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달리 오페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어가 대부분이고 배경 또한 고전작품이 많아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는 게 통념이다. 맘앤아이는 오페라를 보다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오페라 연재를 기획했다. 음악 전문 비영리단체 CAMERATA NEW JERSEY에서 활동 하고 있는 이병현 지휘자의 ‘WE LOVE OPERA’로 2021년은 오페라에 한 발 다가서며 한결 풍성한 문화생활을 누려보자.
해피바이러스 같은 로맨틱 코미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글 이병현 / Ben Byung-Hyun Rhee
마음이 따뜻해지고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 이 작품은 도니제티가 31세 때에 단 6주 만에 완성한 41 번째 작품으로 1832년 5월 12일 밀라노의 카노비아나(Canobbiana) 극장에서 세계 초연되었습니다 .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제티는 로시니, 벨리니와 더불어 1800년대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 시대를 이끌었던 보석 같은 작 곡가입니다.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가난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우연히 같은 마을 신부님에게 음악 수업을 받으며 음 악의 길로 들어섰고, 후에 볼로냐 음악원에 진학하여 로시니의 후배가 되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그 시대 최고의 작곡가이 자 학교 선배인 로시니의 그늘에 가려 있다가 로시니가 오페라 작곡에서 은퇴한 뒤부터 비로소 그만의 색깔로 세상에 알려 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70여 편의 오페라를 작곡했고, 그 중 ‘사랑의 묘약’, ‘연대의 아가씨’, ‘돈 파스콸레’,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등은 오늘날 전 세계 유명 오페라 극장들의 단골 레퍼토리로 많은 오페라 팬들의 식지 않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의 묘약’은 재미있고 유쾌한 코믹오페라 입니다. 가난하고 순진한 젊은 시골 총각 네모리노(Nemorino: Tenor)와 그 가 짝사랑하는 아름답고 인기 많은 ‘핵인싸’ 농장주 아디나(Adina: Soprano), 그리고 네모리노의 아디나에 대한 사랑을 방해하는 연적 벨코레(Belcore:Baritone) 상사와 허풍쟁이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Dulcamara: Bass)가 중심이 되어 극 을 이끌어갑니다.
젊고 가난한 농부 네모리노는 그 마을의 아름다운 농장주 아디나를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하필 이때 마을을 찾은 군인 벨코레 상사의 ‘직진청혼’ 에 아디나는 선뜻 확답을 주지 않습니다. 네모리노, ‘혹시 나 때문에 확답을 안 하나?’ 싶어 용기내 아디나에게 고백을 해 보지만 눈치 백단인 아디나는, 그를 무시하며 ‘어서 가서 병든 삼촌이나 간호하라’며 단호히 거절합니다. 벨코레와 네모리노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는 거죠. 이 때, 떠돌이 사기꾼 약장수 둘카마 라가 마을에 들어오고, 네모리노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전 재산을 탈탈 털어 그에게 사랑의 묘약을 사게 됩니다. 아디나가 벨코레 상사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아 조금 불안하지만, 약을 마신 후 하루가 지나면 신비한 효력이 발생된다는 약 장수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약을 마십니다. 아디나가 자기와 사랑에 빠지 게 될 생각에 부풀어 아디나 옆에 가서 일부러 그녀를 무시하 는 듯한 노래를 부르며 도발하는 네모리노! “두고 봐. 너는 나 에게 빠지게 돼 있어!”
그런데 말입니다! 사랑의 묘약이라는 이 약의 정체는 사실 싸 구려 포도주! 신비한 효력을 발휘할 리가 없습니다. 네모리노 는 그냥 술에 취해 술주정을 하고 있는 것이죠. 자, ‘어장 관리’ 하던 아디나! “네가 나를 무시해?” 하는 마음으로 복수심에 벨코레에게 덜컥 일주일 후에 결혼하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도 네모리모는 역시 내일이면 나타날 묘약의 약효 를 믿고 천하태평입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갑작스 러운 부대 이동 명령을 받은 벨코레 상사, 아디나에게 오늘 당 장 결혼식을 올리자 하는데 아디나가 그걸 또 받아들입니다. 급해진 네모리노는 “내일까지만 기다려줄 수 없겠니? 꼭 그래 야만 했니?” 하고 애걸해 봅니다. 약효가 나타날 24시간을 기 다릴 수 없는 네모리노, 당장 둘카마라에게 뛰어갑니다. 혹시 한 병을 더 마시면 효과가 배가 될까 하는 희망으로 약 한 병을 더 달라고 사정사정하지만, 장사꾼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 습니다.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돈 생기면 다시 오시구랴.”하 며 약을 올립니다.
돈이 없어 낙심해 있는 네모리노에게 접근하는 벨코레 상사. 군대에 입대하면 돈을 준다고 꼬십니다. 그 꾀임에 빠져 고심 끝에 입대신청서에 사인하고 돈을 선불로 받아 두 번째 사랑 의 묘약을 삽니다.
한편,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군대에 들어갈 생각까지 했다는 것을 둘카마라에게 전해 듣고 감동합 니다. 아디나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자신의 한심했던 행동을 뉘우치며 한숨을 짓습니다. 이 모습을 바라본 네 모리노는 드디어 ‘약발’이 듣는구나 감동하며 그 유명한 테너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릅니다.
벨코레에게서 네모리노의 군입대 계약서를 다시 찾아온 아디 나는 네모리노에게 그것을 돌려주며 그동안 미안했다고 고백 합니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아디나는 네모리노에게 작별을 고 하지만, 네모리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 두 사람 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아들 딸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해피 엔딩 스토리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셨기를 바라며, 다음 달에 새로운 오페라로 찾아 뵙겠습니다.
*카메라타뉴저지문화재단 홈페이지
https://www.cameratanewjersey.org
*이병현 지휘자 유튜브 채널(‘뉴욕휘자오빠’로 검색)
https://www.youtube.com/channel/UCNSm7dpnzSb_ NLeaRr085YQ?view_as=subscriber
이병현 / Ben Byung-Hyun Rhee
이스트만음대 재학 중 지휘자로 데뷔, 맨하탄음대 대학원 수료 후 충남 교향악단 상임지휘자와 뉴저 지주립오페라단 부지휘자를 거쳐 테네시주 내쉬빌심포니 지휘자를 역임했다. 브루노발터 지휘자상, 프리드만 지휘 컴퍼티션 연주가 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카메라 타뉴저지문화재단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