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mall step, One giant leap'

몇 해 전 미국의 한 언론사는 인류의 집단 우주 이주를 계획한 우주국가 ‘아스가르디아(Asgardia) 건국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음을 발표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Space X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기(Making Humanity a Multi-Planetary Species)’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고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사실 인류의 활동무대를 지구 밖 행성으로 옮겨놓은 이야기들은 오래 전부터 ‘공상과학’ 의 시나리오로 자주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우주과학에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그러나 21세기의 신기술과 첨단 과학의 발달에 힘입은 여러 다양한 프로젝트들은 ‘우주시대’에 대한 인류의 행보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9월 맘앤아이 인터뷰 코너와 마주한 27살의 젊은 공학도 김헌주씨는 미국 항공우주국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의 JPL(Jet Propulsion Laboratory-Caltech Center)에서 Mechanical Engineer로 일하고 있는 연구원이다. NASA에 입사한지 4년 남짓한 경력이지만, 현재 화성탐사 미션 ‘MARS 2020’와 유로파(Europa) 탐사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NASA에서의 공부와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개발과 산업의 스타트 업을 꿈꾸며, 나아가 우주 대중화에 헌신하고 싶다는 포부를 지닌 그는 반듯한 외모에 평소 운동을 즐기며, 쇼팽을 연주할 정도의 피아노 실력까지 갖춘 소위 ‘Golden Child’였다.

인터뷰, 글  최가비   사진  Joseph Bae, Grace Kim   장소 The Party House

반갑습니다, 김헌주씨. NASA는 사실 한 국가의 정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로 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는 곳인데요, 이런 곳에서 일하시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는 그저 제가 일하는 직장이기 때문에 NASA에 대해 평소 특별한 생각을 갖지 못했는데, 오늘과 같은 이런 기회가 있을 때는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죠.(웃음) 

NASA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잘은 모르지만, NASA는 미국 항공우주국으로 아까 말씀하신대로 정부의 우주기구입니다. 원래는 1차 세계대전 쯤 항공무기 체계 관련을 바탕으로 만든 NACA라는 이름의 정부기관으로 출발해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우주기술을 선도하는 항공우주분야에 더 큰 비중을 두고 NASA로 명칭을 바꾸었다고 알고있어요. 워싱턴 D.C의 본사를 비롯해 미 전역 여러 곳에 산하기관을 두고있는데, 저는 JPL(Jet Propulsion Laboratory, 제트추진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헌주 연구원이 속한 JPL은 어떤 곳이며, 그 곳 환경이나 분위기는 어떤가요?

JPL은 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운영하는 국가연구시설입니다. 주 업무로는 행성탐사, 천체물리학, 지구과학 기술개발 및 심우주 통신망 등 첨단기술분야의 혁신을 꽤하는 연구를 하는 곳인데요, 연구소가 학교캠퍼스 내에 있기 때문에 학구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할 수 있어요. 직장이라고 해서 일반 기업체 같은 느낌은 아니고, 조직 내 상.하 지위 구분없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프로젝트를 함께 완성해가는 것에 촛점을 두는 곳이죠. 뭐랄까, 한사람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김헌주씨는 언제 미국에 왔고, 대학에서는 어떤 공부를 했는지, 또 NASA에 입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주재원이신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왔어요. 어릴 때부터 기계를 만지거나 조립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로켓 같은 장난감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NASA 라는 곳에 막연한 동경을 가졌었던 것 같구요. 그렇다고 우주공학을 공부했던 것은 아니고 U.C Berkley 에서 기계공학과 물리학을 전공했어요. 어찌보면 NASA의 다른 입사원들에 비해 스펙이 좋았다고 할 수 없는데, 운이 좀 컸다고 해야할까요? 다만, 대학 시절에 제가 참여했던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NASA 에서 좋게 평가해주었던 것 같아요. 

NASA에 지원하고 입사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저는 졸업을 앞둔 시점에 대학으로 찾아오는 캠퍼스 리크루팅을 통해 지원을 했어요. NASA의 리크루팅 팀이 약 일주일 정도 학교에 머물면서 지원자들의 어플리케이션을 받았고 서류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은 1차 인터뷰를 가졌었어요. 그 이 후에는 NASA on-site에서 2차 인터뷰에 응하라는 편지와 에어티켓을 보내와서 연구소로 직접 가서 하루 종일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인터뷰는 어떤 실용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사정관들도 함께 참여하면서 진행한다는 점, 그리고 여러 다양한 기계 부품을 주면서 기계의 원리를 유추해내어 뭔가를 만들어 내도록 했다는 것, 그런 특수한 부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뭔가 지식적인 접근보다는 실질적인 접근을 유도하고, 한 사람의 능력을 다양한 경로로 평가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인터뷰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합격을 통지받게 되었구요.

NASA-JPL 연구소(사진출처 구글)
화성 탐사선 몸체 조립 완성 후(왼쪽 김헌주 연구원)
화성 탐사선 몸체 조립 완성 후
NASA가 MARS 2020를 위해 만든 New Rover (사진출처 EagleNews)

현재 JPL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프로젝트를 꼽으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내년에 발사하는 화성탐사 미션, 즉, MARS 2020에 집중하고 있다고 우선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지난 2012년에 화성에 보내졌던 탐사선에 의해서 화성에 물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이번에 가는 탐사는 화성에 있는 토양이나 암석 등의 샘플을 체취해서 지구로 다시 귀환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 샘플들을 지구로 가져오면 더욱 더 정밀한 검사와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총 40개의 샘플을 체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0년 7월 발사를 앞두고 현재 80%정도 진전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그 다음 프로젝트는 유로파(Europa – 목성의 위성 중 하나)에 대한 것인데요, 유로파는 전체가 물로 덮혀있어서 그 곳에 생명체가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에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40여개의 샘플 체취로 화성이 어떤 곳인지, 지구를 대체할 만한 곳인지를 Define 할 수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탐사선이 화성에 착륙하는 지점을 선정하는 일에 신중함을 기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를 위해서 여러 분야의 많은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함께 모여 자주 토론을 하고 모든 것을 면밀히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생명이 살았을, 혹은 살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탐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고, 여러 과학적 논거를 바탕으로 진중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MARS 2020 프로젝트에서 김헌주 연구원이 특별히 집중하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화성에서 체취한 샘플들을 담아 올 튜브와 봉인할 기계 등 매카니즘 관련일을 하고 있고, 탐사선 몸체 관련해서도 관여하고 있어요. 또 화성 상공을 날며 탐사활동을 보조하는 MARS Helicopter Scout를 시험 조종하는 역할도 맡고있습니다.

▲▶ JPL 연구소 (사진출처 구글)

사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우주에 대한 환상과 관심을 갖게 마련인데, 김헌주씨는 현재의 일을 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특별히 비중을 두고 공부했던 분야가 있었나요? 어린 과학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사실 NASA에는 다양한 과학분야가 있기 때문에 한 두가지에 국한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모든 과학분야에 폭넓게 관심을 갖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수학, 과학에 대한 능력이 전제된다고 가정할 때, 코딩같은 것을 공부해두면 좋을 것 같구요, 저는 중, 고등학교 때는 쓰리D 모델을 만들고, 로보틱스에도 관심이 많았었는데, 지식적인 접근도 좋지만 스스로 뭔가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 저로서는 더 가치있는 공부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또 어려서부터 유연하게 사고하고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겠죠.

자신의 성취를 이뤄나가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경우에는 부모님의 Support 가 가장 큰 에너지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어려서부터 기계같은 것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욕구가 충족되도록 저희 부모님께서 늘 지원해주셨어요. 그리고 그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어요. 

여가시간은 주로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예전에는 무한도전을 열심히 봤는데 프로그램이 끝나서 아쉽죠(웃음). 요즘은 주로 운동을 많이 하구요, 또 게임도 하고 피아노를 치기도 합니다. 사람들마다 ‘놀이’의 개념이 다를텐데요, 저는 뭔가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구상하고 어떻게 구체화할까 궁리할 때 큰 재미를 얻는 것 같아요. (웃음) 

김헌주 연구원이 생각하는 21세기의 인재란 어떤 유형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선 인재는 두 부류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스페셜니스트를 꼽을 수 있겠죠. 한 분야에 깊이있고 두드러진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사회적으로 볼 때 분명 인재가 맞겠구요, 또 스스로는 그런 전문분야의 탁월성은 없지만 다양한 스페셜리스트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메니지먼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유형의 인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두가지 조건에 탁월한 창의성과 논리적인 사고의 역량을 지닌 사람을 21세기형 인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주 탐사에 관여하는 공학도로서 미래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있나요? 

NASA에 계속 남아서 일을 한다고 전제를 하면, 더 많은 다양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프로젝트 팀을 직접 리드하는 일을 해보고 싶구요, 만일 스타트 업을 하게된다면 우주가 주는 베네핏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돕고싶어요. 사실 우주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있지만 현재는 일부 기관이나 소수의 개인만이 누리는 정도로 제한되어 있거든요. 저는 우주를 Commercialized 한다고 할까요? 좀 더 대중화해서 우주가 주는 다양한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일을 하고싶어요. 저 개인의 유익보다는 사회에,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다면 더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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