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ze New York 2025: 감각의 도시, 예술로 물들다
― 불확실한 시대 속, 뉴욕은 예술로 다시 살아났다
글 | Sylvia Kim (Publisher, The M / KORISE)
감각의 현장, 다시 The Shed에서
2025년 5월 7일부터 11일까지 열린 Frieze New York은 다섯 번째로 The Shed에 돌아왔으며, 5일간 약 25,000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세계 67개 주요 갤러리가 참가한 이번 행사는 경기 불황과 미술 시장의 변화 속에서도 뉴욕이라는 도시를 다시 예술로 채우는 데 성공했다.
행사장이 된 The Shed는 허드슨 야드 중심에 위치한 유연한 구조의 문화 공간으로, Universal Design Studio가 설계한 2025년의 공간 구성은 ‘몰입’과 ‘발견’을 중심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대형 부스와 소규모 갤러리가 격자형으로 조화롭게 배치되며 자연스러운 동선을 형성했고, 관객의 집중과 탐색을 유도했다.
글로벌 네임과 새로운 목소리의 공존
이번 Frieze에는 Gagosian, Hauser & Wirth, David Zwirner, Pace, Perrotin과 같은 글로벌 블루칩 갤러리뿐 아니라, 303 Gallery, Miguel Abreu, Tina Kim Gallery 같은 지역 기반 갤러리도 함께 참여해 문화적 균형을 이뤘다. Frieze는 단순한 거래의 장을 넘어서, 미적 대화와 감각적 실험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다시 증명했다.
특히 큐레이터 루미 탄이 기획하고 Stone Island가 후원한 ‘Focus’ 섹션은 12개의 젊은 갤러리들이 실험적이고 강렬한 시각 언어를 선보이며 미래 지향적 흐름을 이끌었다. 서울의 G Gallery, 런던의 Champ Lacombe, 싱가포르의 Yeo Workshop 등은 이번에 처음 참가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인도네시아 출신 작가 치트라 사스미타(Citra Sasmita)의 직조 설치는 식민주의와 여성의 신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주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조각과 섬유 사이, 감각의 밀도
가장 많은 시선을 모은 부스 중 하나는 Gagosian이었다. 제프 쿤스의 ‘Hulk Elvis’ 시리즈 중 하나인 <Hulk (Tubas)>는 거대한 브론즈 조각에 황동 튜바가 연결된 기형적 구조로, 유년기의 키치와 고전 음악의 장중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상업성과 고급 미술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쿤스 특유의 미학이 그대로 드러났다.
반면 Tina Kim Gallery는 보다 내밀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작가의 작품은 전통 한지와 철사를 엮어 기억과 시간을 시각화했으며, 이러한 섬유 설치는 관객으로 하여금 오랜 시간 머물게 하며 감각의 지속성을 환기시켰다.
도시와 연결된 예술: 몸으로 걷는 퍼포먼스
Frieze는 이제 단순한 전시장 안의 경험을 넘어 도시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올해 High Line과 공동 기획된 퍼포먼스 프로그램은 그 대표적인 시도였다. 필비 타칼라의 <The Pin>은 느린 동작과 무언의 존재로 공간을 점유했고, 아사드 라자의 <Immortal Coil>은 걷는 방식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만드는 산책형 작품이었다.
더 셰드 내부에서는 Carlos Reyes의 사운드 설치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음향을 변주하며, ‘듣는 전시’라는 새로운 감각 체계를 제시했다. 이는 관객을 수동적 ‘보기의 주체’가 아닌 적극적 ‘감각의 동반자’로 전환시키는 시도였다.
동시에 Frieze 주간에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다루는 독립 페어 1-54도 열려, 글로벌 아트 씬 내에서의 문화적 균형 회복이라는 흐름을 공유했다. 올해는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작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졌으며, 신진 작가에 대한 컬렉터들의 관심도 높았다.
예술 시장의 공기: 조심스러운 낙관
2025년 1분기 미국 GDP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경제 불확실성은 미술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Frieze는 빠른 구매보다 ‘신중한 관람’, ‘장기적 가치’를 추구하는 컬렉터들의 분위기로 조용한 낙관을 보였다.
중간 가격대 작품에서도 기관 및 개인 컬렉터의 관심은 유지됐으며, Mendes Wood DM에서 소개된 작가 홍은남의 사진 회화는 전시 초반에 전량 판매되며 긍정적인 반응을 입증했다.
변화 속에서 유지되는 정체성
Frieze는 2025년, 엔데버(Endeavor)가 Ari Emanuel 주도의 콘소시엄에 약 2억 달러에 매각되었다. Apollo 및 RedBird Capital이 참여한 이번 인수에도 불구하고 CEO 사이먼 폭스 체제는 유지된다. 일부에서는 확장과 재편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올해의 행사는 기존 정체성과 기획 방향이 뚜렷하게 유지되었다는 평이다.
Frieze Americas 디렉터 크리스틴 메시니오는 “올해 Frieze는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감수성과 구조를 정면으로 반영해냈다”고 밝혔다.
결론: 불확실성 속의 확신, 예술은 여전히 중심이다
Frieze New York 2025는 단순한 아트페어가 아니었다.
예술과 도시, 감각과 공간, 그리고 시장이 교차하는 현대적 감각의 총합이었다.
조각의 장엄함, 섬유의 내밀함, 퍼포먼스의 시공간성, 시장의 반응성과 문화적 다양성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여전히 세계 예술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불확실한 미래일수록, 예술은 더욱 선명해진다.
Frieze는 오늘의 감각과 내일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다.
Frieze New York 2025: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서울 로스터리와 커피의 향연
올해 Frieze 현장에 설치된 공식 팝업 카페는 서울 기반의 스페셜티 브랜드와 협업해 운영되었다. 일부 관람객은 “이번 Frieze 최고의 작품은 커피였다”고 평했다.
쿤스의 조각 운반, 6일간의 여정
<Hulk (Tubas)>는 설치와 운송에만 총 6일이 소요되었으며, 작품 보험과 운반도 수집의 일부로 간주되고 있다.
Frieze 주간, 뉴욕 전체가 예술 생태계
NADA, Independent, 1-54 등 위성 페어가 동시 개최되며, Frieze는 단일 이벤트를 넘어 도시 전체를 아트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관람객 4명 중 1명은 첫 방문자
올해 Frieze는 이전보다 젊은 세대와 크리에이터층의 유입이 확연히 늘었으며, 아트페어가 대중 문화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속가능한 The Shed, 환경까지 고려한 아트페어
The Shed는 개폐형 천장과 친환경 공조 시스템을 적용한 첫 글로벌 아트페어 공간 중 하나로, Frieze는 ‘지속가능한 전시 경험’을 실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