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공연은 저 자신을 찾아가는 명상, 수련의 과정이고, 세상을 배우는 공부이며,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만남의 장인 것 같아요. 공연하면서 ‘연기’ 자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특히, 지금 소속되어 있는 Theatre No Theatre에서의 작업은 더욱 그렇고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수줍음이 많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하고 대화를 이어가기가 무척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고, 사귀고 나서도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성격상 어렵고 그렇더라고요. 친구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하며 만난 동료와의 관계도 어려웠고, 하물며 가족과의 관계도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공연하면, 친구도, 동료도, 가족도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게 되고, 교감이 되었어요. 5년 동안 작품(한!<HAN!>)을 만들면서 조금도 기대하지 않은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무대에서
‘투명’하게 저를 보여주려 노력하면서 공연하고 있는데, 관객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들리고 보이는 듯했어요. 제가 무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동시에 객석의 그들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사람을, 타인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공연인 것 같아요. 저의 공연을 보러 오신 관객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에요. 저의 공연을 보고 관객분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그렇게 달라진 생각이 그들의 인생을 더 따뜻하고 의미 있게 바꾸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제가 열심히 저를 갈고 닦아야 해요. 그래서, 열심히 신체 훈련도 하고, 마음 훈련도 해요. 공연하지 않을 때도, 숨을 쉬는 모든 순간순간에도,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순간을 준비하며 살아야 해요. 그렇게 해야만, 그분들에게 작은 울림이라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