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영화 <초선 CHOSEN> 공개

30대 청년, 변호사, 영화 감독, 재미 한인, 디아스포라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전후석 감독이 화제의 데뷔작 <헤로니모>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 <초선 CHOSEN>을 공개했다. 지난 2020년 연방 하원 의원직에 도전했던 한인 후보자 다섯 명에 관한 이야기인 <초선>은 미주 한인사와 한인 정치인의 정체성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오는 9월 다시 치루어질 본선거를 앞두고 공개된 영화 <초선>은 우리 시대가 생각해봐야 할 새로운 화두를 던져줄 듯 하다. 뉴저지에서는 7월 14일 BCC(Bergen Community College)에서 첫 상영회가 열릴 예정인 영화 <초선>과 디아스포라 스토리텔러 전후석 감독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글 김지원 에디터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 부탁드립니다. 
맘앤아이와는 이번이 세 번째 인터뷰인데요. 이번에는 새롭게 꾸며진 멋진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여러 대를 앞에 두고 인터뷰 하려니 더욱 떨리네요. 반갑습니다. 전후석입니다. 

영화 <초선>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2020년 미 대선이 있었던 시기, 연방 하원직에 도전했던 재미 한인 다섯 명 후보를 4개월간 따라다녔어요. 그들이 왜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지, 그들이 꿈꾸는 미국과 한반도의 관계는 어떤 것이고, 스스로 정의하는 정체성이란 어떤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재미 한인 사회의 갈등. 우리가 서로 다름 속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 지에 관한 질문들을 이 영화를 통해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다섯 명의 후보를 모두 섭외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우선 데이빗 김 같은 경우는 변호사 시절 제 친구였습니다. 뉴욕에서 패널로 그 친구를 초청해 행사를 연 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우선 그 친구에게 연락했죠. 왜냐하면 그 친구의 가족사나 그 친구가 걸어왔던 행보에 남다른 스토리가 있어서 흥미로운 이야깃 거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 외에는 사실 좀 힘들었습니다. 나머지 네 명의 후보자님을 촬영하는 데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거든요.  

 

영화의 중심에는 지난 선거에서 아쉽게 낙마한 ‘데이빗 김’ 후보의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캘리포니아 LA를 지역구로 둔 데이빗 김 후보는 동부에 있는 저희에겐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정치인인데요. 데이빗 김 의원의 스토리를 영화에 중심에 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선,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두 번째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서사적 구조에서 그 친구가 차지하는 상징성이 있었어요. 현실적인 이유부터 말씀드리면 그 친구를 촬영하는 데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어요. 언제든지 와서 원하는 만큼 촬영하라고 해서 그 친구를 늘 따라다녔고요. 반면에, 다른 후보님들도 따뜻하게 반겨 주셨지만, 코로나가 심각했던 때였고 보안이나 안전 측면 등도 우려가 있었기에 저희 촬영팀은 서너 번 정도 초청 받아 캠페인을 따라다닐 수 있었어요. 두 번째 이유는 데이빗 김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인데요. 가장 젊은 후보고, 젊은 세대의 의식의 흐름을 잘 반영하는 후보자라고도 생각했고, 세대 간의 갈등, 이념 간의 갈등, 종교와 비종교 간의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흥미로운 캐릭터로 여겨졌기 때문이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으신지요?
2020년은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였어요. 저희는 영세한 예산으로 촬영 중이였어요. 저를 믿고 카메라를 지고 왔던 크루들에게 무척 고맙고도 미안했어요. 저희는 촬영을 나갈 때마다 오늘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따라다녔기 때문에 늘 긴장하며 다녔거든요. 그 외에는 제가 창작자로서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색깔이나 그들의 당선 가능성에 제가 조금이라도 위배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까라는 측면에서 다른 작품에 비해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고편을 보면 데이빗 김 의원이 마치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장면이 짧지만 매우 인상적인데요. 그 장면에 관한 이야기를 여쭤보면 스포일러가 될까요?

그 울음에는 매우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울분 같은 건데… 제가 디테일하지 않게 말씀을 드리자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에 대한 울분의 눈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눈물 안에 우리 한인 커뮤니티의 위선도 담겨 있고, 우리 세대가 원하는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염원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어떤 이야기일지 어렴풋이 짐작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초선>은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는데요. 미주 한인들은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요?

모든 배고픈 창작자들, 특히 다큐를 만드는 이들의 꿈은 작품을 잘 만들어 넷플릭스에 판매하는 건데요. <초선>을 만들면서 그런 길이 열리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있었는데 쉽지 않았어요. 많은 한인이 클릭으로 쉽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비록 넷플릭스나 아마존은 거절했지만, 현재 HBO나 다른 곳의 문도 계속 두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몇 번 거절당하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내가 직접 커뮤니티를 다니면서 상영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 6월 2일과 3일 LA 한국 문화원에서 VIP 시사회를 개최했고요. 7월에는 시카고, 뉴저지, 보스톤 , 애틀랜타,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상영회를 할 예정입니다. 뉴저지는 현재 7월 14일 목요일 BCC에서 상영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초선>에 출연한 다섯 명의 한인 의원들이 오는 9월 본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데요. 앤디 킴 의원은 삼선 도전이 되겠고, 지난 선거에서 아쉽게 떨어진 데이빗 김 의원은 다시 한번 재도전에 나섰죠.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실은 이번 선거에 앞서 한인들이 영화를 보고 데이빗 김 후보에게 힘이 되 주면 좋겠다 싶어서 LA상영회도 가장 먼저 잡았습니다. 최근 아시안 혐오 범죄는 물론이고, 미국 내 아시안의 지위에 대한 담론이 계속해서 형성되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이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가 선출한 아시아계 의원들이 표출하는 가치가 만약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다르다면 나는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라는 고민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은 숫자가 많은 게 좋지 않을까라는 저만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올해가 특히 여러모로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앞으로 2년 간의 미래를 책임질 연방 의원을 뽑는 9월 선거에 많은 한인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어요. 

영화에 출연하신 다섯 명의 한인 정치인들은 영화를 보셨나요? 

데이빗 김에게는 먼저 살짝 보여줬고요. 다른 의원님들은 아직 못 보셨습니다. 사실 워싱턴 DC에서 다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 기획 중에 있습니다. 

 

첫 연출작 <헤로니모>는 한국 공중파 채널인 KBS에서 방영되고 청와대에도 초청 상영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후, 제작 과정을 풀어낸 자전적 에세이 <당신의 수식어>도 발간하셨어요. 이 책의 추천사를 영화 배우 정우성 씨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 굵직한 명사들이 써 주셨던데요?

정우성 씨에게는 SNS 메시지를 통해 혹시 추천사 써주시는 게 가능한지 여쭤봐서 성사됐어요. 정우성 씨는 대단하신 거 같아요. 저는 그분에게 완전한 이방인일텐데, 순수한 의도를 갖고 부탁드렸더니 쉽게 승락하셔서 저한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하고 내심 놀랐습니다.  

 

감독님께서 설득력 있게 얘기하셨을 거 같아요 어떤 이야기를 하셨어요??

추천사를 부탁드리기 전 <헤로니모>를 소개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시사회에도 오셨는데요. 그때도 제가 정우성 씨께 <헤로니모>라는 영화가 있는데 보러 와 주실 수 있냐’고 요청해서 만남이 성사되었어요. 정우성 씨는 난민의 목소리를 앞세우는 유엔 난민 기구 대사의 홍보 대사인데요. “예전에 한반도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선조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현재 한반도에 유입된 난민과 같은 상황이었다. 난민들을 위해 내는 당신의 목소리에 우리가 그들이었다는 점이 가미된다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라고 제가 정우성 씨께 이야기 드렸어요. 이후 곧바로 정우성 씨 사무실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헤로니모> 시사회도 오시고 추천사도 써 주셔서 참 감사하죠. 저도 추후에 순수한 의도를 가진 어린 친구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헤로니모> OST 작업에 참여한 가수 이소은 씨에 관한 이야기도 책에 언급되었는데요. 뉴욕의 변호사면서 예술을 한다는 공통점이 두 분께 있는 것 같아요. 두 분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이소은 씨는 사회 정의에 관심이 많으세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사회 현상, 총기 사건, 인종 차별 이슈 등에도 큰 열정을 가지고 계시고, 그런 이슈를 발견하면 재능 기부 등을 통해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에 인색하지 않으신 분 같아요. 사실 2주 전에도 만났어요. 저는 그 분을 만날 때마다 감사하죠. 저도 그 분의 노래를 들으며 자랐는데, 제가 하는 것도 나눌 수 있고, 그 분의 달란트를 볼 수도 있구요. 물론, 이소은 씨에 대한 팬심도 갖고 만나는데요. <초선>도 뉴욕에서 저희 부모님과 지인들과 먼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이소은 씨와도 같이 봤어요. 

 

이소은씨는 <초선>에 대해 어떤 코멘트를 해주셨나요? 

데이빗 김을 통해 미주 한인 사회의 역사와 현시대 사람들의 생각들이 잘 드러나거든요. 그 이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 전후석이 꿈꾸는 앞으로의 10년이 궁금합니다

한 달 후도 내다보기 힘든데.. 하하(웃음). 천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초선>을 통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저의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고요. 저는 영화 만드는 작업이 굉장히 즐겁고, 이것을 제 생업으로 이어가기 위한 그럴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금전적 명분이 저에게 중요한데, ‘손을 내밀면서가 아닌 자력으로 즐기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어떤 교두보가 <초선>을 통해 나올 거 같아요. 제가 다른 업을 찾지 않으려면 이 영화가 잘 되어야 하고, 이것이 잘 되면 다른 디아스포라 이야기를 더 하고 싶습니다. 아직 다음 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닌데요. 애플TV+의 제작 드라마 <파친코>를 보셨나요? <파친코>에서 모자수 역을 맡았던 박소희 씨는 실제로 유일한 극 중 재일교포인데요. 박소희 씨가 자신이 프리젠터가 되는 재일 교포 관련 다큐를 같이 만들면 어떻겠냐고 비공식적 제안을 주셨어요. 그래서 같이 한번 생각해보는 단계에 있습니다. 


너무 기대되요. 앞으로도 감독님이 내딛는 행보에 맘앤아이가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전후석 감독의 풀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 채널 <맘앤아이TV> 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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