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명사 송지혜 교수
글. 맘앤아이 편집부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간 피아노 학원에서 처음 피아노를 배우며 바른 자세와 손 모양을 유지하기가 힘들어 교습이 즐겁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자녀 넷 중 셋이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아이들의 엄마이자 피아노 교육학자인 송지혜 교수는 이런 기억들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헤아리며 피아노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다수의 교재를 출간하였다. 또한, 성격과 기질 이해를 통한 부부 및 자녀와의 갈등 해결의 노하우를 담은 저서도 출간하며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영향력을 끼쳤다. 송지혜 교수의 독보적인 피아노 교수법을 비롯, 저서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았다.
맘앤아이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자녀 넷 중 셋이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아이들의 엄마이자 피아노 교육학자인 송지혜입니다. 피아니스트로 연주 공부를 하고 학위를 땄으며, 평생 교회 반주를 하며 살았는데요. 지금은 직접 만든 새로운 기법의 피아노 교재를 통해, 교사들이 피아노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도록 돕는 데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대중에게는 성격과 기질을 통한 부부 및 자녀 갈등 해결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건데요. KBS 프로그램인 ‘아침마당’에서 명사 초청 강의를 연속해서 했고, ‘금요 패널’ 등 다양한 매체에서 부부 성격 강사로 방송 출연을 많이 했어요. 그 당시 숙대에 재직 중이었는데, 저를 찾으려고 사람들이 심리학과로 다들 전화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피아노 교수법 대학원 교수였는데 말이죠(웃음).
쉽게 배우는 피아노 교수법에 관해 많은 책을 쓰셨어요. 학창 시절에 피아노를 배우면서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학창 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다섯 살 때 제가 절대 음감인 걸 아신 어머니가 피아노 개인 지도를 받게 하셨어요. 그러나 ‘체르니’를 배우며 두 번이나 그만두려 했는데요. 피아노 연습이 싫어서였죠. 연습이 왜 싫었나 생각해보니, 같은 곡을 열 번씩 치는 손가락 연습이 의미 없이 느껴지고 지루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을 좋아해서 피아노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고, 즉흥 연주를 하며 놀았어요. 초등학교 1~2학년부터는 교회와 학교에서 피아노 반주를 도맡아 했고요. 고학년이 되어 어머니가 저를 예원에 보내기 위해 전공 레슨 선생님을 모셔왔는데요. 손 모양부터 다 틀렸다고 회초리를 맞으며 피아노를 쳤어요. 겨우 입학했지만 뭐가 잘못된 건지 실기 시험에서 계속 성적을 못 받았어요. 그러다 중2 때 어머니가 주변의 자문을 구해 미국서 막 귀국한 피아니스트한테 레슨을 받게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피아노에 눈을 뜨고 성적도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그 교수님이 계신 대학에 가고, 최고 점수로 졸업해서 유학도 갔어요. 그 교수님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의 제자인 이방수 교수님인데요. 러셀 셔먼은 요즘 뜨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가르친 손민수 교수님의 스승이시기도 합니다. 이방수 교수님뿐 아니라 제 피아노 교수법은 줄리아드 출신의 윤기선 교수님한테도 전수받은 건데요. 윤 교수님은 반 클라이번과 전설적인 마담 레빈의 제자이십니다. 그 당시에 저는 마치 중세 도제 시스템처럼 누구한테, 무엇을, 어떻게, 배우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인데요.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는 나이는 언제가 좋을까요?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데요. 어린아이일수록 개인차가 큽니다. 특히 음악 교육과 피아노 교육은 좀 달라요. 피아노는 신체를 이용해 악기를 다루다 보니 근육이 길러져야 하지만, 포괄적으로 볼 때 음악에 노출될 수 있는 나이는 훨씬 더 빠를 수 있죠. 만약 매일 음악을 듣고, 음악 활동이 유도되는 환경에 노출된 아이라면 두세 살에도 피아노를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런데 피아노는 좀 더 집중력이 필요해요. 아이가 청각적으로 더 예민하고, 집중력이 뛰어나고, 손아귀 힘도 좋고, 인지능력 등이 높을 경우, 피아노란 악기 습득이 또래 보통 아이보다 더 빠를 거예요. 그래서 부모는 자기 아이를 관찰하는 게 중요해요. 제 경우는 어머니가 워낙 음악을 좋아하셔서 제 음악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죠. 저도 아이콘 피아노 교습법을 개발하고서 요즘 만 세 살인 제 손자를 가르치고 있는데, 가능성이 보여요. 문제는 학습 속도죠. 세 살 아이에게 다섯 살이나 일곱 살의 습득력을 기대하면 안 돼요. 천천히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성이 커집니다.
화제의 ‘SPi 아이콘 피아노 교수법’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일례로 열한 살 오빠와 여섯 살 여동생이 같이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어요. 오빠에겐 여동생이 색칠하는 아이콘 책이 유치해 보였죠. 독수리 인형도 시시해 보여서 악보만 보며 보통의 레슨 방법대로 원하는 곡만 치면서 6개월이 지났어요. 같은 기간 동안 동생은 오리지널 조니 송 아이콘 피아노 교육 커리큘럼대로 아이콘 개념을 가지고 게임도 하고, 색칠도 하면서 아이콘이 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며 차근차근 진도를 나갔죠.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의 손 모양과 몸의 사용이 멋져지면서 연주 소리도 예뻐지고, 연주도 훨씬 더 잘하게 된 걸 본 오빠가 속상해하며 아이콘 레슨을 받겠다고 마음을 바꿨어요. SPi 아이콘 피아노 교수법의 핵심은 아이콘을 사용해 연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연령에 상관 없이 배울 수 있다는 게 특징이에요. 유치해 보여도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며 저절로 잘 치게 되는 놀라운 교수법이죠. SPi 아이콘 교수법이 쉽고 재미있는 이유는 독수리, 개구리 같은 동물 이미지를 사용해 아이들과 음악적 소통을 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 교수법의 시작은 사실 전공생들을 위한 것이었어요. 음악적 소통은 오히려 피아노를 어느 정도 잘 치는 사람들이 원하는 단계이니까요. 그걸 초기부터 가능하게 한 게 바로 이 아이콘입니다. 시각적 자료로 만들어져 남녀노소 다 쉽게 이해하고, 모두 좋아하세요.
미국 최대 음악 출판사 Hal Leonard에서 ‘9 Gifts for Pianists’, ‘Sonatine Secrets’, ‘A Smart Icon Sticker Book’ 등 다수의 피아노 교수법 교재를 출간하셨어요. 반응은 어땠나요?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때 귀국한 상태라 현지 반응이 어떤지 잘 몰랐어요. 그러다 싱가포르에서 아는 미국 교수를 만났는데요. 미국 최대 음악 교사 협회 공식 저널 잡지에 리뷰가 실린 책의 저자가 저인지 묻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알아보니, ‘Sonatine Secret’란 책이 요즘 아이들 생태에 잘 맞는 이모티콘을 사용한 기지 있는 책이란 호평을 받으며 올라와 있었어요. 매일 수십 권의 책이 출간되는데, 그런 권위 있는 음악 잡지의 리뷰를 받은 게 정말 놀랍고도 자랑스러웠어요. 2년 후 ‘9 Gifts for Pianists’를 출간했을 때는, 리뷰 섹션 제일 첫 장을 거의 도배했어요. 사실 인맥, 학연도 없는 저의 책들이 어떻게 리뷰를 받았는지 지금도 신기해요. 이후 ‘A Smart Icon Sticker Book’은 ‘할레 너드’ 카탈로그에도 실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죠. 최근에는 호주의 한 음악 협회에서 줌(ZOOM)으로 이 두 책에 대해 화상 강의를 해달라는 연락도 받았어요.
미국 최초로 열릴 ‘닥터 조이 송 피아노 아이콘 교육 이수 과정’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조이 송 피아노 아이콘 교육은 처음부터 개구리, 독수리 같은 친숙한 표식들이 나오고, 플래시 카드 등을 사용하며 게임처럼 아이들과 소통하기에 언뜻 간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교수법은 이전엔 없던 방법이라, 지속적으로 피아노 연주 기술과 음악을 표현하게 하기 위해선 누구나 배우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들이 먼저 알고 어떻게 지도할지 아는 게 우선이죠. 배워보면 교사들이 더 재미있어해요. 궁극적으로, 본인의 고질적 연주 습관 문제까지 고치게 되면 감동하게 되죠. 올해는 5월 29일부터 서던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콩코르디아 대학(Concordia Univ.)에서 아이콘 레슨법을 잘 활용한 교수법을 강의합니다. 깨끗하고 시원한 기숙사에서 숙식하며 통학 걱정 없이, 10일간 매일 5시간씩 집중해서 배우실 수 있어요. 개인 레슨도 해드릴 예정이고, 수업이 저자 직강이라는 게 큰 장점이죠. 대면 수업이 힘든 분들은 hyunjoochoi@cui.edu 혹은 pianojoysong@gmail.com에 문의를 통해 줌(ZOOM)으로 원격 참여도 가능해요.
MBTI 전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부부 강사로 유명하신데요. 관련 저서들도 궁금합니다.
남편이랑 갈등이 많아서 남편 및 주변에 이해 안 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어요. 이렇게는 못 살 것 같아 성격 기질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MBTI 책까지 쓰게 되었어요. ‘남편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는 10년간 인터파크에서 베스트셀러였는데요. 이 책을 쓰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되고 갈등도 줄어든 것 같아요. 또한 부모의 필독서로 사랑받고 있는 ‘아이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는 우리 가족 여섯 명이 모두 집필자예요. 각자 입장에서 서로 이해되지 않는 자기 스토리를 공평하게 썼어요. 이 책을 쓴 덕에 아이들은 사회생활과 배우자 선택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어요.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생존법이 담긴 책이라 할 수 있죠. 또한, 이 책 덕에 자유롭고 창의적인 막내아들이 브로드웨이의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우리가 막내를 공부 잘하는 누나들이나 틀을 벗어나지 않는 큰아들과 비교했다면 상처만 깊어지고, 막내는 기질에 맞는 자기 길을 제대로 가지 못했을 거예요.
수많은 저서 중에서 가장 각별히 여기시는 책은 무엇인가요?
‘9 Gifts for Pianists’로 한국에선 23년째 스테디셀러로 피아노 교육의 교과서처럼 쓰이고 있죠. 제가 입시 레슨 위주로 하면서, 기초가 아주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쓴 책이었는데요. 이제는 나름 피아노 연주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필독서로 여겨지고 있고요. 또한, 현재 제가 주력하는 기초 교본 시리즈 및 JOYSONG-ICONMUSIC 교수법의 근간이 되는 책입니다. 2015년에 일곱 번째 개정 때 15년간 글과 삽화로만 설명하던 책을 갈아엎었어요. 미국에 수출도 해야 했고, 기초부터 아예 제대로 가르치자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무엇보다 개구리 등 아이콘 표식을 피아노 주법을 설명할 때마다 삽입하면서 책에 날개를 달게 되었고, 이후 교본 시리즈가 줄줄이 나오면서 <표식을 사용한 피아노 교육 방법으로 세계 최초 특허 등록>도 받았어요. 한국에서 무수히 시도하고 성공했기에 영어 번역도 감행했습니다. 음악 교육에 소통을 돕는 이 아이콘들이 악보처럼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3년과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2023년 5월, 영어권에 처음으로 SPi(조니 송) 피아노 아이콘 교육을 시작한 이래로 피아노를 치는 모든 아이가 쉽고 재미있어서 피아노를 계속 치고 싶게 만드는 걸 평생 사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태권도나 언어 교육 등은 벌써 수십 년 전부터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예능, 특히 피아노 교육은 여전히 옛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음악은 연령과 관계없이 모두가 사랑하는 장르인데 말이죠. 제가 개발한 아이콘 피아노 교육법은 시니어에게도, 세 살 제 손주에게도 통했습니다. 할머니가 가르쳐주는 피아노 교육, 할머니도 배우는 피아노 교육, 그리고 평생 즐길 수 있는 피아노 교육 등은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져, 씨앗도 심고, 열심히 물도 주려 합니다. “Sow in sorrow, harvest in JOY”. 그래서 제 이름을 Joy라 한 거예요. 운명적으로 성이 Song인 것도 신기하죠.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피아노 교사들과 학부모가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사람들이 피아노를 그만두지 않고 평생 음악을 통해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제 재능과 열정이 쓰여, 제가 하나님 앞에 갔을 때, ‘수고가 많았다. 많은 사람이 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칭찬을 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