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을 묻다’

조각같은 외모의 모델 출신 배우로 출발해 정글의 법칙, 출발 드림팀 등에서 남성적 매력을 과시하며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리키김씨, 뮤지컬 나쁜 녀석들, 드림걸즈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아내 류승주씨, 그들이 한국의 방송가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두 부부와 태남매의 근황을 궁금해하던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LA에서의 미국 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던 이들은 1년 전, 삼남매 태린, 태오, 태라와 함께 과테말라를 시작으로 긴 여행길에 올라, 현재는 뉴욕에 잠시 머무르고 있다. 그저 계획없이 나선 가족여행이라지만, 그들은 지금 ‘길 위에서 길을 묻는 중’이다. 발걸음 닿는 곳 어디서든, 그 어떤 환경에서든 넉넉히 적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하고 있다는 리키김, 류승주 패밀리, ‘좁은 길, 그러나 높은 곳으로 가기 원하는’ 이 가족의 겸손한 고백을 독자들과 함께 나눈다.

인터뷰, 글  Gabby Choi    사진  Joseph Bae, Jabin Choi   메이크업 Jane Cho   

의상협찬 MaxMara 여아 의상 Imoga   장소  Hudson Yards 

안녕하세요 리키김씨, 류승주씨, 뉴욕에서 뵈니 더 반갑습니다. 두 분 근황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 시청자들, 또 맘앤아이 독자들에게 인사 좀 나눠주시겠어요?

리키김 : 안녕하세요 리키김입니다. 한국의 방송가를 떠난지 벌써  3년이나 지났네요. LA에 살면서 그동안 틈틈이 아이들 육아관련 방송을 녹화해서 아빠 본색 프로로 보내기도 하고, 한국 방문길에 잠깐씩 방송을 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활동을 중단한지는 3년 쯤 되었어요. 할리우드 영화 관련 일로 미국에 들어와 현재 LA 오렌지 카운티에서 살고있어요. 사실  2018년 9월에 온 가족이 집을 떠나서 남미로 여행을 갔는데 여러 곳을 거쳐 현재 뉴욕까지 왔어요. 저희 가족은 이 여행을 통해 귀하고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언제 집으로 돌아갈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요.(웃음)

류승주 : 안녕하세요 류승주입니다. 몇 해 전 신애라씨와 함께 뉴욕을 방문했을 때 맘앤아이 팀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렇게 인터뷰로 다시 만났네요. 반갑습니다. 저희는 작년 9월에 남미로 가서 아직까지 여행 중이구요, 이 곳 뉴욕에는 거의 1년 만에 온 것 같네요. 리키씨 할리우드 영화 준비 차 미국으로 함께 들어와 육아로, 주부로 바쁘게 지냈구요, 집을 떠나 여행길에 오른지 벌써 1년 남짓 되었어요. 뉴욕에는 음악하는 친구가 있어서 같이 작업도 할 겸, 또 다른 친구들도 만날 겸 왔어요. 뉴욕에 잠시 머무르다 토론토로 갈 계획입니다. 

한국에서의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리키김 : 3년 전쯤, 할리우드 쪽에서 영화 제의가 있어서 오게 되었어요. 배역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있었거든요. 그런데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니었고, 저희는 크리스천이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제 신앙을 돌아볼 기회를 많이 놓치고 살았던 것 같았어요. 그러던 차에 할리우드에서의 제안이 있어서 쉽게 떠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기회를 계기로 가족을 돌아보고, 제 신앙을 다시 회복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류승주 : 저는 당시 출산을 앞두고 있었고 또 진행하던 프로그램 아나운서를 출산 후에도  복귀하는 것으로 약속을 받았던 상태였어요. 게다가 저희 가족이 연예프로를 하면서 동남아시아로 진출할 기회를 막 얻었던 차였는데, 리키씨가 미국으로 가자고 권유해 그 당시에는 무척 힘들었었죠 영화는 3개월이면 촬영이 끝나니까 혼자 다녀오라며 버텼는데, 늘 Family First를 주장하는 리키씨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당시 정말 많이 울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결정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 오히려 축복의 시간이었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일 제 고집대로 한국에 남아있었다면 제 커리어는 좀 쌓았을 지 모르지만,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해냈을 지는 저도 의문이거든요. 

사실 큰 인기를 구가하던 자리에 있다가 한순간에 다 내려놓을 수 있는 연예인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리키씨의 그 단호한 결단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리키김 : 사실 내려놓은 게 아니라 원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 놓은 것이죠. 내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움켜잡았던 손만 펴면 그 모든 것들은 하나님의 자리로 다시 되돌려지게 되거든요. 사실 우리는 명예나, 인기, 부, 그런 것들을 누리게 되면 그것을 축복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그것들을 다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 그게 축복이라고 할 수만은 없을거에요. 제가 가졌던 재능을 열심히 발휘하고 다시 하나님께 돌려드리고 나면 하나님은 더 큰 것, 제가 예상치 못했던 더 귀한 것들을 주신다는 것을 저는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있어요. 그것을 믿는 저의 믿음을 따라 저는 흔쾌히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류승주 : 리키씨가 말한 명예나, 돈, 인기 이런 것들이 물론 좋기도 하지만, 하나님을 보려고 할 때는 눈 앞을 가로막는 먼지나 장애물이 될 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항상 깨어 있으려는 리키씨의 신앙,그리고 제 믿음을 자주 점검하게 되더라구요. 

두 분 신앙심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연예계 활동을 하시면서 신앙을 잘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리키김 : 사실 유혹이 많습니다. 연예계가 늘 다른 사람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요, 더욱이 모두가 다 최고의 자리, 더 큰 높은 곳을 추구하다 보니까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가 많죠. 게다가 제 아내, 류승주씨는 무대에서는 스팟라이트를 받고 빛나는 사람이지만, 무대 뒤로 나오면 스태프라고 착각할 정도로 주위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 몸에 베인 사람인데, 그런 태도들이 남들보다 더 빛나야 하고, 더 높은 위치에 서려고 하는 연예인의 섭리에는 잘 맞지 않았어요. 내가 남들보다 더 높아지려면 남을 누르고 가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낮은 자로 사는 연예인은 사실 그 말 자체가 잘 성립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많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류승주 : 연예인이란 한마디로 남들보다 더 돋보여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 애쓰다 보니 그만큼 더 많이 지치기도 했던 것 같아요. 화려한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내려오면 대개 약간의 공허감을 느끼게 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저의 가족들이 그런 공허한 마음을 많이 채워줬던 것 같아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들이 주는 따스함, 평안함, 그런 것들이 그 어떤 무대가 주는 화려함보다 더 감사했고, 진정한 위로가 되었어요. 지금 일을 쉬면서 가족과 함께 예배를 회복하며 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할리우드에서 프로듀서로 참여하셨던 영화이야기 좀 들어볼까요?

리키김 : 사실 ‘할리우드’에서 만든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흔히 ‘ 할리우드 영화’라고 말하는 그런 의미의 영화는 아니에요. 제목은 Heavenquest: A Pilgrim’s Progress인데요, 존 번연의 대표작 천로역정을 각색해서 판타지 기법으로 만든 아름다운 영화에요. 

역시 크리스천 무비였군요.

리키김 : 저는 굳이 크리스천 무비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흔히 크리스천 무비라고 하면 왠지 저가로 만들어서 크리스천들에게만 보급하는 영화로 생각하시는 경향들이 있더라구요. 실제로 영화를 만들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은데 그런 선입견을 갖고 계셔서 참 안타깝죠. 제작자들이 크리스천이고 크리스천 소설에 바탕을 뒀을 뿐이지 모든 사람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거든요. 어쨌든 저는 영화에서 연기도 하고 또 프로듀싱도 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어요. 

집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신지 1년이 넘었다고 하셨는데, 뭔가 아주 특별한 여행 중이신 것 같습니다.

류승주 : 작년 9월에 집을 떠나 과테말라로 갔고 거기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를 거쳐 지금 뉴욕에 왔구요, 곧 토론토, 엘에이, 산호세를 거쳐 다시 과테말라 시티로 돌아가는 여정이에요. 과테말라에다 짐을 그대로 두고 왔어요. 사실 여행의 대외적인 명분은 가족 여행인데요, 이 여행의 테마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는 훈련’을 하는 여행이에요, 이 여행을 통해 하나님이 저희 가족을 향하신 계획과 뜻을 발견하려고 해요. 그것이 무엇이든 저희는 순종할 것이지만, 여행하는 중에 느끼는 생각과 깨달음, 그리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교제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더 없는 감동을 느끼는 중이죠. 정말이지 하나님이 최고의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리키김 : 사실 저희는 항상 원 웨이 티켓만 사서 출발을 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그 다음 행선지가 어딘지 전혀 모르고 움직이고 있어요. 어디를 보내시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식탁에 둘러앉아 떡을 떼고 삶을 나누고 교제하며 하나님을 이야기하는 것이 저희 여행의 핵심이죠. 사실 저희가 여행 중에 미디어를 만들고 있는데요, 그 미디어를 통해 체험을 나누고 소통하고 있어요. 이번 여행에서 특히 마음이 머무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인데요,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마음으로 보고있어요. 그들이 가족의 캐어를 받지 못하면 결국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유튜브나 컴퓨터, 더 나아가서는 약물 등 그렇게 점점 더 나쁜 환경으로 빠져가게 되는데 그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마음을 좀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있어요. 

마치 두 분의 신앙간증을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리키김 : 저는 6살부터 교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대학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류승주 : 저는 성인이 되어서 하나님을 알게 되었는데요, 누가 ‘언제 하나님을 만나셨어요?’ 라는 질문을 하면 저는 언제나 ‘오늘 아침’ 이라고 대답을 해요. 사실 삶 속에서 매일 하나님을 만나거든요. 자녀를 통해서, 친구나 이웃을 통해서, 혹은 낯선 사람을 통해서도 매순간 하나님을 만나니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고백이 나오더라구요.

두 분 혹시 나중에 신학교 가시고, 사역자가 되시는 건 아닐지, 궁금하네요.

리키김 : 이상하죠? 사람들은 조금만 신앙이야기를 하면 왜 신학교를 안가냐고 묻더라구요.(웃음) 저는 그저 하나님이 좋아서, 더 알고 싶을 뿐이지 내가 신학교를 가서 종교적인 사역을 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정말 순수하게 하나님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어서 사실 신학교 과정을 1년 정도 마친 상태지만 목사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전도사나 선교사가 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닌, 그저 공부하고 싶어서 간 거에요. 사람들은 왜 아무리 뜻이 있다해도 돈을 안내면 제대로 잘 안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웃음) 그래서 돈을 내고 하나님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그 다음 스텝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구요. 

네, 잘 알겠습니다. 두 분이 출연하셨던 방송에서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육아의 방법도 일반적인 부모와는 좀 다르시던데, 육아이야기 좀 나눠볼까요?

류승주 : 아빠 본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저희가 아이들과 지내는 모습이 많이 방영되었는데요, 사실 육아가 얼마나 힘들어요. 게다가 저희는 우선 모든 기준을 아이한테 맞추려고 하다 보니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그 힘든 과정을 잘 참고 아이들의 요구대로 함께 해주다 보면 대신 뭔가 교육적인 접근을 할 때는 평소에 자신들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니까 부모로서의 Authority 가 생기고 아이들이 많이 존중해주는게 있더라구요.  

리키김 : 저희가 지금 홈 스쿨링 중인데요, 아이들이 어떤 룰을 익히거나 새로운 것을 가르칠 때 처음이 아주 어려워요. 그것을 자신들의 지식이나 지혜로 완전히 익히기까지 부모가 인내하는 것이 무척 중요해요. 저는 매사에 Family First 를 자주 외치는데, 한 사람이 완전한 인격체로 자라나기 까지 가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정도죠. 아이들은 부모들의 모든 것을 무의식적으로 관찰하고 따라하고 배우기 때문에 늘 인내를 갖고 좋은 본이 되어야 하거든요.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가진 재산이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정한 ‘아버지’ ‘엄마’ 그리고 ‘부모’가 먼저 되는 것이 교육의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늘 가족 중심의 생활을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