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어 이스트 사이드 불목의 플레이 그라운드
이곳 뉴욕에 불금 (불타는 금요일), 놀토(노는 토요일)에 이어 새로운 불목(불타는 목요일)을 책임질 곳이 나타났다. 작은 몸집에 단단하고 강인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현경민 쉐프. 그녀의 야무진 손끝에 미각과 후각 그리고 시각을 자극하는 창의력있는 음식이 만들어진다. 마치 나만의 비밀 단골집이 될 수 있을 거 같은 포근한 어울림이 있는 이스트 빌리지의 식당, ‘Thursday Kitchen’에 놀러가보자.
취재, 글 허세나 에디터 사진 배강수
안녕하세요, 먼저 셰프님의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어로는 Kay Hyun, 보통은 셰프 케이로 불리는 요리사 한경민이라고 합니다.
네, 셰프 케이님, 레스토랑 오너로는 어떻게 보면 아직 젊은 나이이신데 어떻게 레스토랑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뉴욕에 있은지는 10년정도 되었는데요, 처음 French Culinary Insti-tute라는 요리학교에서 유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외국식당에서 일하다 저만의 색깔을 가진 트렌디한 음식을 뉴욕 현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식당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사람이기에 한국 음식이 배경이 되대 다수의 사람들이 아는 비빔밥, 불고기가 아닌 다른 나라 음식과 합친 인터네셔널 퓨전 음식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한식이 바탕이 된다면 한인타운이나 다른 지역도 있었을텐데 맨하탄 안에서도 이스트 빌리지에서 식당을 열게 된 이유는요?
뉴요커들에게도 이스트 빌리지라는 곳은 핫 스팟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이곳에 20-30대의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프로페셔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도 하고 그들을 위한 가게들이나 식당들이 많이 있거든요. 뉴요커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들과 인종들이 섞여 활기있고 활동적인 분위기를 내는 이 곳에 관심도 많았고 이런 분위기가 저의 음식을 보여주기에 적격이다 생각했어요.
전반적인 레스토랑의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저희 식당이름이 ‘Thursday Kitchen’인데요, 목요일은 주중이 거의 끝나가고 주말이 곧 시작하는 애매한 날이지만 그날이 신나는 날이 되길 바라는 느낌을 가지고 저희 식당에 오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서비스를 즐기고 좋은 바이브를 느낄 수 있는 행복한 불목을 보내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에 이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제가 스페인 음식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또 프렌치를 전공해서 한식의 색깔을 바탕으로 한 인터네셔널 타파스 (식욕을 돋우어 주는 스페인의 에피타이져 및 간식)와 여러 나라의 특징들을 접목한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지역의 숨은 맛집 느낌으로 이스트 사이드 로컬들을 위한 음식들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감사하게도 입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찾아주셨어요. 이제는 20-30대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찾아오시곤 해요.
메뉴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그 재료나 음식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저 혼자 재료나 창작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하곤 해요. 여행을 가서 현지시장에 가고 재료에 대한 공부도 하고 음식도 먹어보고 그 다음에 제 무의식적안에 생각해놨던게 그 재료들과 이어지는 거죠. ‘아! 생각해놨던게 보니 이거였구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그런 다음 재료를 조합하고 요리를 하다보면 끝없는 실패가 있지만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도달해 음식이 제대로 만들어졌을때 그 기분은 이루말할 수 가 없습니다.
물론 손님 한사람 한사람이 중요하시겠지만 가장 기억나는 손님이 있나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식당을 처음 연게 뉴요커들, 현지인들 상대로 연건데 리뷰가 좋다보니 인터넷을 보시고 멀리서도 찾아주세요. 스페인, 프랑스, 덴마크, 최근에는 네덜란드에서 찾아 오신분이 있으셨어요. 아무래도 그런 분들이 제 식당을 찾아오시면 신기하고 너무 감사하죠. 연예인 분들도 식당에 오시는데 엠마 톰슨(Emma Thompson)은 뉴욕에 오면 항상 제 가게를 들러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요?
영어로 말하면 Hospitality, 직역하면 접대라는 말인데요, 사람들이 제 식당에 와서 질 좋은 음식에 그에 맞는 질 좋은 서비스에 만족하고 돌아갈 수 있는 것에 큰 포커스를 두고 있어요. 또한 저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인원이 25명인데요 팀워크 또 한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아직 젊고 여자라서 아무래도 팀원들을 이끄는 게 힘이들 수 있지만 식당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악역을 맡고 있습니다 (웃음)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신기한 점, 즐거운 점, 혹은 어려운 점이 있나요?
신기한 점은 조그만 동양여자가 어떻게 보면 로워 이스트 사이드안에 숨겨져있는 작은곳에서 식당을 운영 하는데 나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제 음식을 찾아 이곳에 오시는게 너무 신기해요. 즐거운 점은 신기한 점에 이어서 제 음식을 먹고 맛있어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고 감사해요. 메뉴중에 뇨끼라는게 있는데요, 떡볶이와 접목을 시켜서 떡대신 뇨끼(감자와 밀가루를 섞은 반죽을 동그란 경단처럼 빚은 이탈리아 파스타의 한 종류)를 국물떡볶이로 재 탄생시킨 음식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의 메뉴를 간접적으로 소개해 주는 것 같아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요. 그리고 어련운 점은 제가 하고 있는 음식이 아무래도 트렌디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음식들을 만들다보니 전통한식과 모던함을 넘나드는 음식물을 창작하는게 힘들어요. 제가 전하고 싶은 음식이 먹는 사람들에게 맛으로 잘 전달되는지 그것 또한 걱정이고요.
셰프로서의 스케쥴이 바쁘실 거 같은데요, 보통 하루의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7일 내내 식당을 열다보니 보통의 스케쥴은 아침에 좀비처럼 일어나서 (웃음) 요가를 해요. 식당이 저녁에만 열기때문에 보통 낮 12시에는 식당에 나가 저녁장사를 준비하고 자정에 문을 닫고 마감을 하면 새벽 1시에 끝나요.어떻게 보면 낮과 밤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죠.
셰프로서의 시간이 아니면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지만 손님들 대기시간이 2-3시간일떄가 많아요. 그럼 키친도 그렇고 손님이 계신 밖에도 그렇고 좋은 바이브와 시끌벅적함이 더해지면 전쟁터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혼자있을때는 그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럴땐 요가를 하기도 하고 시간이 날때는 갤러리 같은데서 예술의 트렌드를 느끼고 색의 영감을 받고 오기도 해요.
여기 차려주신 음식에 대해 소개 해 주세요.
여기 세가지 음식을 준비해봤는데요, 첫번째 요리는 뇨끼입니다. 원래 뇨끼는 감자와 밀가루 반죽을 한 이탈리안 음식인데 어렸을때 친숙하고 좋아했던 떡볶이를 접목시켰어요. 그 위에 호박씨를 입힌 김부각과 마늘소스를 더했습니다. 두번째음식은 김치빠에야인데요, 스페인의 오리지널 빠에야와는 좀 다르게 해석을 했어요. 해산물의 신선함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죽 텍스쳐를 생각하면서 김치를 더 한 좀 더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빠에야를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든 음식은 장어 타코 입니다. 이 곳 동네분들도 그렇고 미국분들이 멕시코의 대표요리, 타코를 좋아해요. 거기에 닭이나 소는 이미 많은 곳에 팔고 있고 장어를 이용하면 어떨까 해서 만들어보았는데요. 그 안에 새콤한 양배추 절임과 치폴레 쌈장 쿨리, 그러니까 쌈장을 이용한 소스를 더했습니다. 거기에 멕시코의 과카몰리를 곁들였습니다.
새로운 조합들이지만 음식들의 소스나 재료들의 조화가 잘 맞고 너무 맛있습니다. 음식 준비해주셔서 감사하고 마지막으로 셰프님의 앞으로의 계획과 미래에 대해 나눠주세요.
사람들이 제 음식을 좋아해주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남들이 하지 않는 저만의 특이한 색깔을 가진 음식을 만들고 싶고 또 제 음식을 먹고 ‘우와, 음식을 이렇게 만들 수 있나’ 하는 그런 감동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음식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Thursday Kitchen
424 E 9th St, New York, NY 10009
(646) 755-8088
Thursdaykitch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