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시티의 심장, 코리안 헤리티지로 다시 뛰게 하라

글_더 앰 매거진 편집부
저지시티 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제임스 맥그리비 전 주지사와의 대담. 평범한 인터뷰를 넘어, 도시의 미래를 위한 담대한 청사진을 펼친다
저지시티의 자랑이 되어버린 최고의 고급 럭셔리 고층 아파트가 우뚝 솟은 곳, 저널 스퀘어. 뉴욕을 바로 잇는 PATH 트레인이 상징처럼 드나들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헌법원과 그 자존심에 더해 아주 모던하게 지어진 새 법원이 공존하는 이곳은 도시의 심장부다. 딱 봐도 ‘여긴 새로운 저지시티다’를 느끼게 하는 풍경. 거리에는 낡은 건물과 새 건물이 숨 가쁜 변모를 거듭하고 있고, 오가는 사람들조차 다양함의 정점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인디언 커뮤니티와 필리핀 커뮤니티가 이 지역의 역사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역동적인 변화의 중심에서 제임스 맥그리비 전 주지사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인터뷰 전 여러 통의 이메일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느껴졌던 예의 바르고 따뜻한 기운은 실제 만남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상상했던 것처럼 그는 멋진 신사였다. 그의 캠페인 오피스는 도시의 에너지와 꼭 닮은 열정으로 가득했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를 중심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의 활기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한 시간 동안 그의 역사와 신념, 그리고 저지시티의 미래를 향한 비전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코리안 브랜드‘의 본질. 탁월함을 향한 끈질긴 헌신
대화의 포문은 저지시티 내 한인 비즈니스의 현황을 짚는 것으로 열렸다. 현재 한인 상권은 대부분 커피숍, 델리, 네일 살롱과 같은 소규모 자영업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대화의 핵심은 이 단계를 넘어 한국의 대기업과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들을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맥그리비 전 주지사는 ‘코리안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국은 지금 뜨겁습니다. 코리안 브랜드는 불타고 있어요. 해운, 자동차, 뷰티, 바이오테크, 의료, 기술, 항공우주까지 모든 분야에서 그렇죠.”. 그는 이것이 단순히 몇몇 산업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한국인의 비판적 사고, 기술, 과학, 제조업 그리고 탁월함을 향한 헌신이 만들어낸 총체적인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통찰력은 특히 미국 시장과의 비교에서 빛을 발했다. “종종 미국 제품에는 A, B, C 등급이 나뉩니다.”. 하지만 그가 본 한국의 비즈니스는 달랐다. “동네 국숫집이든, 지역 식료품점이든, 커피숍이나 네일 살롱이든, 그들은 최고를 지향합니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맞추면서도 품질을 향한 집념을 놓지 않죠.”. 그는 이 점을 거듭 강조했다. “퀄리티, 퀄리티, 퀄리티. 이것이야말로 코리안 브랜드를 정의하는 핵심입니다.”. 이러한 그의 분석은 추상적인 개념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씩 들르는 동네 한인 식료품점을 예로 들며, 그곳에서 매일같이 목격하는 한국인의 근면성과 헌신이야말로 코리안 브랜드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역사의 토대: 희생 위에 세워진 성공
현대 한국의 눈부신 성공을 이야기하던 맥그리비는, 그 성공의 뿌리가 깊은 역사의 토양에 박혀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의 목소리에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존경심이 묻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오지마에서 형제를 잃은 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 해병대에 재입대했던 참전용사였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역사를 통해, 오늘날 서울의 화려한 불빛과 기술력이 단순히 경제 발전의 결과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한국 군인들의 피와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그는 한국전쟁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를 명확히 짚었다. “한국은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를 가른 최초의 국가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전 세계가 이념 대립으로 치닫던 시절, 한국이 바로 그 최전선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장진호 전투와 같은 참혹했던 격전들을 언급하며, 오늘날의 경계선이 바로 “한국의 희생과 피, 그리고 군대의 유산”을 통해 그어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오늘날 젊은 한국인들은 서울의 기술과 화려함만을 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풍요는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바친, 조용하고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희생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거대한 역사의 흐름은, 그가 만났던 이민 1세대의 삶 속에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주지사 시절, “한인 드라이클리닝 협회”와 만났던 일을 생생하게 회상했다. 주지사 집무실의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았던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오직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세대였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군인들의 희생정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낯선 땅에서 모든 것을 바친 이민자들의 근면성이, 그에게는 같은 뿌리를 둔 위대한 ‘코리안 헤리티지’로 비쳤던 것이다.
버겐 카운티의 청사진: 성장의 선순환 모델
한인 커뮤니티의 이러한 특성은 실제로 지역 사회를 바꾸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과거 저지시티에 상당수 존재했던 한인 커뮤니티가 왜 지금은 버겐 카운티로 옮겨갔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으로 이어졌다. 그 해답은 명확했다. 바로 교육과 커뮤니티 성장의 선순환 구조였다. 맥그리비는 이 현상을 ‘버겐 카운티의 청사진’으로 제시하며 저지시티가 배워야 할 점을 명확히 했다.
과거 포트리나 팰리세이즈 파크의 학교 시스템은 최고 수준이 아니었지만, 한인 커뮤니티가 유입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인에게 교육은 최우선 순위입니다.”. 한인 학부모들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이는 공교육의 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교육 환경이 좋아지자 더 많은 한인들이 모여들었고, 이는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인들은 부동산 매입을 좋아합니다.”. 그들은 부동산을 구매하고 가치를 높여 지역 전체의 자산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와 동시에, 높은 소득과 근면함을 바탕으로 한 왕성한 소비 활동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더 나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것이 다시 부동산 가치 상승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완벽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맥그리비는 바로 이 ‘버겐 카운티의 성장 공식’을 허드슨 카운티, 특히 저지시티에 이식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Town 2.0: 저지시티의 미래를 위한 담대한 청사진
커뮤니티의 힘을 바탕으로 한 ‘K-Town 2.0’ 비전은 더욱 구체화되었다. 이는 단순히 식당 몇 개가 더 생기는 수준의 코리아타운이 아니었다. 로다이의 동원산업이나 시카커스의 CJ와 같은 대규모 F&B 기업을 유치하고, 이미 저지시티 시내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 강자 셀트리온과 같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파리바게뜨나 CJ의 뚜레쥬르 같은 글로벌 F&B 프랜차이즈가 익스체인지 플레이스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것처럼, 문화와 상업이 결합된 새로운 중심지를 만드는 구상이었다. 더 나아가, 한국의 각 ‘도(道)’가 저지시티에 파빌리온을 열어 지역 기업들의 자본을 유치하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제시되었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현실의 장벽
하지만 이 장밋빛 비전 앞에는 차갑고 단단한 현실의 벽이 존재했다. 바로 저지시티의 고질적인 문제, 즉 비즈니스 허가(Permitting) 절차의 비효율성이었다. 한인 사업가들이 가게를 열기 위해 상업 공간을 임대하고도, 6개월간 임대료만 내며 허가를 기다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지점에서 맥그리비 전 주지사는 깊은 공감을 표하며 안타까운 현실을 짚었다. 그는 뉴저지의 근간(backbone)을 이루는 스몰 비즈니스가 대부분 평범한 시민들이 가족의 생계와 미래를 위해 평생 모은 소중한 자산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그들에게 기약 없는 행정 절차의 지연은 단순히 기다림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꿈과 가족의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할 때, 정부는 그것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들의 저축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이며, 기업가들의 헌신에 응답하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역설했다.
그는 이 문제가 단지 한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베트남 커뮤니티 등 모든 소상공인이 겪는 고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LA, 뉴욕 플러싱 등이 도입한 ‘신속 처리 시스템’을 본보기로 삼아, 예측 가능한 행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이것이 커뮤니티 유치의 선결 조건이라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목소리: 데이터가 증명하고 현장이 공감하다
맥그리비 후보가 제시한 진단과 비전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데이터와 한인 커뮤니티의 깊은 공감을 통해 그 정당성을 얻고 있다.
그가 지적한 ‘버겐 카운티의 청사진’은 구체적인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실제로 과거 10년간 버겐 카운티의 한인 인구 및 비즈니스 성장률을 살펴보면, 한인 커뮤니티의 유입이 교육 시스템의 발전과 부동산 가치 상승, 그리고 지역 경제 전반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또한 뉴저지 전체에서 한인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행정적 장벽을 허무는 것이 곧 지역 경제 전체를 활성화하는 길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객관적 사실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지시티에서 식당 개업을 준비하며 허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 한인 사업가는 맥그리비 후보의 공감에 깊은 위로를 표했다.
“수개월간 임대료만 내며 희망이 사라져갈 때, 우리의 고통을 이렇게 정확히 이해해주는 리더가 있다는 것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신속 처리 시스템‘은 저희에게 생존의 문제입니다.”
동시에, ‘K-Town 2.0’이라는 담대한 비전은 커뮤니티 리더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뉴저지 한인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순한 코리아타운을 넘어, 저지시티의 경제 허브를 만들자는 ‘K-Town 2.0’ 비전은 가슴을 뛰게 합니다. 우리 커뮤니티도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데이터가 증명하고 현장이 화답하는 목소리들은, 맥그리비 후보의 비전이 단순한 선거 공약이 아니라 저지시티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현실적인 로드맵임을 보여주고 있다.


행동하는 연대가 미래를 만든다
맥그리비 전 주지사와의 대담은 저지시티가 맞이한 거대한 기회와 시급한 과제를 동시에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 시간 남짓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는 단순한 대화를 넘어 저지시티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단순한 이민자들의 거주지를 넘어, 한국의 기업과 문화, 그리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결합된 ‘K-Town 2.0’의 첫 본고장으로서 저지시티가 나아갈 방향이 선명해졌다.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적 유산과 근면성을 도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성장을 가로막는 관료주의적 병폐를 과감히 혁파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그가 제시한 미래였다.
맥그리비 전 주지사는 이 변화를 이끌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했다. 그의 비전과 함께, 저지시티의 심장은 코리안 헤리티지를 중심으로 다시 뜨겁게 뛰기 시작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지며 문밖까지 나와 인사를 건네준 그의 따뜻한 마음을 보며, 앞으로 그의 비전이 늘 그렇게 모든 이에게 따뜻하게 전달되는 멋진 리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