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 같은 한인회, 젊어지는 한인회 만들겠다”
매년 3월 8일은 UN 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제는 ‘여성 상위 시대’ 또는 ‘남녀 평등시대’ 라는 말이 큰 거리낌이나 불편함 없이 대중의 인식 속에 녹아 들어있다. 과거 여성이기때문에 내몰리고 평가절하 됐던 여성들의 능력과 권리가 이제는 그 빛을 발하는 시대에 도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남성들만 할 수 있는 일로 인식 되어 여성들에게는 기회조차 오지 않았던 일들도 수없이 많았다. 사실 그런 인식들은 아직까지도 크고 작은 여러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의 권리와 인권, 각종 차별이 그동안 역사적 사건들을 지나오면서 개선된 법적제도와 새로운 시대의 사회 윤리의 프레임 안에서 보호받게 되었지만, 아직도 언어 뒷편으로 숨겨진 몇몇 사회 구성원들의 깊은 인식 속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21세기에 여성이 할 수 없을 것 처럼 여겨지던 일들 중 하나가 바로 한인회장 자리이다. 미국 한인 이민 역사가 100년이 넘었고 뉴저지 한인회가 발족 된지 40년이 넘어서 첫 여성 한인회장이 선출 된 것이다.
우려와 기대를 함께 받으며 탄생한 뉴저지 첫 여성 한인회장 박은림. 여성이기 때문에 안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첫 임기 2년을 마친 후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당당한 한인 여성 리더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녀는 남성과 여성이 할 수 있고 없는 일들을 구분짓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인 2세 들을 위한 일들에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 그녀의 열정은 여성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모성에서 발한 특별한 능력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따뜻한 친정집 같은 한인회, 젊어지는 한인회를 만들겠다는 박은림 뉴저지 한인회장을 뉴저지 한인회의 그녀의 집무실에서 만나보았다.
뉴저지 한인회 역사상 첫 여성 회장으로 당선 되셔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남성들의 참여와 활동이 지배적이었던 한인회 활동을 처음 시작하게 되셨던 동기, 더 나아가 회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으셨나요?
거창한 동기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예요. 다만 지난 1998년 부터 학부모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한인회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이들 키우는 주부이고 학부모회 일 말고는 한인사회에 대해 잘 몰라서 한인회에 직접 가담해 일한다는게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학부모회에서 하는 일들이 더 잘 알려지고 지지를 받기 위해서라도 한인 사회 안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뉴저지 한인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한인회 일을 시작한게 지난 2004년인데 부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오랫동안 전직 회장님들의 일을 도와왔죠. 2015년 한인회장선거에 출마했을때는 도전하기 까지 여러가지 복합적인 사연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출마를 결심하도록 작용한 것은 일종의 책임감과 정의감이었어던 것 같아요. 그동안 한인사회 내 리더의 자리가 굉장히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자리싸움을 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됐죠. 그러면서 제가 몸담고 있는 한인회가 점점 더 쇠퇴해 지도록 놔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5년, 처음으로 여성으로서 한인 회장이 되고 나서는 우려도, 기대도 모두 많이 받았습니다. 여성회장이 과연 그 일들을 다 해낼 수 있겠나 하는 우려와, 반대로 그동안 권의 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한인회장 자리를 여성 회장이 새롭게 정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많았죠. 그렇게 27대 회장직을 처음 맡았을 때는 28대 연임 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28대 신임 회장 선출 시기를 앞두고 적당한 후보자들이 나오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지난 임기 동안 해 왔던 일들을 놔두고 매몰차게 떠날 수도 없었고, 많은 전직 회장님들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연임하도록 지지해 주셔서 28대 임기를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인 회장직이 저한테는 하면 할 수 록 어려운 일들이 많아지는 자리인것 같아요.
어떤 일들이 가장 어려우신가요?
한인회에 대한 기대치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어요. 그러다보니 해야할 일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죠. 행사는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있다보니 일주일 내내 개인적인 시간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해요. 한인회장직이 이렇게 해야 할 일이 많고 바쁜 자리이지만 봉사직이기 때문에 점점 더 선뜻 나서시는 분들이 없는것 같아요. 현재 뉴저지 한인 이민자 수가 17만명 으로 뉴욕과 거의 비슷한 수가 되었거든요. 한인 이민자 수가 적었을 때는 그만큼 할 일도 적었던 반면에 타이틀이 주는 권위가 무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요즘의 한인회장직이란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해야 하는 자리가 되었어요. 뉴저지는 오래전에 이민와서 이미 자리잡고 잘 사시는 분들도 많지만 동시에 새로운 이민자들도 많기 때문에 한인회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어요. 새로 이민오신 분들을 위해서는 미국에 잘 정착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도와드려야 되고, 이민 온지 오래되신 한인들과 2세들을을 위해서는 한국적 문화를 잊지 않고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일들을 해야 해요. 특히 2세들이 주류사회로 진출하도록 돕고 2세들 가운데 정치인들을 배출하도록 하는 등 한인회에 주어진 이슈와 책임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박은림 뉴저지 한인 회장’ 하면 ‘뉴저지 최초의 여성 한인회장’ 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 붙습니다. 우려와 기대가 모두 많았다고 하셨지만 첫 임기를 잘 지내셨기 때문에 연임에도 성공하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초의 여성 한인회장으로 지내셨던 지난 3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여성이기 때문에부담은 없었는지, 좀 더 유리한 부분과 반대로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으셨나요?
여성이기 때문에 유리한 부분이라면, 한인회 안에서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릴때 남성들 사이에서는 격하게 부딪힐 수 도 있을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좀더 부드럽게 제안하거나 제안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비지니스나 사적 이익과 연결 짓지 않고 일하기 때문에 좀 더 한인회 업무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춰 일할 수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점들에 점수를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개인의 이득이 아닌 커뮤니티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인정해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힘이 돼죠. 그런데 이런 부분은 꼭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성향을 이해하시고 그렇게 인정해 주신거라고 생각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힘든점 이라면, 일부 남성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사회 단체들의 많은 부분들이 남성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여성이 들어오면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다 보니 여성이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들어 어떤 어려운 상황을 풀기 위해 사람을 만나야 할 일이 생기면 남성들은 술한잔 하면서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일도 여성이기 때문에 정면으로 부딪혀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하죠. 그럴때면 어디 그렇게 해서야 일이 돌아가겠냐며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반대로 그런 점을 더 높이 평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힘을 얻어 계속 일을 하게 되죠.
지난 2015년 회장으로 당선 하신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인회가 친정집 같은 곳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씀하신바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여성리더의 섬세한 정서가 그동안 언어로 표현되지 못했던 한인회를 향한 동포 커뮤니티의 요구를 정확하게 짚어 내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두번째 임기를 지내시는 동안 뉴저지 한인회가 희망하신 방향으로 많이 개선 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예전에는 한국분들 중에 한인회에 대해 굉장히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현재는 저희가 하는 일들이 많이 알려져서 한인분들이 어려운일이 생기면 ‘아, 저기로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봅니다. 인종차별 문제를 비롯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한인회에 전화를 해 주시고, 예를들어 어느 지역에 한인 홈리스가 있는데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는 제보를 해 주실 때도 있어요. 그럴때면 ‘한인회가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죠.
현재 뉴저지 한인회에서 봉사하시는 임원님들과 이사님들도 우리가 갖고 있는 시간을 할애해서 ‘봉사’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봉사활동들이 점점 더 확장되고 활성화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우리가 친정집에 가면 오랫만에 가도 마음이 편하고, 꼭 어떤 도움을 받지 않아도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있을때 생각나는 곳이 친정집이죠. 힘든 이민생활에서 어려움이 있을때, 그 어려운 일이 해결되는 아니든, 언제라도 떠올릴 수 있는 곳이 한인회라고 인식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 백프로 제가 원하던 방향으로 다 갔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교민들의 한인회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장직을 역임하시기 전부터 한인회의 여러가지 일들을 맡아서 해오셨는데요, 최초의 여성 한인 회장이 탄생하기 전과 이후의 한인회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시나요? 예전보다 여성분들의 참여가 많아졌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2004년 처음 뉴저지 한인회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성은 저 혼자였어요. 그러나 지금은 활동하는 분들의 반 이상이 여성들이죠. 제가 이 지점에서 남성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함께 커뮤니티를 위해 동참하고 일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커뮤니티의 일은 여성, 남성을 떠나 모두가 다 함께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저곳은 여자들이 많기 때문에, 혹은 남자들이 많기 때문에 라는 이유를 떠나서 다 같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일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남성 여성을 떠나 모든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다함께’ 라는 말의 대상은 우리 차세대 젊은 한인들도 포함이 되는데요, 2018년에는 많은 젊은 한인분들이 한인회 활동에 동참해 주셨으면 해요. 한인회 활동이라는 것이 꼭 이사회에 참여해서 활동하는 영역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한인회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봉사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제 저희 뉴저지 한인회가 대통령 상 (President Award)를 신청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인정 받았기 때문에 자녀들의 한인회 봉사활동을 많이 독려해 주시면 대통령상의 기회도 함께 주어질겁니다.
저는 ‘우리’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한 사람의 강력한 힘 보다고 작은 힘이 여럿 모이면 더 큰 일을 해 낼 수 있다고 믿거든요. 지난해 일어났던 버겐 아카데미 사건도 22개 한인단체가 동참해서 대응 했기때문에 생각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말씀 하신 것 처럼 지난해 말, 버겐 아카데미 교사가 한인 학생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각 타운의 학부모 협회장들과 함께 뉴저지 한인회에서도 즉각적으로 대응하시면서 해당 교사 징계와 공식 사과를 요청 하시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인회장직을 맡으시기 전에 팰리세이즈 팍 학부모 회장을 지내신 이력도 있으시고, 아무래도 모성을 이해하는 여성의 감성이 작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당시 상황이 어땟는지, 한인 회장으로서 사건을 대응해 나가시면서 어떤 심정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사건은 한 교사가 한인 학생들만 일으켜 세워서 “ I hate Koreans” 라고 말한 사건이었는데 그 사건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어요. 그 사건이 처음 일어난 시점은 지난해 9월이었지만 11월이 되어서야 사건이 알려지고 이슈가 됐죠. 사건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니 졸업생들 중에서도 그 교사에게 비슷한 상처를 받은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동안 일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데에는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묵과한 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괞히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면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까봐, 또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바뀌지 않을 일이라고 미리 체념하고 아무 대응없이 지나간 비슷한 사건들이 많이 있어왔죠. 이 사건을 접하게 된 뒤 어느날 문득, 누가 나에게 “I hate Koreans” 라고 말하면 나는 어떨까를 생각해보니 그것은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었어요. 그리고 이럴때 한인 단체들이 함께 나서야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기대 밖으로 많은 단체들이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 이제부터라도 우리 엄마들이 생각을 바꿔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침묵을 요구하게 되면 그 자녀들이 성장 한 후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우리 한인들은 미국에 살면서 모든 부당한 일에도 입다물고 사는 소수민족으로 밖에 살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렇기때문에 저는 여성들이 나서서 아이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게 되면 당당하게 용기내어 싸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같은 부당함을 겪게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것이 우리 부모 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버겐 아카데미 건 도 많은 한인들이 함께 움직이고 사건에 대응한 결과 우리가 학교측에 요구했던 여러가지 사안들 중에 많은 부분들이 받아들여지고 이행 되었어요. 아직 완벽하게 우리의 요구들이 다 실행 된 것이 아니고 이번 일이 처음 있었던 일도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멈출일은 아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할 사안들이 있습니다.
미주 한인 동포 사회가 다소 보수적이라는 인식 있어왔는데 뉴저지와 뉴욕에서 연달아 여성 한인 회장들이 선출 되면서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를 감지하게 됩니다. 그만큼 이제는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이 확인되는 것이겠죠. 어찌보면 한인사회 안에서의 큰 변화의 물꼬를 터주신 격이 되었는데요, 오늘날 커뮤니티에서 여성의 역할은 어떤 것이라고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여성리더로서 특별히 같은 커뮤니티의 여성 구성원들에게도 바라는 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과소 평가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미리 재단하지 말고 모든 일을 남성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아직도 우리 사회 안에서는 육아라든지, 여성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할때 더 많이 일하고 수퍼우먼이 되야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에게 맡겨질 일을 마주 할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사이에 경계를 긋지 말고 남성들과 동등한 하나의 개체로서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해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회안에서 구성원들에게 맡겨지는 일들을 볼때 일종의 감성적 업무처리가 필요한 부분은 여성들에게 맡겨지는 사례가 많죠. 실제로 어떤 이성적 판단이나 대응이 필요한 부분에서 여성들은 감성에 치우치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분들을 스스로 자제해 가면서 남성들과 동등하게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임기 중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과 가장 보람을 느낀 일들을 나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한인회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이제는 많은 분들이 그래도 한인회가 한인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알아주시고 한인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인회에서 예전부터 해결되지 못했던 축적된 부채가 많았어요. 첫 임기 시작하면서 임기동안 이것만 해결해도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이 해결이 많이 됐고요.
힘든 부분은, 한인회가 좀 더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어느시점 부터 성장을 멈추고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미주 한인들의 이민역사는 115주년이 됐고 뉴저지 한인회만 해도 그 역사가 43년이 됐어요.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뉴저지 한인 이민자 수가 이제 17만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한인 회관이 없어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그냥 사장돼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지난 3년 동안 한인회관의 필요성에 대해서 많은 분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이야기를 나눠 봤지만 회관 건립과 함께 따라올 수도 있을 문제점들을 이유로 아직도 많은 분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제 임기가 끝나기 전에 차기에 다른 어떤 분이 회장직을 맡더라도 회관건립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그 초석을 만들어 놓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 첫번째 단계로 2월말 갈라를 열고 갈라에서 실행하는 옥션 수익금을 한인회관 설립 기금으로 조성할 계획이예요. 이 초석을 만드는 것도 저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많은 분들이 동참하시도록 설득하는데, 어떤 때는 벽보고 저 혼자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절망감마저 들때가 있어요. 사실 힘들면 안하고 임기 끝내면 되죠.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늘 주위시 커뮤니티 센터를 부러워 하면서 우리는 막상 아무것도 하지도 않고 있다는 안타까움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어요. 갈라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이 행사가 동포사회에서 협력을 안해 주셔서 적자를 내면 회관은 꿈도 못꾸게 되겠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준비하며 회관 건립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그래도 삽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에요. 삽을 뜨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되더라도 말이죠. 회관을 통해서 모든 한인들이 하나로 뭉쳐야 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 절실함만 가지고는 참 힘이 듭니다. 그래서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한인 사회의 성공하신 분들이 이 사업에 좀 나서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사업은 제 개인을 위한 일도 아니고 한인회를 위해서도 아니고 한인 사회 전체를 위한 일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2세들을 위해 한인회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을 거론 하시는데 저는 아이들에게 내 집하나 없이 여기서 살아나가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가 2세들을 위해서 정신적 유산을 남겨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정적인 부분도 준비를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이민 세대들도 우리 이전 이민 세대가 일궈 놓고 남겨 놓은 것 들 때문에 우리들이 지금 미국에서 한국말 써가며 편하게 이민생활을 할 수 있는 것 처럼 우리들도 우리 아이들과 또 앞으로 새로 올 한인 이민자들을 위해 계속해서 터전을 일궈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인 회관이 있어서 모든 단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인 회관이 건립 되어야 할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예를 들어 말씀해 주신다면요?
가까운 예를 들어 설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든 생각은 우리에게 부엌 시설이 있는 회관이 있었다면 이럴때 많은 분들을 회관에 모시고 떡국 대접도 해드릴 수 있는데 그렇게 해드리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다른 단체의 도움을 받아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지만요. 그보다도 더 필요한 이유는 우리들의 아이들 때문이에요. 뉴저지 팰팍 지역에는 특히 한부모 자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일하시러 나가면 청소년 아이들이 혼자 집에 남겨지는 경우가 아주 많거든요. 혼자서 엄마가 준비해 두고 나간 음식을 데워 먹거나 대충 혼자 식사를 해결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많이 아파요. 그래서 한인회가 나서서 이런 아이들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관이 건립되면 아이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좀 더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일년여의 임기가 남아있습니다.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뉴저지 한인 동포들에게 특별히 당부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한인회관 건립이나 갈라 행사, 추석 잔치 등 남겨진 많은 사업과 행사들이 있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차기 후보를 선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봉사할 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죠.
제가 취임 후, 젊어지는 한인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는데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계속 더 젊은 분들이 많이 동참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앞에서 우리를 위해 애써주셨던 많은 어르신들은 이제 젊은 세대를 위해서 뒤에서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젊은 한인회를 만들기 위해서 작년에 유스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그동안 큰 활동이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아주 적극적인 학생이 한명 동참하게 되서 유스 커뮤니티가 앞으로 많이 활성화 될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차세대 위원회가 새로 구성돼서 앞으로 차세대 포럼을 열 계획이에요. 이런 포럼들을 통해 아이들이 확실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미국에서 코리언 아메리컨으로 당당하게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한인회가 나서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처럼 한인회가 몇몇 사람들을 위해서, 몇 몇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단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 친정집은 우리가 돌봐야 된다는 마음으로 많은 한인들이 함께 참여해서 뉴저지 한인회관 건립에 도움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임기동안에도 뉴저지 한인들을 위해서 열심히 봉사해 주셔서 훌륭한 한인 여성 리더의 본보기를 보여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특별한 기획을 위한 인터뷰 대상이 되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