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불안과 우울의 신호들

보이지 않는 불안, 아이의 행동에서 읽다

글_ Dr. Minji Kim

“우리 아이가 무슨 스트레스를 받아요?” 많은 부모님이 무심코 던지는 이 질문 속에는 아이들에 대한 오해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5세부터 10세까지의 아이들도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때로는 우울감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단지, 어른들처럼 이를 말로 잘 표현할 줄 모를 뿐이죠. 만약 아이가 갑자기 자주 아프다고 하거나, 평소 좋아하던 활동에 흥미를 잃고, 짜증이 늘어 친구들과 거리를 둔다면 – 그건 행동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언어일 수 있습니다. 부모로서 이 작은 신호들을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정서적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1. 말보다 행동이 먼저 표현되는 아이의 마음
아이들은 “힘들어”라고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배 아파”, “학교 가기 싫어” 같은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7세 호연이는 영어 발음 때문에 놀림을 받은 뒤, 매일 아침 복통을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했습니다.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호연이의 마음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고 있었던 겁니다. 5~7세의 아이들은 악몽, 분리불안, 퇴행 행동 등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표현합니다. 반면, 8~10세 아이들은 성적 하락, 감정 폭발, 과도한 걱정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2. 코로나 이후, 아이들 마음에 남은 그림자
팬데믹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세상도 바꿔놓았습니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기회가 없어지고, 마스크 뒤에서 정서를 공유할 수 없던 시간은 특히 5~10세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9세 지민이는 학교 앞에만 가도 숨이 막힌다고 말합니다. 전형적인 공황 증상이었지만, 부모는 단순히 ‘학교 가기 싫은 거겠지’라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3. 정서 회복, 일상 속 작은 변화로도 가능하다
놀랍게도, 약 없이도 아이의 스트레스를 완화할 방법들이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행복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자연과의 접촉(그린 타임)은 마음을 안정시킵니다. 놀이 또한 아이가 감정을
해소하는 데 있어 중요한 수단입니다. 6세 지훈이는 부모의 이혼 후, 찰흙으로 ‘감정 괴물’을 만들어 감정을 투사하며 자신의 슬픔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4. 비교는 불안을, 격려는 자신감을 키운다
“왜 너는 사촌만큼 못 해?” 이런 비교는 아이의 내면을 위축시키고, 불안을 키우며, 자신감을 무너뜨립니다. 반면, “끝까지 시도한 네 모습이 정말 멋졌어”라고 과정 자체를 격려하면,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건강한 자존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실패도 괜찮다는 메시지는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첫걸음이 됩니다. 또한, 부모가 아이의 갈등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헬리콥터 양육은 오히려 자율성과 회복력을 떨어뜨립니다. 부모는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혼자 해결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손 내밀어 준다면,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회복할 힘을 얻게 됩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아이의 작은 변화를 살피고 귀 기울이고 있는 당신. 그 따뜻한 마음에서 치유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부모로서 함께 성장하는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그 길에 더 앰이 함께합니다.

Written By
Dr. Minji Kim
임상심리학자 | 심리학 박사

  • 하버드대학교 심리학·뇌과학 전공, UCLA 임상심리학 박사
  • 미국 공인 임상심리학자
  • 아동·성인의 정신 건강 연구 및 상담 진행
  • 개인 맞춤형 심리 지원 개발
  • =한국 거주, 대면·온라인 상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