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인종을 뛰어 넘어 협력을 이뤄낸
인터뷰, 글 김향일 에디터, 사진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
지난해 4월 미국 최대의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지였던 뉴욕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대 12,000명을 넘어서면서 전 비필수 업종들이 문을 닫는 강제 봉쇄 조치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사상 최대의 경제적 위기가 닥쳤고 그 매서운 바람은 한인들, 특히 취약 계층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되는 더 없는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그런 위기의 상황에 놓인 한인들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곳이 바로 뉴욕한인회였다. 올해로 창립 61주년이 된 뉴욕한인회는 사람의 나이로 치면 벌써 환갑이 넘은 나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뉴욕 일원 한인 이민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뉴욕한인회가 지난해와 올해 팬데믹을 겪으며 더욱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의 중심에는 뉴욕 한인회장 찰스 윤이 있었다.
“코로나 19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일상과는 전혀 다른 낯선 일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우리의 생활 반경은 줄어들고 주변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퀸즈 플러싱에서 정부에서 주는 식품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 선 줄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운 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기금을 모아 생계가 어려운 한인들에게 식품을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뉴욕한인회는 지난해 정부의 코로나 19 긴급재난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한 취약계층과 실업수당에서 제외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COVID-19 사랑 나눔 릴레이 펀드 캠페인”을 펼쳤다. 그리고 이 캠페인을 통해 무려 125만 달러 이상의 기금이 모였고 지난해 9월 25일~10월 9일까지 접수된 신청자 중 심사를 거쳐 1차로 총 766 가정에 식품권이 배포됐다. 가족수를 기준으로 매달 $100-200씩 총 $500-1000 상당의 식품 구매권을 분할 지급한 것이다.
“뉴욕한인회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코로나 19로 인해 직장을 잃었고, 일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 하루하루가 막막하시다는 분들의 사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렌트비를 못내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는 분, 식품을 구매하기도 어렵다는 분, 주변의 도움으로 살고 계신다는 분 등 생계위협을 느끼는 분들의 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연방정부나 주정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이런 분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뉴욕한인회는 코로나 19 이후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한인들에게 여러 재단과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은 쌀과 현금, 개인보호장비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하루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동포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이들의 손을 뉴욕한인회가 잡아 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작게는 20여 불에서 많게는 몇십만 불에 달하는 수많은 한인들의 기부 덕분이었다.
“이번 캠페인은 한인사회 각계각층의 소중하고도 적극적인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시드머니를 제공해 주신 YT 황 패밀리 재단 황용태 회장님과 일대일 매칭으로 50만 달러를 기부해 주신 H 마트 권일연 대표님, 데이비드 정 파머시뷰티 LLC CEO, 사우스폴 임직원들, 익명의 한인 2세 기부자, 쉐이크 앤 고우 김광석 회장님을 포함해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듯 이번 캠페인에 함께 해 주신 모든 기부자들의 기부에 감사합니다.”
”COVID-19 사랑 나눔 릴레이 펀드 캠페인”은 지난해 11월로 신청 마감을 했지만 뉴욕한인회는 올해도 팬데믹으로 여전히 여건이 좋지 않다면 다시 이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찰스 윤 회장은 올해 5월이면 벌써 2년 임기가 끝난다. 그의 임기 절반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각종 방역용품과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구제하는 일이 그의 주된 업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이런 구제 활동이 한인사회에만 머물지 않고 미국 사회 곳곳에 한인의 이름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수 있는 계기가 됐다.
“뉴욕에서 갑자가 감염환자가 늘고 사망자수가 높아지는데 마스크는 물론이고 의료진들이 방호복 조차 없어서 제대로 환자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한인 2세 재단에서 방호복을 기부해 주셔서 퀸즈 엘머스트 병원에 2천 벌,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된 참전용사 요양원에 1천3백 벌, 한국전 참전용사 110명이 계신 롱아일랜드 보훈병원에 7백 벌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한인 커뮤니티는 미국 사회의 일원이고 지역사회와 협력할 때 비록 소수민족이지만 우리의 권리와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백인 경찰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하자 뉴욕뿐 아니라 전국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뉴욕에서도 연일 시위가 일었고 안타깝게도 이들 중 과격한 일부 시위대 들울 중심으로 상점들을 대상으로 약탈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맨해튼을 비롯해 브롱스에 위치한 한인 업체 몇 곳들도 피해를 입었다. 그 즈음 흑인 인권단체가 한 한인 업체 앞에서 지역사회 무관심과 소통 부재를 이유로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찰스 윤 회장은 당장 중재에 나섰고, 이 시위를 막을 수 있었다.
“ 저희는 다른 한인 업체들과 함께 조지 플로이드 추도식을 주관한 인권 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와 한인사회 간의 협력 자리를 마련하고 코로나 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흑인 커뮤니티에 마스크 1만 장과 물 3천 병을 전달하는 등 자칫 인종 간의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었던 시기를 오히려 한인과 흑인 간의 우호를 다지는 계기로 만들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와 흑인 커뮤니티 간의 상호 협력 등의 관계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미주 한인들에게는 LA폭동으로 인한 흑인사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하지만 이번 찰스 윤 회장의 적극적 행보로 두 커뮤니티 사이의 벽이 조금은 허물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편견 없는 그의 이런 시각은 그가 변호사가 된 계기에도 잘 드러 난다.
“어린 시절 외교관이신 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를 다니면서 합당하지 않은 사회 불평등에 대해 보고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좀 있었습니다. 이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법을 통해 사회가 좀 더 개선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법으로 좀 더 나은 사회,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전 컬럼비아대에 진학해 비교문학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자연스럽게 변호사의 길을 가게 됐습니다.”
찰스 윤 회장은 초등학교 때 시카고 총영사로 부임한 아버지, 윤영교 전 뉴질랜드 대사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와 콜롬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인 1.5세로 뉴욕 한인회장을 맡은 그는 한인 1세와 2 세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뉴욕 한인회장에 취임한 후 한인 커뮤니티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2세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뉴욕한인회 36대 집행부에는 12명의 부회장들이 있는데 그중 9명이 1.5세이거나 2세다. 그리고 2세들에게도 한인회 활동을 알리기 위해 영어로 된 한인회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한인 커뮤니티의 활동과 역사를 소개하는 강연 모임 등을 개최했다. 이런 그의 노력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크게 빛을 발한 것이다. 각족 기금과 방역 물품 기부에 한인 2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2세들은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한인 커뮤니티에는 소극적입니다. 1세들은 단합이 잘 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 두 세대가 협력해야 한인 커뮤니티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 한인회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올해 비록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한인사회 주역인 차세대를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뉴욕한인회 회원제 운영도 고려 중입니다. 뉴욕 한인회관은 동포들의 공간입니다. 뉴욕한인회 활동에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뉴욕 한인회관은 맨해튼 24가에 위치해 있다. 1983년 한인 1세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마련한 것이다. 찰스 윤 회장은 오래돼 낡고 어느덧 한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한인회관을 새롭게 단장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다.
“비어있던 3층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세입자를 유치시켰고, 출입문을 이중으로 설치하는 등 보안을 보다 강화했습니다. 또 엘리베이터와 보일러, 온수 탱크 등 회관의 낡은 시설들을 교체하고 수리했습니다. 현재는 렌트를 전혀 내고 있지 않는 3층 악성 세입자에 대한 퇴거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뉴욕한인회는 다양한 일들을 해 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많이 제한되기는 하겠지만 앞으로도 변함없이 많은 활동이 회관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2021년 새해를 맞아 그는 한인회장으로 지난 한해 힘든 시기를 보냈을 한인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는 어지러운 혼란 속에서 새 질서를 잡아가는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는 일상의 익숙함과 결별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했고 이제는 그 새로움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코로나 19는 참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휩쓴 2020년은 많은 이들에게 참 고통스러운 한 해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많은 분들께 힘내시라는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릴레이 인터뷰 2번째 주인공이십니다. 3번째 릴레이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으로 누구를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철 박 한인 커뮤니티재단(KACF) 이사장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찰스 윤
현 제 36대 뉴욕한인회장
현 Yoon LLP Partner 변호사
현 Council of Korean Americans 이사
2017, 2018, CKA Gala & Summit 공동행사위원장
현 뉴욕시 감사원장 자문위원회 위원
1986~1989 Columbia Law School J.D. 1982~1986 Columbia College, Columbia University 비교문학, 정치학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