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호에서 소개한 노르웨이 여정에 이어 이번에는 북유럽 여행에서 빠지면 서운할 스웨덴의 스톡홀름과 에스토니아의 탈린 방문기를 독자들에게 나누고자 한다.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들어가 곧바로 크루즈 배를 타고 에스토니아 탈린이란 도시로 들어갔다. 저녁에 승선하면 다음날 아침에 탈린에 도착하고, 하루종일 탈린 관광후 다시 저녁 크루즈로 다음날 아침 스톡홀름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예약해 뒀었다. 크루즈 첫날, 미리 예약해 둔 발틱해를 창문 넘어 가득 담을수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우아하게 먹고, 긴 비행시간과 시차로 인해 지쳐있던 우리를 위해 사우나에서 여독을 풀었다

탈린항구
발틱해를 가로지르는 크루즈 3:30AM

시차때문에 새벽 세시가 조금 넘어 눈이 떠졌다. 어제밤 일몰을 놓쳤으니 해돋이라도 보자 싶어 선상으로 나가봤더니 벌써 환하게 밝았다.거기다 비까지 뿌리고 있어서 더이상 선상에 머무르지 못하고 배안을어슬렁거리다 나같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님에 반갑다랄까……? 새벽이라고 하기에도 이른 시간에 어느새 난 북유럽에 날아와 중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발틱해를 항해하고 있다. 어느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상에 떨어져 새로운 경험을 하며 어울리다 돌아보는 나 자신은 또 다른 인생의 한 페이지가 추가됨에 기쁘고 겸허해질 것이며, 이렇게 다른 세상을 넘나들 나의 미래는 찬란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Old Town Square
Old Town Square

거리의 악사들에게 귀 기울여도 보고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에게 그림도 한점 샀다. 고풍스런 동네 분위기에 흠뻑 젖어 쉽게 심취되고 마음이 열리게 된다. 아…… 모든 것이 아름답다. 드디어 탈린에 도착. 비 온 뒤의 상쾌함이 얼마나 화창한지 코끝과 눈을 자극해 온다. 그 푸르른 하늘과 바다가 어우려져신비로움이 내려 앉아 있는 곳이다. 에스토니아는 육지를 통해 러시아와 라트비아가 동, 남으로 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핀란드, 서쪽으로는 발트해를 가로질러 스웨덴과 마주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중에서도 탈린은 중세시대 건축물과 유적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마치 체코 프라하의 미니어처 같다.

600년째 한 곳에서 하고 있다는 약국이 있었고, 그들의 전통음식인 곰 요리도 먹어 봤는데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조금 거북했지만 육질은 굉장히 부드럽고 쫀득했었다. 올드타운 광장에는 아몬드를 시나몬 향료와 함께 전통 방식으로 볶아 주는 아가씨가 있었고 시나몬 향기처럼 매력적이고 이뻐서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기도 했었다.

거리의 악사들에게 귀 기울여도 보고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에게 그림도 한점 샀다. 고풍스런 동네 분위기에 흠뻑 젖어 쉽게 심취되고 마음이 열리게 된다. 아…… 모든 것이 아름답다.

광장의 연주가들
광장뒤의 탈린왕궁
유럽 푸드 페스티발 부스
없는거 뺴고 다있는 파머스 마켓

오감의 풍요로움을 담고 탈린을 떠나 부슬비가 내리고 있는 스톡홀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본격적인 스웨디시 경험을 해볼까나……? 모던과 엔틱이 공존하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다운타운으로 들어서니 유럽 푸드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각 부스마다 유럽 각국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있었는데, 난 월드 스타일 입맛을 갖고 있는지 뭐든 다 맛있어 보였다.그 중 비주얼상 확 끌리는 프랑스와 스페인 음식을 맛봤다. 이곳에서 만난 파머스 마켓에서 저녁 찬거리를 해결하기로 찜해놓고 우선 올드 타운으로 향했다.

뉴 타운에서 다리를 지나면 타임머신을 타고 넘어온 듯 다른 시간, 다른 공간같은 올드 타운이 펼쳐진다.
색소폰 연주가
노벨 박물관

걷다 보니 갑자기 성문이 나오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에 ‘뿅’ 하고 도착한 것처럼 고풍스러운 다리와 건물들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구시가지로 들어선 나는 그 아름다움을 눈에, 가슴에 담아 내기에 바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애잔한 색소폰 선율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긴 곳은 노벨 박물관이 있는 광장이었다. 20% 정도 부족한 조지 쿠르니같은 젊은 오빠가 명곡들을 연이어 불어 대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그의 연주를 들으며 쉬기도 하고, 또는 옛추억에 잠기게도 하니…우리 여정 속에 선물 같은 존재였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시청 의회실
금장의 실내 연회장

비와 함께 낭만으로 가득 덮여있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스톡홀름의 핵심이라 할수 있는 시청 투어에 나섰다. 이곳에서 노벨상 시상식을 한다고. 밖에서 보기엔 그저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이었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그 위엄과 기품이 과연 명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2년에 걸쳐 7만개의 금 모자이크 방식으로 완성했다는시청의 실내 연회장은 그 정교함과 화려함, 그리고 각 조각마다 의미와 상징성을 부여했으니 과히 압도적이라 할수있었다. 그 시대에(1911-1923) 저런 걸 고안하고 건축할 수 있었던 고도의 기술과 심지어 아랫층 부엌에서 위층 연회장까지 몇 백명의 음식을 나르기 위한 엘리베이터 시설까지 갖췄으니 그들은 100여년전에도 지금의 현대 문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했었다는게 그저 놀랍고 경이로웠다.

문득 우리 조상들의 총명함과 기술, 그리고 우리 나라의 아름다움이 세계 최고라고 강조하셨던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 떠올랐다. 물론 우리 조상들은 자랑스럽고 똑똑했으며 역사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가진 분들도 분명 많았다. 그러나 그것이 독보적으로 세계 최고라고 하기에는 기준이 모호하다. 당시 선생님이 무조건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하기보다는 다른 나라의 우수성도 알려주고 ‘세상에 나가 직접 보고 스스로 생각해 봐라’ 했더라면 더 많은 관심을 다양하게 가질수 있지 않았을까…? 내게 여행은 이런 것이다. 옛 기억과 생각이 새로운 세상과 만나 널뛰듯 전혀 또다른 아이디어와 사고를 창출해내는… 그러니 어찌 멈출 수 있겠는가!

북유럽의 낭만적인 골목
잿빛에 내려 앉은 뉴와 올드를 이어주는 스톡홀름의 다리

글,사진 Y. Travel

현재 MissyUSA <역마타고 만나는 세상> 저자

Kakao Story @yunkevin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