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함께 사는 스위트 홈

참여자, 사진 천대웅(할아버지), 강추자(할머니), 천승재(아빠), 김혜진(엄마), 천사랑(큰딸), 천믿음(아들), 천소망(막내딸) 인터뷰, 글 고수지 필라델피아지부 에디터

천승재 (아빠)

요즘 이민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부모님을 모시고 삼대가 함께 모여 다복하게 살고 계시는 가정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습니 다. 버지니아에서 오래 사시다가 특별한 사연으로 이곳 필라델피아로 온 가족이 이주하셨다고 들었는데 간단한 가족소개와 함께 필라델피아로 이주하시게 된 사연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천승재 (이하 아빠) 아내 김혜진과 함께 사랑, 믿음, 소망에 가치를 두고 세 자녀를 양육하며 부모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랫 동안 버지니아에 살았는데요. 간호사인 아내가 간호학 마취과 박사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를 찾던 중 필라델피아에 있는 ‘빌라노바 대학(Villanova University)’에 입학하게 되어 아내의 학업을 위해 온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흔쾌히 동의 를 해 주셔서 지난 2019년 3월에 이곳 필라델비아로 함께 이주했습니다. 부모님께서 아이들도 돌봐주시고 저희 부부가 직장과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며느리의 학업을 위해 부모님께서 일도 그만 두시고 온 가족이 함께 이주하는 일이 정말 쉬운 결정이 아니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강추자 (이하 할머니) 아무래도 저희들은 무엇보다 교회를 찾는 일이 최우선이었습니다. 특히 이제는 은퇴한 만큼 남은 여생 선교하면서 살고 싶다고 바랐는데, 감사하게도 좋은 교회와 목사님 을 만나 큰 어려움 없이 잘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천대웅 (이하 할아버지) 늘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도합니 다. 특히 매일 장거리 병원 출퇴근을 하는 아들과 매일 학교에 다니는 며느리 그리고 손주들이 항상 안전하고 건강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

가족들과 무엇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시나요?

아빠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같이 탁구 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 할아버지께서 기타를 치시고 아이들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아이들이 커 가며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서 노 래를 통해 한국어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한 국노래를 가르쳐 주곤 합니다. 제법 잘 따라하고 또 한국어 학습에 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천사랑 (이하 큰딸) 우리 할머니는 아침, 저녁으로 요리도 해 주시 고 학교 갈 때 맛있는 도시락도 항상 싸 주세요. 그 중에서 김치 부 침개가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온라인 수업할 때는 할머니께서 항상 수업 잘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천소망 (이하 막내딸) 할아버지와 탁구치는 시간이 제일 재미있어 요. 할머니께서는 한글과 수학도 가르쳐 주시고 맛있는 음식도 많 이 만들어 주세요. 할머니 최고!

천믿음 (이하 아들) 할아버지는 조금 무섭지만 항상 잘 놀아 주시고 늘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로서 믿음이에게 좀 엄하게 하는 것은, 사실 좀 더 강한 남자아이로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 탓인 것 같습니다 .

할머니, 할아버지의 훈육때문에 불편한 적은 없었나요?

김혜진 (이하 엄마) 제 입장에서는 애들 아빠가 직장일로 많이 바 빠서 함께해 줄 시간이 부족한데 아버님께서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는 혼도 내 주시고 교육해 주셔서 오히려 감사해요.

아빠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모님께 한 번만 혼나도 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도 한 번 더 혼이 나는 것이 좀 힘들겠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할아버지 저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보면 저희 아버지는 많이 꾸짖 지는 않으셨으나 그래도 자식 훈계는 어머니보다는 아버지가 하는 것이 더 위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두 아들을 강하고 엄하게 양육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식에 대한 관심과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어떠한 대화 시간을 가져오셨는지도 궁금해요!

아빠 사실 저희는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지지는 못했어요. 유년 시절에는 아버지가 사업하시느라 참 바쁘셨고 미국에 오고 난 후 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으로 인해 비교적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 후 부모님과 함께 살며 오히려 성인이 된 후 아 버지와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나면 함께 골 프를 치기도 하고 또 제가 출장이 있을 때는 아버지께서 직접 운 전해 주시며 대화의 시간을 갖곤 합니다.

할아버지 부자간에는 어떤 형태로든 아버지가 아들에게 많은 관 심과 믿음을 보여주어 자신이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리더십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천대웅(할아버지)

가족 간에 서로 믿어주고 신뢰해 주는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 조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손주들에게 가족들과 함 께 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듣고 싶네요 .

막내딸 새해가 가장 기억이 나요! New Year’s Day!

할머니 우리 소망이는 세배하고 용돈 받을 때 기분이 제일 좋지요. 그렇지? (모두 웃음!)

아들 강아지를 너무 키우고 싶었는데 드디어 강아지가 우리 가족이 되어 너무 기뻐요.

가족 여행은 많이 하시나요? 엄마 아빠 두 분만의 여행도 종종 가시나요?

할머니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서 아무래도 시 부모와 함께 여행하면 불편할테니 둘이서만 여행을 다녀오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며느리는 항상 온 가족이 함께 가자고 하네요.

엄마 아이들이 셋이 다 보니 아이들 두고 여행을 가기에는 마음 이 편하지가 않고 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다 보니 시부모님과 함께 가는 게 더 편하더라고요. 그리고 버지니아에서 살 때부터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이 아주 가깝게 지 내셔서 휴일이나 명절 때 양가가 다 같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기 때문에 시부모님이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전통적으로 특히 한국 가정에서 고부간의 갈등이 많은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참 모범이 되는 가정인 것 같습니다.

할머니 시부모가 어떻게 편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우리 며느리가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드물게 참 착하고 시부모를 세심하게 생각해요. 며느리가 다시 태어나도 제 며느리로 태어나고 싶다고 하니 정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엄마 과장이 아니라 제가 어머님과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올 해로 결혼한지 13년이 되었는데 한 번도 어머님과 다투거나 불편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할머니 자녀들과 함께 사는 대가족이라 할지라도 어른들이 욕 심을 버리고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애들 아 빠도 가끔은 별 일도 아닌 일에 트집을 잡거나 잔소리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제가 뭐라고 하는 편이에요. 함께 사는 일이 결 코 쉬운 일이 아닌데 저는 어른들이 먼저 무조건 양보하고 자녀 들을 편하게 해 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부간에는 서로 말을 가려하고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야 합니다.

아빠 아버지께서 늘 가정을 이끌어 주시시다 수 년 전 뇌졸중으로 은퇴하시게 되며 이제 가장의 역할에서 밀려났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최대한 아버지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편들이 아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시고 소통이 되어서 좋은 관계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 며느님이 학교에 일주일 전부 출석해야 하면 집안일은 모두 시어머님이 담당해주신 다는 이야기인데 와 정말 대단하세요!

엄마 제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집안일도 다 해 주시고 아 이들에게 엄마역할까지 모두 해 주시니 제가 며느리로서 너무 죄송하고 정말 감사하죠. 어머님께서 아직까지도 저희들 부부와 아이들 도시락을 항상 싸 주세요. 집에 오면 아이들이 있어 공부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어머니께서 딸이 없으셔서 제가 엄마처럼 생각하고 말도 편하게 하고 버릇없이 굴 때에도 예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니까 너무 좋아요. 워낙 어머님께서 관리를 잘 하시 고 동안이시다 보니까 아이들 하고 밖에 나가면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로 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아빠 어머니께서 그 칭찬을 무척 좋아하세요. (모두 웃음!)

이번 기회를 통해 평소 서로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으시면 해주 세요.

엄마 항상 잘해 주셔서 특별히 바라거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없어요.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고 더 잘 해야 드려야겠다는 마음 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맞벌이다 보니 외롭고 힘들 수도 있었지만 시부모님께서 늘 도와주시고 많이 배려해 주셔서 제가 정말 많이 의지하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 일년 반 정도 공 부가 남았는데 시부모님께서 저를 위해 다 내려 놓으시고 이렇게 희생해 주시니까 제가 더 잘 해내야겠다는 책임감이 강해집니다 .

할머니 맞는 말이죠. 항상 아들에게 ‘무슨 일이든지 엄마보다는 아내와 의논하고 아내를 섭섭하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며느리도 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더 잘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아빠 평소에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건강 관리에 힘쓰시는 어머니보다 아버지께서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염려가 됩니다. 이제 건강관리에 좀 더 노력하여서 다시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하길 마음으로 바랍니다. 요즘에는 밭도 만드시고 꽃도 기르시고 채소 도 키우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필라델피아의 한인 가정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할머니 가정에서부터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특히 어른들이 욕심이나 주장을 버리고 자녀들을 믿고 신뢰하며 함께 살아간다면 더 건강하고 사랑이 넘치는 한인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할아버지 저희는 필라델피아 지역을 아직은 잘 모르지만 한인동 포들이 미주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필라델피아 한인사회가 그 어느 지역보다도 더 열심 히 화합하고 형제 우애의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동포사회로 더욱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길, 부모를 모시고 사는 길, 맞벌이 부부로서 자녀 들을 키워내는 길, 한인2세로서 살아가는 길,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길이지만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이기고 서로 이해하며 신뢰하고 배려 하는 더욱 튼튼하고 건강한 가정 그리고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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