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독설가, 국민 언니 김미경의
‘다시 새 힘을 얻는 법’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긴 시간 학교 교육을 받는다. 여러 가지 지식을 배우고 기술을 익히고 다양한 정보들을 습득하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다보면 그런 제도적인 교육으로는 풀기 어려운 수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우리가 찾는 사람이 바로 멘토다. 그들이 자신의 선경험과 통찰을 통해 던져주는 살아있는 메세지들은 우리의 여러 인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언니의 독설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팬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던 국민 멘토, 국민언니 김미경씨가 해외 한인 이민자들에게 특별한 애정과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자비 강연 투어를 나섰다.
인터뷰 최가비 에디터
수년 전, 개인사로 얼마간의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김미경씨는 ‘다시 힘을 얻는 법(Being to Hope)’이라는 독백과도 같은 주제로 뉴저지 한인들과 마주했다. 늘 완벽해 보였고 자신의 인생을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녀가 한동안 터널같은 어두운 시간을 지나온 탓인지 강연을 통해 던지는 독설은 오히려 서로 마주안고 등을 토닥이는 따듯한 위로였고 인간적인 나눔이었다. 강연 이 후, 맘앤아이와의 오찬자리에 함께한 김미경씨는 그녀 특유의 진솔함과 이웃집 언니같은 편안함으로 강연에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와 미주강연에 대한 소회를 들려주었다.
이번 미주지역 강연은 어떤 취지와 배경으로 시작하신 건가요?
그런거 없고 그냥 내가 오고싶어서 왔지. 이번 강연은 미주 11개 도시를 순회하는 강연인데, 내가 올해 초부터 YouTube 김미경TV 채널을 만들어서 매일 방송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걸 시청하시는 분들의 20%가 해외에 계시는 분들이세요. YouTube가 아니면 내가 해외에 계신 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겠어? 그런데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엄청나게 긴 사연들이 많아. 내가 엄마고 언니처럼 생각이 들어서 하소연 한다는거지. 그런 댓글을 보면서 내가 이분들 좀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일단 투어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잖아. 저와 스태프 세명이 자비로 다니는 거니까. 지난 20몇년간 강의하면서 한국팬들은 원하면 아무때고 만날 수 있는데 외국에 계시는 분들은 만날 방법이 없더라구. 그래서 내가 직접 찾아뵙는게 맞을 것 같아서 두달 전부터 준비해서 오게되었어요. 해외 강연을 기획하고 각 지역에 장소와 홍보 파트너를 직접 찾아 접촉하면서 준비했죠. 처음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진행을 하다보니 아시아나 유럽쪽에서는 오히려 먼저 접촉이 와서 그 쪽은 한결 진행하기가 쉬울 것 같더라구.
해외 강연은 처음이시죠? 한인이민자들 만나보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미국까지 건너오신 이유야 서로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비교적 잘 살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름 목적을 이루고 사시는 것 같아 나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물론 인생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남의 나라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몇갑절 노력이 필요할테고, 뭔가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까지 고생 많이 하셨겠지. 그래도 이민오신지 오래되신 분들은 자리잡고 잘 사셔서 너무 좋더라구요.
여기 이민자들은 한국의 청중들에 비해 환경적, 문화적 백그라운드가 좀 다르잖아요. 강연하실 때 ‘뭔가 다르다’ 그런 느낌 있으셨어요?
달라. 눈빛이 현저하게 달라. 교회 부흥회 같이 은혜받고 가겠다는 자세야. 집중은 물론이고 정말이지 보고싶었던 사람을 보고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가는곳 마다. 제가 한국에서는 강연 끝나면 싸인회를 잘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강의 두시간하고 이후 한시간 넘게 반드시 싸인회를 했어. 싸인하면서 단 몇초라도 한사람한사람과 눈을 맞추고 짧지만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지. 그냥 내 마음이 그랬어. 그러고 싶었어. 다들 너무 좋아하시더라.
이민사회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어려움이 있어서 이번 강연이 큰 위로가 돠었을 것 같아요. 강연 들으신 분들로부터 소감을 들으신게 있으신가요?
싸인할 때 이야기 많이 해주시지. 한번은 60이 넘으신 분이 강의 끝나고 나한테 오시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가 꼭 듣고 싶었던 이야기 다 들었다, 고맙다며 20불짜리 다섯장을 구겨넣어주고 가셨어. 또 한분은 장애아를 키우시던 분이었는데 온가족이 김미경 유투브 방송을 듣고 있고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구.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운지 몰라. 어떤분은 한국에서 사업이 망해서 미국으로 오셨는데 내 유튜브 보면서 위로 많이 받았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사실 한국에서 강연하면서 유튜브 내 방송 보는 사람 손들라면 겨우 청중의 15% 정도되는데 해외는 70% 이상이나 되더라구. 너무 고맙고 감사하지.
강연자로 출발하면서 승승장구하셨고 그 정점에서 어느날 갑자기 모든 매체에서 모습을 감추셨어요. 1년 뒤 다시 복귀하시기 까지의 과정 거치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이 있다면요?
공부요. 그리고 그때 느낀게 있어요. 사람이 여러 색깔의 시간의 살아요. 말하자면 활동하는 시간, 돈 버는 시간, 아이 키우느라 잠깐 집에 머무는 시간, 또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지나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등 사람이 살다보면 인생에는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색깔의 삶을 살게되요. 그때는 반드시 필요했던 시간이고 내가 겪은 일도 하나의 색깔을 지닌 내 삶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지. 불행도 내게 필요하지 않으면 안온다는 것, 쓸모있게 잘 쓰면 어떤 행운의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공부는 이렇게 하는거구나 싶을 정도로 공부했어요. 물리학, 양자역학. 내가 원래 24시간 내내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그런 사람이거든. 내가 성장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으면 힘들어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그 이후 인생을 해석하는 힘도 생겼고, 강의의 색깔도 많이 달라졌어. 책은 분야를 막론하지 않고 읽었고, 장자를 비롯한 중국철학과 주역 등도 공부했어. 그런 지식적인 것을 공부하는 이유는 이치를 해석하는 능력이 없으면 강의가 어렵거든. 그래서 공부를 많이 했어. 결론적으로 행운 뿐만 아니라 불행도 내편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간이 왔고 나는 그 기회를 공부하는 시간으로 삼았어. 그래서 지금은 다른 색깔의 강의를 할 수 있게 된거죠.
예전에는 뭔가 완벽한 김미경의 모습을 보고 도전을 받은 팬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허물도 있고 친근한 인간적인 김미경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더라구. 옛날에는 강연을 하면 대다수가 선생님 팬이에요 하고 인사를 했는데, 요즘은 날 붙들고 우는 분들이 있어서 뭔가 다른 공감을 느끼는구나 짐작하지.
Speaker 라는 직업이 남다른 통찰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처음부터 통찰력이 있던 사람은 아니었어. 물론 어느 정도 절충은 있겠지만 공부하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다보면 통찰력도 길러지는 것 같아. 30대에는 강의는 했지만 상담은 할 수 없었거든. 경험과 연륜이 쌓인다는 것이 여러면에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그것도 불특정 대중들에게 멘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어렵죠. 힘들죠. 나는 그냥 강의를 잘 하기 위해서 사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이 물어봐 넌 왜 그러고 사냐고. 내가 멘토로 살고싶어서 사는게 아니라 나는 기본적으로 나 자신을 너무 좋아해요. 내가 스스로 잘 되고 싶어. 내가 어떤 확고한 목표를 갖잖아, 그럼 나도 모르게 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더라구. 그런 모습이 당당하고 멘토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아. 그런데 가장 부담스러울 때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울 때. 예를들면 이번 방문 때 뉴욕에 계신 분이 공항에 마중을 나오셨어. 꽃다발 들고 커피까지 싸가지고 나오셔서 말씀 하시더라구. 10수년 전부터 내 팬이었다고. 이 분이 중국인 남편을 만나서 뉴욕에서 살고계시는 분인데, 자기한테는 평생에 두 엄마가 있대. 한사람은 자기를 낳아준 생모고 다른 엄마는 꿈의 엄마인 김미경선생이라는 거야. 그러면서 엄마가 오는데 어떻게 공항에 안나올 수 있나 그러시더라고.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몰라. 월드 투어를 해보면 특히 30-40대들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구.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내가 15년 먼저 살아내고 있으니까. ‘나도 50대가 되면 저 사람처럼 살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를 보면서 대리만족하고 꿈을 키우는거지. 그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잘 살아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더 어려워.
김미경씨는 힘들고 의지하고 싶을 때 찾는 멘토가 있으세요?
있죠. 저는 각 종교에 다 있어요. 스님도 있고, 신부님도 있고 그런분들과 소통하고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이야기 나누면서 그 분들의 생각과 혜안을 얻고 배우죠.
강연이라는 것이 늘 새로운 화법을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청중을 자극하기 위해 애써야하는 일이라 스트레스가 무척 많을 것 같아요.
아뇨, 저는 전혀 안그래요. 저는 오히려 강의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어느날은 눈이 퉁퉁 부었어, 목도 아파. 그러다가도 강연 끝나면 다 나아. 강의 안하면 오히려 아퍼. 강의는 정말 부담감없어요. 그런데 오히려 늘 컨텐츠가 문제였지. 그런데 그것도 요새는 해결이 됐어.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프레임을 바꿨어. 사실 준비한대로 강연이 되는 것도 아니거든. 요새는 마치 복채받으면 얘기해 주듯이 강연 시작할 때 청중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거지. 어디서 왔는지, 연령층이 어떤지 한 10여분 정도 청중 파악하는데 시간을 쓰고 그 분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파악하지. 그렇게 강연을 하다보니 훨씬 더 살아있는 강연이 되는 것 같아.
Grewmom 이라는 커뮤니티도 운영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그루맘 소개 좀 해주세요.
내가 원래 씩씩하게 사는 여자들을 좋아하는데, 그루맘은 양육미혼모들이에요. 사람이 인생을 살다보면 어떻게든 한번은 꼬이거든. 돈으로 꼬이고, 남자로 꼬이고, 자식으로 꼬이고, 인간관계로 꼬이고 그렇게 꼬이는데, 이분들은 그 꼬인 매듭을 어떻게든 잘 풀어가고 있는 분들이지. 자기가 낳은 자식 남들한테 입양보내지 않고 직접 키우는 엄마를 양육미혼모라고 하는데 생각해봐, 결혼도 안한 싱글맘이 애 교육시켜야지, 맡길데도 없는 애를 전적으로 혼자 키워야 하잖아. 얼마나 어렵고 힘들겠어. 그래서 이런 엄마들, 정말 씩씩하게 살고있는 이런분들 내가 좀 돕고싶더라구. 우리 회사에 가면 그런 엄마들이 언제든지 와서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거기서 사람도 만나고 대화도 하고 쉬기도 하고 그러지. 그루맘 시작한지 2년 정도 되고, 2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어요. 또 늘 신청받고 있고.
패션 디자인 쪽에도 역량을 펼치고 계시던데요?
우리엄마가 양장점을 50년 하셨거든. 그래서 내가 어려서부터 옷을 좋아했지. 젊어서는 강연하느라 바빠서 할 기회가 없었는데 쉰 넘어가니까 시간 여유,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서 취미로 시작했어. 첨엔 재봉틀 앞에서 베개같이 네모난 모양 직선 박기를 했는데 그거 진짜 재미없어. 옷 만들고 싶지 그런거 너무 지루하더라구. 내가 디자인하고 옷 만든지 4년 되었는데, 브랜드네임 MK&LILLY에요. MK는 내 이름 미경의 이니셜이고 LILLY는 우리엄마 양장점 이름인데 합친거야. 작년에 미혼모 8명 모델로 세우고, 연예인들 17명과 함께 자선패션쇼를 했어. 그 수익금은 그루맘 운영하는데 쓰는거지. 올 가을에는 트렌치코트 하나 겨울 코트 하나 딱 두개만 만들어서 일시적으로 한정판매하려고 해요. 옷만들어 파는게 내 직업이 아니라 비영리 패션쇼로 해야돼.
이제 50 중반을 지나시는데, 인생멘토로서 인생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단어 세가지만 꼽아주시겠어요?
제가 요즘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자존감, 품격, 해석’인데 설명을 하자면 이런거에요. ‘해석’부터 말하면 우리는 인생이 끊임없는 사건의 연속이라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인생은 사건 중심이 아니야. 중요한 건 해석을 잘 해야된다는거야. 돈없는 일 어느집이나 있고 속 썩히는 자식 어느 집에나 다 있어. 인간관계 땜에 힘든 것도 어느 집이나 다 있어. 그런데 그런 문제들이 어느 집은 바위만큼 크고 어느 집은 조약돌만해. 문제의 사이즈는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거야. 어떤 일을 맞딱드렸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아주 중요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자존감’. 자신에 대해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자존감인데 자기 존중감이 있으면 쉽게 남을 부러워하거나 비교하지 않아. 늘 남을 쫓다보면 삶의 격이 떨어지지만 남이 부럽지 않으면 어떻게 살든 품격있게 살게 돼. 나이 들수록 인생에 품격있는 사람이 되어야 되는데 그럴려면 자존감이 있어야 가능하거든. 자존감은 자기가 자기를 좋아해줘야 생기는거고. 쉽게 혹하거나 두려워하거나 그러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스스로를 좋아해주고, 어떤 사건이건 나다운 해석을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사는 동안 붙잡아야할 중요한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번 강연의 타이틀이 being to hope인데, 강연을 듣지 못하신 한인이민자들에게 핵심만 짧게 요약해 주신다면요.
‘다시 힘을 내는 법’이 한국에서 했던 제 공연의 주제에요. 서울서 하고 전국 투어했던 건데, 말하자면 어떤 실패도 실패가 아니고 성공 직전의 변화에너지다, 왜냐면 적어도 성공 바로 이전까지는 왔으니까. 그러니까 실패를 두려워마라. 그리고 두번째는 한국 떠나왔으니 이정도는 되야지 하는 부담감이 결국 자존감을 떨어뜨려요. 이민자라서 남의 땅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존감이 필요한데 공연히 스스로 들들 볶고 부담주면 안되잖아? 특히 아이들한테 주는 죄책감은 사람의 자존감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데 5초도 걸리지 않아. 상당히 많은 이민자들이 아이들 교육 때문에 왔다고 하면서도 아이들을 망쳐놓거든. 뭔가 결과만 바란단 말이지. 결과를 내주기 위해 크는 성장은 성장이 아니에요. 한국 떠나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부담까지 가지지 말고 이만큼 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마음으로 늘 행복하게 살아야한다는 것이 이번 강연의 핵심이에요.
긴 시간 좋은 말씀, 특히 강연에서도 듣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로 강연의 지경을 넓혀가시기를, 또 따듯한 메세지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