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오면 기쁘죠. 그렇지 않다고해도 이곳 프랑스 엄마들은 특별히 과외나 학원을 제안하기 보다는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편이죠.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전부가 공부만은 아니라는 걸 아는거죠. 직업의 선택에 있어서도 다양성이 존중되고, 굳이 대학과정이 필요없는 직업은 직업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이 따고 준비되어 있어서 프랑스에는 아직도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하고 존중받습니다. 제 직업을 예로 들자면, 대학과정에는 플로리스트 과정이 없어요. 대학은 그야말로 공부를 하는 곳이죠. 플로리스트같은 기능직은 고등학교 과정부터 시작해서 회사와 학교를 일주일씩 병행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론만큼 실전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 과정을 일년이나 이년정도 거치면 어느 플라워샵에 취직해도될 정도의 수준이 됩니다. 열여덦살부터 커리어를 시작하는 거에요. 의무적으로 대학을 나와서 스무서너살이 되어서야 구직을 하는 한국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인력소모도 덜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서 굳이 학교에서 좋은 점수 받는 것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한국보다는 비교적 적은 것 같습니다.

육아도 그렇고 교육도 그렇고 합리적인 부분이 참 많은 것 같아 인상적입니다. 프랑스의 사회적 분위기나 환경, 먹거리 문화 등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해주시겠어요?

프랑스는 요즘 사회전반적으로 소비의 형태를 다각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살충제를 쓰지않은 먹거리를 최대한 재배하고 판매하려고 노력하고, 각 지역 가까운 곳의 먹거리를 판매하고, 식품회사들도 이러한 농산물로 상품을 생산을 하는 등, 이미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고, 중고제품을 구입하거나 중고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변형시켜 또다른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는 등 관련된 시도가 많이 있습니다. 가지고있는 기기나 기계들을 서로 빌려쓰는 인터넷 플랫폼도 많이 생겼습니다. 더이상 싼제품을 자주사고 버리던 소비행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자각을 하고있는거죠. 아이들을 키우는데도 필요한 물품들을 중고로 많이 구입합니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디자이너 브랜드제품같은 사치품에는 큰 관심을 두지않습니다. 대신 인터넷에 요즘 많이 생기는 스타트업 회사들의 제품을 주로 눈여겨봅니다. 주로 엄마들이 엄마들과 아이들을 생각해서 만든 제품들인데,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엄마들이 원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만든 제품들이라 합리적인 면도 있거든요.

유진씨 댁의 식탁 메뉴가 궁금합니다. 즐겨먹는 메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요리는 부부 중에 누가 더 많이 하고 누가 더 잘 하시는지요 ?

사실 저희 시댁에는 어머니로부터 내려오는 특별 레시피가 있는데, 저희남편이 별로 좋아하질 않아요. 그래서 자주 해먹지는 않고, 평소 일반적인 요리는 제가 주로 하고 남편은 케잌이나 디저트를 만들어요. 아무래도 한국엔 디저트 문화가 프랑스 만큼 일상화 되어있지 않으니까 저보단 남편이 더 잘해요. 남편이 한국음식을 좋아해서 가끔하는데, 주로 일품요리죠. 굳이 반찬을 여러 가지 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편해요. 일반적으로 저희 식탁에는 프랑스식 집밥이 올라옵니다. 파스타도 많이 해먹고 파이류나 샐러드 등도 많이 먹는데, 이제는 저도 익숙하게 잘해요. 가끔 진짜 프랑스음식을 먹고싶을 때는 남편이 직접 하죠.

프랑스에 살면서 가장 좋은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프랑스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은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않고 살 수 있다는 점 같아요. 외모가 어떻든 직업이 무엇이든 그것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거든요. 물론 좋은 직업을 가지고 돈도 많이 벌고 외모좋은 사람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가지겠지만, 친구를 사귈 때 그런 것들에 대한 편견은 없어요. 옷을 항상 유행에 따라 입어야할 필요도 없고, 화장을 늘 해야 할 필요도 없어요.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면 그것으로 만족하는거죠.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컴플렉스처럼 여겼던 것들을 지금은 그냥 제 모습인걸로 받아들이고 산다는 것이 제일 좋아요.

 

프랑스에 여행할만한 곳이나, 꼭 알아두면 좋을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사실 프랑스에는 파리 말고도 가볼만한 여행지들이 많이 있어요. 파리는 너무 기대를 많이해서 항상 실망하는 도시들 중 하나라고 해요. 진짜 프랑스를 만나고 싶으신 분들은 지방에 숨겨진 아름다운 도시들을 공략해 보세요. 프랑스는 도시간 대중교통이 한국처럼 발달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를 렌트하는 것이 좋구요. 그리고 Arcachon에 들리셔서 pyla 사구에도 올라가보시고 맛있는 석화도 드셔보세요. 지방분들이라 영어를 잘 못하지만 아주 친절하답니다.

누구나 동경하는 프랑스, 그 곳의 생생한 삶 이야기, 또 여러 가지 소식 감사합니다. 미국 맘앤아이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전해주시겠어요?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 미국의 독자나 저나 서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느 나라가 되었든 크게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되구요, 다만 자신의 선택을 따라 정착하고 살아가는 만큼 후회없이 살 수 있기를 바랄뿐이죠. 미국의 맘앤아이 독자들과 프랑스에서의 제 삶을 일부라도 나누게 되어 제게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맘앤아이를 통해서 서로 사는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