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유쾌한 ‘그녀’의 하우스 콘서트

영화배우이자 모델로 활동했던 리키김 씨의 아내로 알려져 있는 류승주, 그녀는 삼 남매의 엄마이자 <드림 걸즈>, <나쁜 녀석들>, <웨딩 싱어> 등에 출연하며 왕성히 활동했던 중견 뮤지컬 배우이다. <오 마이 베이비>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모두 한국에서 얼굴을 알렸고, 그 뒤 여러 예능 프로에서 예쁜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과 부부의 활약상을 볼 수도 있었는데, 리키김 씨의 할리우드 영화 제작과 출연을 위해 미국 LA에 정착한 지도 햇수로 어느덧 4년째. 더욱이 지금은 삼 남매를 데리고 콜링의 확신을 위해 가족 모두 과테말라를 출발지 삼아 발길 닿는 대로 여러 곳을 떠돌아 다니며 방랑 생활을 한 지 1년 반이 되었다는데……. 뉴욕과 뉴저지 역시 그 정처 없는 여행의 과정 가운데 짧게 머무는 곳이라고.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어느 주말 저녁, 콘서트가 열리는 하우스에 들어서기도 전에, 분주하고 맛있고 즐거운 소리가 들려 왔다. 시작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있는데……. 하지만 현관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다정하고 따뜻하고 흥겨운 사람들의 공기를. 그리고 곧 그런 사람들로 꽉 채워질 것이라는 행복한 예감을. 

 

이승철의 ‘마더’ 작곡가이자 공연 기획자인 김유신 씨와 그의 밴드가 함께 이 작은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첼로, 기타, 키보드 반주 그리고 드럼.  집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가까이서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라니.  게다가 손맛과 정성 가득한 홈메이드 칵테일 푸드, 그리고 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손님들을 맞기 위해 음식이며 사진, 무대, 장식 등을 준비하는 손길이, 한편에서는 서로 인사하고 스몰 토크를 나누는 목소리가, 한편에서는 이제 곧 시작될 콘서트를 위해 음색을 맞추어 보는 마음이, 한편에서는 오늘의 주인공 아내를 위해 비디오 촬영을 준비하고 집안 조명, 음향 등 여러 가지를 살피는 남편의 사랑이, 저마다 각각 그러나 하나의 시간을 향해 공존하고 있었다.

비틀즈의 ‘Love’로 시작되었다.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하고, 서로 인사하고, 껴안고, 웃었다. 사랑은 별 게 아니었다. 노래를 들려 주고, 함께 노래하고,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너의 슬픔을 들어 주고, 이렇게 나누는 우리들의 시간.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닌 사소함이 의미가 되고 추억이 될 시간. 

다음 곡은 ‘엄마로 산다는 것은’. 엄마도 소녀일 때가, 엄마도 나 만할 때가, 엄마도 아리따웠던 때가 있었겠지. 그 모든 걸 다 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 엄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우리 안에 엄마는, 태어나서 처음 받은 사랑이고, 언제나 불리한 사랑이고,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 미어지는 사랑. 

아픈 기억들.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하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어요.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떠난 이에게 노래해요. 후회 없이 사랑했다고. 이제 새로운 꿈을 꿀게요. ‘걱정 말아요 그대’.

정처 없이 다닌 방랑 길이었지만, 계획 없이 그저 무작정 그분의 목소리와 뜻을 구하려 다닌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류승주 씨는 남편의 순종을 보았고 믿음을 보았다. 그리고 주님은 그들에게 배우, 모델, 연예인의 화려함과 세상적인 능력 대신 어떠한 것으로도 대신 셈할 수 없는 미션을 주셨다. 바로 InspirAgain. 미디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작고 힘겹고 고단한 이 세상 존재들에게 사랑이 되라는 것. 그래서 그들은 첫 여행지 과테말라에 짐을 풀고 후원사업을 시작했다. 방랑의 길에서 얻은 확고한 길이었고, 계획 없이 다닌 시간 속에서 발견한 그분의 계획이었다.

류승주 씨 가족에게 올해가 그분의 콜링대로 소중한 뜻을 펼치는 시작의 시간이라면, 맘앤아이에겐 어떨까. 대표님의 인사 시간에서 그녀는, 잡지를 발행한 지 20년 되는 소회를 담담하고 감동 있게 풀었다. 20년 전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지금까지 어떤 거창한 목표나 뜻, 사명이 있어서 이 시간을 감당한 게 아니었단다. 하다 보니,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20년이 흘렀다는 건데, 그런 무운이 어디에서 왔겠는가. 매 순간 열심히 살아 내고, 버티어 내고, 정성을 다해 엮어 온 성실한 시간의 값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 시작의 시간에 서 있고, 누군가는 이미 20년을 지나 되돌아 보는 시간에 서 있지만, 같을 것이다. 그 마음은. 그 사랑은.

마지막 곡은 ‘소원’이었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축지법을 써서 여러분을 그때 이 노래를 부르던 그 공간으로 데려가고 싶다. 좁은 길로 가기를 원해. 내가 가는 길만 가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 줄 수 있다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노래를 듣고, 포토 타임을 갖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던 애프터 파티 시간. 그 정겨운 시간은 벌써 아름다운 추억이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