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서 콤부차까지, K-푸드가 세계를 물들이다
― 2025 뉴욕 팬시푸드쇼 현장에서 본 한국 식품의 진화와 전략
글·사진 | Sylvia Kim (Publisher, The M / KORISE)
“고추장이 케첩이 되고, 김치가 피클을 만나다”
K-푸드가 트렌드를 설계하는 시대가 왔다
2025년 여름, 뉴욕 맨해튼의 심장부에서 열린 팬시푸드쇼(Summer Fancy Food Show).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행사는 단순한 식품 전시를 넘어, 글로벌 식문화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연 K-푸드가 있었다.
K-푸드는 이제 더 이상 한인 마켓의 특수식품이 아니다.
CJ, 대상, 동원 같은 대형 기업부터, 기능성 음료, 식물성 식품, 발효 기반의 스타트업까지 총 66개사가 참여한 한국관은 단일 국가관으로서 가장 전략적이고 완성도 높은 라인업을 선보였다.
한글 브랜딩과 한국적 디자인, 그리고 제품군의 다양성은 미국 바이어와 미디어 모두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제 K-푸드는 아시아계 이민자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건강과 웰니스, 지속가능성, 글로벌 감성이라는 전 세계적 가치에 걸맞은 산업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부. K-푸드 신드롬을 관통하는 5대 키워드
1. 헬스 & 웰니스 3.0 – 발효와 과학의 만남
장 건강과 인지력 개선을 위한 기능성 음료, 카페인 없는 홍삼 에너지 드링크,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설계된 프로바이오틱스 스낵까지.
이번 쇼는 ‘마시는 웰니스’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알렸다.
K-푸드는 고유의 발효 기술과 현대 과학을 결합해, 건강을 ‘지속 가능한 습관’으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2. 글로벌 플레이버 매트릭스 – ‘맛있게 매운맛’의 확장
고추장은 더 이상 한식의 재료가 아니라, 세계 소스 시장의 주류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버거 소스, 샐러드 드레싱, 마리네이드 등 다양한 요리와 어우러지는 고추장 기반 제품들은 퓨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조리법을 제안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 브랜드가 자체 출시한 ‘김치 피클’ 제품은 한국 식품의 융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3. 편리미엄 홈쿠킹 & ‘걸 디너’ 2.0
‘더 빠르고 간편하지만, 건강하고 맛있게’를 원하는 미국 소비자에게 K-푸드의 밀키트, 컵 떡볶이, 김부각 스낵 등은 탁월한 해답이 되었다.
특히 ‘업스케일 홈쿠킹’과 ‘걸 디너’ 트렌드는 한국의 간편식과 고급 스낵류가 정확히 타깃팅할 수 있는 시장이었고, 그 결과는 현장 반응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4. 클린 레이블과 가치 소비
유기농, 비건, 무첨가 문구뿐 아니라 친환경 포장재, 공정무역 인증 등 브랜드가 가진 철학까지 소비자는 주의 깊게 살펴본다.
K-푸드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제품의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브랜드 신뢰도와 직결되는 전략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5. 문화에서 산업으로 – ‘한식’이 아닌 ‘K-푸드’로
이제 K-푸드는 ‘문화 콘텐츠’가 아니라, 글로벌 식문화를 선도하는 ‘전략 산업’이다.
건강, 지속가능성, 기능성, 그리고 감성적 브랜딩이 결합된 K-푸드는 한식의 범주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2부. 시장을 지배하는 K-푸드 대표 기업들의 전략
CJ제일제당 – ‘비비고’ 제국의 확장
비비고는 제품이 아닌 생태계다.
전자레인지용 비빔밥, 식물성 만두, B2B 고추장 소스까지, 다양한 소비층과 유통 채널을 겨냥한 포지셔닝은 CJ가 단순 식품 회사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비비고 왕교자가 미국 코스트코 냉동만두 부문 1위를 차지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적 사례다.
대상 청정원 – 발효의 미학과 브랜드 철학
전통 장류에 담긴 시간의 가치를 강조하며, 제품의 ‘맛’뿐만 아니라 철학까지 전달하는 대상의 부스는 미디어와 바이어의 주목을 받았다.
지속가능 포장재와 문화적 서사를 결합한 브랜딩 전략은 단순 제품 전시를 넘어 ‘스토리 기반 소비’를 유도했다.
동원F&B – 고단백 식단과 젊은 감성
‘휴대성과 고단백’이라는 명확한 슬로건 아래, 동원은 참치 샐러드 키트, 홍삼 젤리, 에너지 드링크 등으로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었다.
특히 홍삼의 이미지를 MZ 감성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은 건강과 디자인, 경험이 결합된 트렌드의 결정판이었다.
팔도 – 뉴트로 감성의 리브랜딩
왕뚜껑과 비빔면은 오리지널의 향수를 살리면서도,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현대적 감성으로 재구성되었다.
복고와 미래 지향적 가치를 동시에 담은 전략은 세대 간 브랜드 유입을 가능하게 했다.
Fun Fact
2024년 미국 코스트코 냉동만두 매출 1위는 비비고 왕교자.
이제 미국인들의 냉동고에도 K-만두가 기본 옵션이 되었다.
Insight
K-푸드는 더 이상 ‘한식’이라는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기능성 음료, 클린 레이블, 글로벌 소스화, 지속가능 전략 등
K-푸드는 곧 웰니스이자, 글로벌 식문화 전략의 미래다.
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산업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은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다.
결론: 장밋빛 미래와 넘어야 할 허들들
팬시푸드쇼 2025는 K-푸드가 글로벌 식문화의 주류로 진입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그러나 여전히 FDA의 과학적 검증 기준, 복잡한 유통 구조,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의 과제는 남아 있다.
특히 기능성 문구 표기와 유통 단계의 다중화는 중소 브랜드에게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푸드는 이제 단순히 ‘주목받는 브랜드’가 아니라, 세계 식품 시장을 정의하는 주도적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이는 한류의 여운이나 일시적 유행이 아닌, 수십 년의 전통과 전략, 디자인과 과학이 만들어낸 구조적 진화의 결과다.
K-푸드의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