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권유익(開券有益)실천하는 맘앤아이 북클럽 스케치

‘책을 읽는 것은 새로운 친구를 얻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현대인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서로 지식을 공유하며 열린 마음으로 함께 책을 읽는 맘앤아이 북클럽이 지난 6월과 8월에 클립사이드 팍, Winston 콘도 Ballroom에서 열렸다. 맘앤아이 책자 및 웹진, 또 페이스북을 통해 북클럽 홍보를 접한 신청자 20여명 중에서 개인적인 스케쥴과 북클럽 운영시간이  맞지않거나, 지역적으로 너무 먼 거리에 계시는 분들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들과 북클럽 관련 맘앤아이 스태프들이 참석한 가운데 차분하고도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함께 하지 못한 신청자들에게는 송구한 심정으로, 또 북클럽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북클럽 테이블로의 초대를 담아 맘앤아이 북클럽 정모 현장을 스케치해본다.

강민경
송영실
김병희
강진
김효은
임주은
박정빈

책이 사라지고 있다. 불행히도 현대인들은 책이 사라져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SF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화씨 451(Fahrenheit 451)’라는 책을 통해 책이 사라진 미래 사회를 묘사한 적이 있다. 그가 붙인 제목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를 상징한다. 주인공 가이 몬태그(Guy Montag)는 책을 찾아 태우는 방화수(fireman)로, 그가 책을 태우는 이유는 독서가 불법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비판정신이 생기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정부가 이를 불법으로 금해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화씨 451’은 사상이 통제되는 사회를 향해 작가가 보내는 경고를 담고 있는 책이다. 작품의 모티브도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이 1950년대에 출판되었다는 사실이다. 책이 사라지는 미래를 예상하는 작가의 혜안과 통찰력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맘앤아이 북클럽은 책이 사라져가는 시류를 거슬러 보겠다는 거창한 뜻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사상을 잃지않겠다는 결의를 다지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소수가 모여 동일한 책을 읽고, 어깨를 맞대고 앉아 함께 사유를 나누며 누군가의 생각에 잠시 귀기우려 보고 싶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소소한 기대를 품기 조차 어려울 만치 우리는 너무나 바쁜 시대에 살고있기에 독서는 늘 요원한 바램으로 그저 차곡차곡 접어 바지 뒷주머니에나 넣어두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북클럽 첫 정모가 있던날 우리는 기대 이상의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었고 주체자도 참여자도 모두가 조용히 놀라고 있었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몇몇 사람이 모였을 뿐인데, 거기서 책 이상의 수확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독서에 대한 마음은 있지만 그 마음을 이끌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으며, 나약한(?) 속내를 들킨 이들이 맘앤아이 북클럽에서 조우했고, 그 만남을 통해 정신적 연대를 이룬 우리는 마침내 책친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클럽 첫 정모는 지난 6월에 있었다. 연령은 물론이고 살아온 배경이나 삶의 방식, 더우기 독서의 취향까지도 서로 다른 이들이 모였기에 북클럽의 첫 걸음이 쉽지않을거라 짐작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모두들 흡족한 시간을 보냈다는 소회를 나누었다. 연령이 다르다는 것은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삶의 여러 모양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그 경험을 나눔으로써 삶을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와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책을 읽었지만 다른 감동과 느낌을 나누며,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분별과 지혜를 얻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레슨들을 통해 결국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더불어 살아하가는 Social Being으로써 모두가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한 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해마다 4만권 이상의 신간이 발표되고, 발행부수는 8만부가 넘는다고 한다. 그에 비해 성인 한사람이 읽는 도서는연간  8권 남짓( 사실 북클럽 멤버들을 통해서 맘앤아이가 얻는 자체 통계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다섯권 수준이었다)이라는 초라한 통계가 있다. 영어와 한국어의 혼용이라는 이민사회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이민사회의 한국도서 읽기는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성인과 학생 모두 ‘일이나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다'(성인 39.5%, 학생 30.1%)는 답을 가장 많이 했다. 이어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성인 17.1%, 학생 21.7%), ‘다른 여가활동으로 시간이 없어서'(성인 16.1%), ‘인터넷, 휴대전화. 게임 등 시간이 없어서'(학생 14.9%) 순이다.

얼핏 바쁜 이민생활에 독서가 웬말이냐는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너나할 것 없이 이른아침부터 늦은 저녁시간까지 바쁘게 살지만 그렇다고 삶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어찌보면 삶이, 특히 이민자의 삶은 응당 그런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 주저앉아 있으면 내 삶은 언제나 그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한다. 바쁜 틈을 억지로라도 얻어 독서를 비롯한 여러 다양한 취미생활에 시간을 할애하다 보면 모르긴 해도 그 작은 노력들이, 소소한 시간들이 모여 나의 생각을 조금은 성장시켜 줄 것이며, 그로인해 내 삶이 지금보다 풍요로와 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 맘앤아이 북클럽은 그런 작은 바램으로 출발했고, 그 출발은 적잖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첫 모임에서는 각 회원들이 평소 즐겨읽는 도서 쟝르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서로가 추천하는 도서와 그 이유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현대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 고전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를 자주 읽는 사람들도 있었다. 추천된 도서로는 ‘신영복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Ray Bradbury 의 화씨 451’, ‘J.R. R. Tolkien의 Lord Of the Ring’, 또 ‘쓰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함께 쓴 냉정과 열정 사이’, 그리고 ‘Pearl S Buck 의 대지’등이 있다.

두번째 모임은 본격적인 토론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맘앤아이가 제공해 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줄거리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창녀에게서 태어난 모모라는 아이의 이야기, 자신을 키워 준 로자 아줌마는 본래 돈을 받고 창녀들의 아이를 맡아 길렀지만, 모모를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사랑하게 되며, 훗날 병을 얻어 정신마저 오락가락하는 가엾은 그녀를 어린 모모가 맡아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보살피는 이야기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그들, 비록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처지의 그들이지만 남을 사랑하는 이타적 마음이야 말로 가진자들을 비웃고도 남을만큼 순수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각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숙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과를 나누며 교제하고, 선정한 책을 같이 읽으며, 또 각자가 주목하는 페이지를 함께 찾아 넘기며, 각기 받은 감동에 공감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개권유익(開券有益)이라는 말이 있다. 책이 주는 유익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독서를 권장하고자 하는 말이다. 맘앤아이 북클럽은 이 사소한 진리를 조용히 실천하며 오래도록 회원들과 함께 책을 읽어갈 예정이다. 또한 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픈되어 있으며, 언제까지나 오랜 책친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