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_한보연, 김태경, 아만다 김, 김정은
진행_심혜진 헤어_메이크업 Tie the Knot 유해경 원장 장소제공_한보연
글, 정리_양현인 에디터
아티스트와 엄마 역할을 오가며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네 명의 여성들이 뭉쳤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를 떠나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호스트 심혜진 씨와 함께 힐링과 같은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초록빛 정원을 한껏 품은 예쁜 집 뒤뜰에 모인 5명은 테이블과 다과, 꽃도 직접 세팅하고 서로의 옷매무새를 봐주며 한껏 들뜬 표정으로 현장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바쁜 삶 속에서도 여유를 가지며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들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심혜진 아름다운 날씨에 예쁜 집에서 아티스트이자 엄마로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멋진 뉴요커 엄마들과 함께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쁘고 반갑습니다. 먼저 집으로 초대해 주신 한보연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아이 둘의 엄마이자 호스트 심혜진입니다. 그럼 각자 자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보연 안녕하세요.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아티스틱 디렉터 한보연입니다. 아이 세명의 엄마입니다.
김태경 밝은 빛으로 세상에 희망을 선사하고자 노력하는 미술작가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김태경입니다.
아만다 친환경 디자인을 추구하는 인테리어 건축가이자 웰빙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아이 셋의 엄마 아만다라고 합니다.
김정은 반갑습니다. 따뜻한 소리로 세상에 따뜻함을 전하고 싶은 소프라노 김정은입니다.
심혜진 오늘 날씨도 너무 좋네요! 네 분이 모두 예술을 하시는 아티스트이자 자녀가 있는 엄마인데 일을 병행하며 혹시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김태경 힘들 때도 있지만 엄마의 역할이 예술활동을 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해요.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는 너무 힘들고 아티스트로서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그런데 올해로 아들이 10살이 되었는데 돌아보니 아이를 키우며 아트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습니다. 아티스트로서 육아가 힘이 되기도 합니다.
김정은 저도 공감해요. 공연을 사랑해서 첫아이 낳고서 아이를 데리고 공연을 다녔어요. 하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또 둘째를 낳고 보니 둘을 데리고 다니는 건 너무 어려웠습니다. 물론 지금도 공연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펜데믹으로 공연 예술계 상황이 어려워져서 시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그러나 두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전에는 마음이 조급하였는데 이제는 여유와 연륜이 생겼다는 것을 느껴요. 이러한 긍정적인 마음을 바탕으로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아만다 저도 두 분 말씀에 백퍼센트 공감해요. 아이 둘을 낳기 전에는 직장생활을 했어요. 하지만 엄마가 되어보니 풀타임 근무가 어려워져서 프리랜서로 전향해 경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리랜서가 되어보니 집에서 일을 해야 하고 일하는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다 보니 공과 사를 구분하고 아이들을 케어하며 일을 하는 것이 혼란스럽고 힘들더라고요. 엄마의 역할을 하며 아티스트로 살아남는 일은 정말 발란스를 잘 맞춰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보연 저는 유학을 와서 미국에서 남편을 만나 정착한 케이스에요. 전공이 성악이고 평생 노래를 불러왔어요. 그런데 그만 턱을 다치게 되며 몇 년간 치료를 해야만 했어요.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저의 삶이었는데계속 경력을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고 막막했습니다. 그렇게 진로고민을 하면서 우연히 사진을 배우게 되었어요. 음악가로서 활동할 수는 없지만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찍으며 렌즈 너머에서 공감을 하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그러나 아이 셋이 태어나다 보니 커리어와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정말 어렵더라구요. 이제는 아이들이 어느정도 자라 다시 아티스트 디렉터로서 새 꿈을 품고 일하고 있습니다.
심혜진 정말 멋지시네요! 삶에는 많은 변수가 늘 일어나고 또 꿈을 쫓으며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계속해서 아티스트로서 꿈을 추구하고 변화하는 삶을 살고 계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혹시 아이들이 엄마의 아티스트적 재능을 물려받았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 있으신가요?
한보연 사실 저희 아이들은 저처럼 음악을 전공해요. 아이 셋이 다 현악기를 하는데 사실 각자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다른 악기를 공부합니다. 주변에서 셋을 다 연습시키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해요. 물론 저는 힘들지만 아이들이 각자 성격이 다른 만큼 좋아하는 악기가 다르더라구요. 제가 잘 할 수 있고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음악이라 아이들의 개성에 맞게 최선을 다해 서포트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힘든 건 사실입니다. 하하.
김태경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가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를 작업실이나 집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그런데 아이가 자꾸 저랑 비교를 하더라고요. 엄마는 잘 그리는데 ‘나는 잘 못 그려’ 하면서요. 그래서 한동안은 그림을 그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아트 클래스를 보내도 그림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았고요. 그게 저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격려를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제 작가친구들의 스튜디오에 데려가서 스케치북에 같이 낙서를 하게 했어요. 또 칭찬을 많이 듣게 해주어 자신감을 얻게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죠. 그랬더니 조금씩 미술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림을 매우 잘 그린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색감이 좋고 색깔 배합을 잘해요. 이제는 제 화가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자기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더군요.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고 또 즐길 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은 저희 아이들도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아요. 사실 첫째 같은 경우는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공연장에 데리고 다녀서 뛰어난 음악적 소질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제 기준에서는 아이가 그렇게 음악에 큰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또 무엇보다 제가 아이를 가르치려고 들고 계속 판단하게 되니 아이가 음악 자체에 흥미를 좀 잃게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음악은 즐기도록 해주고 있어요. 무엇이든 각자의 때가 있고 또 본인의 적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에 음악을 공부하길 원한다면 서포트를 하겠지만 억지로 무언가를 강요하려고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만다 저는 여러가지를 배우게 해주고 그 중 좋아하는 것을 시키려고 해요. 무언 가를 좋아하면 그건 잘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아버지는 건축하셨고요. 그런데 그림을 그릴 때마다 왠지 아빠처럼 멋진 걸 그려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물론 아버지께서 강요하신 적은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보다 왠지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찾으며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보연 씨 Artistic Director at SMYH Foundation – 한보연씨의 세 아이들
소프라노 김정은 Teacher at Concordia Conservatory – 김정은 씨의 가족사진
심혜진 저도 아이들 엄마로써 정말 공감이 갑니다. 부모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자신으로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본인의 길을 선택하고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려면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튼튼한 정체성과 건강한 자아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 같은데요. 한인2세로 미국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우리가 부모로서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김정은 제일 중요한 것은 먼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5-6살 무렵, 한국어를 안 쓰고 싶어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정말 다행인 것은 요즘 아시안 문화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케이팝이 유행하고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에요. 최근에 아시안 혐오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되며 아이들 사이에서도 작은 언어차별이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사실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그러나 아이에게 많은 컨텐츠를 통해 한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이고 정말 멋진 민족이다 라는 것을 소개하자 아이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하더라고요.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하려면 먼저 어른인 우리가 세상에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만다 저희 남편은 중국인이에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엄마는 한국사람이고 아빠는 중국사람이라고 소개하더군요. 아이들이 어려서 아시안 혐오범죄에 대해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다행히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터라 친구들과 트러블은 없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세상에 차별과 미움 비교 이런 문제는 언제나 어느정도는 존재하지만 그 부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나쁜 부분에 집중하기 보다는 선한 측면과 화해할 수 있는 방향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고 본인의 목소리를 자신감 있게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보연 저도 동의합니다.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언급하면 할 수록 오히려 편견과 적대심이 자라는 것 같아요. 물론 화해와 화합을 위한 대화와 교육은 필요하지만 말이죠. 저는 아이들을 아이들 자체로 이해하고 바라봐 주는 것이 아이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가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펜데믹을 계기로 사실 아이들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어요. 펜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상황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알고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분명 좋은 점도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태경 맞습니다. 저도 정말 동의해요. 팬데믹 기간동안 참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먼저 엄마로서, 부모로서, 한국인 그리고 아시안으로서 확실한 정체성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 공공아트로서 LA한인타운에 1920년대의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독립신문에 내신 한지를 사용한 작품을 냈어요. 일제시대에도 한국인이 정체성을 지켰던 것과 같이 강한 정신력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또 많은 이들에게 작품으로 소개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외국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반응이 좋았어요. 예전부터 한국예술의 역사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 정신에 대해서 알려주어 고맙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내가 내 나름대로 조금씩 노력하여 주변사람들에게 알리고 당당한 아시안 미국인으로 살아가면 아이들에게도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만다씨의 사랑하는 가족들 – H.O.P. Art Founder 이자 Architect 인 아만다 김
Suzy Studio Artist 김태경 작가 – 김태경 작가 가족들과 함께 작품 앞에서
심혜진 소중한 이야기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또 아티스트로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큰 영감을 받습니다. 만일 결혼을 하지 않았고 정말 화려한 싱글로 남으셨다면 어떠한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예상하세요?
김태경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려서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계속 그림 그리는 것에는 변화가 없었을거에요. 하지만 작품의 주제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결혼하기 전에 그린 그림을 보면 고민이 담긴 작품이 많아요.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에게 밝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하지만 가짜로 밝은 모습으로 작품을 포장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정말 밝아져야 하는거죠. 만일 싱글이었다면 홀로 분위기 잡으며 고뇌에 빠져 심취해 있었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하.
아만다 결혼 이후에 저는 삶이 많이 바뀌었는데 긍정적으로 바뀌어서 싱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만약 상상으로 결혼을 안 했다고 가정하면 아마 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워커홀릭이 되어있지 않았을까요? 하하.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건강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웰빙 라이프를 추
구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아요!
한보연 상상이 잘 안되네요! 하하. 싱글 때 기억이 잘 안나요. 하지만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아마 결혼을 안 했다고 해도 혼자 하는 일 보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비즈니스를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김정은 저는 싱글 때는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며 연주활동을 이어가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은 미국에 와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이 꿈을 마음에 품고 있었어요. 하지만 둘 째를 낳으면서 현실적으로 이 꿈을 실현 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아마 싱글이었다면 세웠던 목표를 이루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심혜진 그렇군요! 오늘 이렇게 엄마이자 아티스트로서 활약하고 계시는네 분 모시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해 주신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태경 엄마들과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엄마들끼리 만나 브런치를 먹으며 속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즐거웠어요. 뜻 깊은 기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보연 정말 뜻깊고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의미 있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고 또 함께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정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처럼 설레는 일이 많지 않은데 모처럼 어제 브런치 모임에서 입을 옷을 다림질하고 여러가지를 준비하며 정말 오랜만에 소풍 전날의 아이처럼 가슴이 뛰었어요. 추억에 남을 좋은 시간을 갖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만다 전 반대로 ‘내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하며 어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오늘 만나 함께 대화하니 어릴 때 제 모습과 싱글 시절의 기억을 다시금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 가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