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소믈리에 김경문과 함께 한 갤러리 산책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친근한 소믈리에

마스터 소믈리에 김경문과 함께 한 갤러리 산책

 

마스터 소믈리에 (Master Sommelier) 란 와인의 최고 전문가에게만 주어지는 자격증이다. 현까지 전 세계 236 명만이 일명 ‘와인고시’라 불리는Court of Master Sommeliers 의 테스트에 합격했다. 그만큼 방대한 분량의 난이도 높은 와인 이론 시험과 까다로운 실기 시험에 합격한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마스터 소믈리에 타이틀이 주어진다.  지난해 한국인으로써는 최초로 마스터 소믈리에 테스트를 합격한 이가 있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마스터 소믈리에 김경문씨가 그 주인공이다.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에서 전문 셰프 교육과정을 거쳐 네바다 주립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김경문씨는 한국 청담동의 ‘정식당’과 뉴욕 지점인 ‘Jungsik’ 레스토랑의 오픈 멤버이기도 하며 현재는 3000가지의 와인리스트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The Modern 에 소속된 마스터 소믈리에이다. 그가 마스터 소믈리에 배지를 단지 1년여가 지난 지금, 그가 말하는 와인과 소믈리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맨해튼 브라이언 파크 인근에 위치한 Kenektid X Gallery 에서 만남을 가졌다.

어떻게 처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소믈리에라는 흔하지 않은 직업 분야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 부터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아마도 식품과학부 교수이신 어머니의 영향이 컷던 것 같다. 미식가이신 부모님들 덕분에 어릴때 부터 외식도 많이 했었고 항상 새롭고 다양한 음식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고등학교때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왔는데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할 때 어머니의 권유로 요리전문학교인 CIA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입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평소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았기 때문에 셰프가 되고 싶었다. CIA에 입학해 전문셰프 과정을 밟아 나아가던 중 와인 분야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와인 교육 과정은 음식들과는 또다른 새로운 분야나 마찬가지였다. 광범위한 와인의 종류와 배워야 할 새로운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미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거나 기량이 뛰어난 셰프들도 매우 어려워 하는 분야였다. 요리와는 또다른 새로운 분야라서 공부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와인 종류 자체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음식과 함께 조합을 이루면서 생성되는 새로운 향과 맛들이 매우 흥미로웠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렇게 와인에 대한 관심이 점차 깊어져 갔고 그때 부터 꾸준히 와인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소믈리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소믈리에라는 직업 분야가 생소한 독자들이 많을텐데 어떤 직업인지,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의 역할은 무엇인지 간단한 소개 바란다.

소믈리에란 와인을 매개로 소통을 이끌어 내어 손님과 레스토랑을 연결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에 대한 개념이 단순히 한끼의 식사를 목적으로 오는 손님이라는 차원을 넘어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찾아 즐기기 위해 방문한 손님들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극장을 찾은 관객이 그곳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문화 예술 공연을 즐기는 것 처럼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여가를 즐기는 하나의 문화 생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소믈리에는 손님들이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보다 잘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김경문 MS 를 포함해 단 세 명 뿐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시험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는 과정이 궁금하다.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려면  Introductory Sommelier, Certified Sommelier, Advanced Sommelier 시험에 먼저 합격을 해야 Master Sommelier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소믈리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는 요리를 공부한 사람들도 있고 처음부터 와인분야만 공부해서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 앞서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와인에 대한 지식 이외에도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적합한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접객 매너등 을 숙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현직 레스토랑 종사자들이 현장경험을 쌓으면서 동시에 이론과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만큼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체계를 밟아 나가는 과정은 아주 중요하다.

매스터 소믈리에 시험 이전에 치러지는 세가지 시험 과정은 와인 이론 시험들로만 치러지지만, 마지막 관문인 매스터 소믈리에 시험은 이론시험을 먼저 합격 한 후에 블라인드 테이스팅과 서비스 태도를 평가하는 실기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고 모든 실기 시험에 합격하면 매스터 소믈리에 타이틀을 취득하게 된다.

고정관념일 수 도 있겠지만, 소믈리에는 미각이 발달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믈리에가 되기에 더 유리한, 타고난 자질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훈련으로도 충분히 그 자질을 갖출수 있는지 궁금하다.

미각이 발달해야 소믈리에가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을 수 있는데 굳이 따지자면 미각 보다는 후각의 역할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롭고 다양한 음식 재료를 많이 접하는 훈련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것에 앞서 소믈리에의 가장 중요한 자질중에 하나는 손님과의 원활한 소통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소믈리에는 단지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이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서빙하는 손님이 어떤 손님인지 읽어 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소믈리에들 중에는 나 처럼 요리를 공부했던 사람들도 있고 처음부터 와인만 공부한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소믈리에들은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미리 심리학이나 철학을 공부하고 난 뒤 필드에 입문한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손님과의 소통 능력을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 분야이이기 때문이다. 소믈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질 요소는 레스토랑을 찾는 각 손님들의 취향과 음식 등을 고려해 그 손님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안내해 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믈리에들은 와인은 물론 음식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 이와 더불어 레스토랑의 직원들과 하나의 팀을 이루어 일하면서 서빙 스킬을 훈련한다.

한국에서 군생활 중에 아마추어 소믈리에 분야에 출전하여 우승한 경험이 있다. 당시 대회에 함께 출전했던 많은 일반인들을 제치고 현역 해군 병사가 우승했다는 내용이 상당히 이슈가 됐었다.

미국에서 학사과정을 밟고 있던 중 병역을 마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 해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학사과정을 마칠 계획이었기 때문에 군생활을 하면서도 그동안 미국에서 배우고 훈련했던 것들이 잊혀질까봐 틈틈이 와인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중 아마추어 소믈리에 대회가 있어서 출전을 했는데, 2008년 당시는 한국에서도 와인 붐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던 시절이었다. 요즘은 군생활을 하면서도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에 대회 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군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전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대회에는 참가할 수 없었고 대신 아마추어 부문에 출전하게 됐는데 거기서 1위로 선발 됐다. 그런데 현역 군인들은 미디어 노출이 통제되기 때문에 대회에서 수상을 하더라도 미디어에 노출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군대 내에서는 아무도 내가 입상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아서 그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없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나의 우승 소식이 전해지자 군대 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었다. 이후 국방부 홍보처를 통해 외부 미디어에서도 보도가 많이 됐고 내가 소속됐던 해군 참모님의 권유로 여러 해군함들을 돌아 다니며 와인 강의를 하는 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제대하기 얼마 전인 2009년에는 CIA 동문인 임정식 셰프의 제안을 받아들여 서울 청담동에 ‘정식당’ 오픈 멤버로 합류하면서 와인리스트를 만들었다. 제대 후에도 1년여간 정식당 멤버로 함께 일하다가 학업을 마치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국에서 군생활을 하는 기간 동안이 한국 와인 시장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공부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한국식 메뉴로 미슐랭 2스타를 따낸 뉴욕 정식당 (Jungsik) 운영에도 참여했던 걸로 알고 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학사 과정을 마치고 졸업할 시기에 정식당이 뉴욕 지점을 오픈해서 다시 합류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The Modern 에 입사하기 전 까지 4년 간 정식 레스토랑에서 제네럴 매니저로 레스토랑 운영에 참여하면서 와인 프로그램을 전담했고 그때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을 함께 준비했다.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을 준비하다보니 좀더 와인에만 집중할 필요성을 느꼈다. 정식당에서는 내가 직접 만든 와인 리스트 안에서만 일하다 보니 워낙 광범위한 와인 분야에 대한 시각을 넓히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식당을 그만 두고 The Modern 에서 와인만 전담 하는 소믈리에 포지션으로 입사했다.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와인 프로그램안에 들어가서 일하다 보니 또 다른 시각과 더 넓은 관점에서 와인을 배우고 익히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전에 두번 이나 실패했었던 마스터 소믈리에 이론 시험 합격까지 이어진 것 같다.

매스터 소믈리에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일하면서 공부하는게 가장 어려웠다. 이론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거의 수능 공부 하듯이 공부에 열중해야 했는데 오후 1-2시 쯤 레스토랑에 출근해서 새벽 2-3시까지 일하고 들어오는 스케줄을 함께 병행하다 보니 자는시간을 줄여가며 공부해야 했다. 처음 이론 시험에 두번 실패한 뒤에는 회의감이 들기까지 했다. 퇴근 후에 새벽까지 공부하고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 또 공부를 하는 빡빡한 일정이 계속 되다 보니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올 때도 있었다. 다행히 세번째 이론 시험에 합격한 후 실기 시험은 그동안 현장에서 쌓았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되어 한 번에 통과 할 수 있었다.

마스터 소믈리에가 된 후에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

일단 손님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 걸 느끼지만 나 자신도 손님들에게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것 같다.

현재 전 세계 매스터 소믈리에가 236 명 미대륙 소믈리에가 149명이며 그중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매스터 소믈리에가 되었다. 서양문화권이 지배적인 소믈리에 필드에서 매스터 소믈리에를 꿈꾸는 한인후배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자격증 취득 여부를 떠나 자신의 몸이 서비스에 완벽하게 익혀졌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집으로 초대한 친구를 대하듯 손님에게 친근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레스토랑 문화에서 고객과 소믈리에의 관계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한국은 돈을 내고 대접받는 고객과 레스토랑 직원인 소믈리에의 관계로 성립지만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손님과 소믈리에 사이에 좀 더 친근한 관계가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의 많은 디테일들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동양권 문화안에서도 서양문화의 주류인 와인이 이제는 많이 보편화 되어있고 대중적으로 즐기는 주류가 되어있지만 그래도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와인들이 여전히 생소할 수 있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 대중들에게 와인 바에서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팁을 준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와인을 마실때의 에티켓 등도 궁금하다.

레스토랑의 주변 리소스를 최대한 많이 이용하고 소믈리에와 가능한 많은 대화를 나누길 권하고 싶다. 소믈리에는 비싼 와인을 팔기 위해 레스토랑이 고용한 직원이라는 편견이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자신의 취향, 주문한 음식, 가격대 등등 간단한 키워드를 얘기하면 소믈리에가  그것에 가장 적합한 와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하게할 와인을 찾아내기도 한다. 부끄러워 말고 소믈리에와 허물없이 많은 대화를 하길 권하고 싶다.

와인 에티켓에 대해서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잘 알고 있지만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와인을 마실때는 천천히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즐기기를 바란다. 한국의 술자리 문화에서 처럼 소위 말하는 ‘원샷’ 으로는 와인을 즐기기 힘들다. 와인은 맛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허브의 향을 음미하면서 마실때 가장 잘 즐길수 있다.

요즘은 미국인들도 한국음식을 대중적으로 즐기는 추세다. 한국 음식과 함께 내 놓으면 좋을 와인을 추천해 준다면? 요즘의 와인 트렌드는 어떤것인지도 궁금하다.

독일 와인 Riesling 은 달콤한 맛과 높은 산도의 와인이다. 전체적으로 매콤한 한국 음식을 먹을 때 당도로 매운맛을 줄여줄 수 있고 초보자가 마시기에도 편한 와인이다.

 

몇 년 전 부터 내츄럴 와인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내츄럴 와인바들이 많이 생겨났다. 내츄럴 와인은 가능한 첨가물을 넣지 않고 효모도 자연적으로 생성된 와인으로 소규모로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와인이다. 사실 뉴욕에서는 이제 조금씩 수그러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세계 적으로 인기가 있고 요즘은 한국에서도 조금씩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무엇인가? 와인의 최고 전문가가 선호하는 와인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피놋노어 (Pinot Noir) 를 가장 좋아한다. 피놋노어는 기르기 힘든 품종의 포도로 최고의 토양과 아주 적합한 기후에서만 기를 수 있기 때문에 생산량도 적고 가격도 비싼편이다. 물론 맛과 향도 뛰어나기 때문에 입에 담고만 있어도 행복지는 와인이다. 포도를 재배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와인을 생산해 내는 과정도 마치 도자기 장인이 한점의 도자기를 만들때 완벽을 추구하면서 모든 정성과 열정을 다하는 것에 견줄만큼 완벽을 기해 만들어지는 와인이다.

마스터 소믈리에로 활동한 지 이제 일년여가 지났느데 앞으로 어떤 새로운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는 The Modern 에 소속된 마스터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는데 곧 사직하고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리고 현재 맨하탄 ICC (international community center) 에서 하고 있는 와인 교육은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와인 교육을 통해 소믈리에와 같은 환대산업 분야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강화 시키는게 궁극적 목적이다. 더 나아가 와인을 직접 생산해 보고도 싶다.

긴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유일한 한인 매스터 소믈리에로서 앞으로 많은 활약 기대하겠다.

관심가져준 맘앤아이에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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