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아메리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에 빛나는 ‘Happy Cleaners’의 두 청년감독 Julian Kim & Peter S. Lee

플러싱(Flushing)은  우리 창의력의 원천입니다

아시안아메리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에 빛나는
'Happy Cleaners'의 두 청년감독 Julian Kim & Peter S. Lee

플러싱에서 자란 두 청년이 플러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거창한 주제를 내걸거나 화려한 특수효과를 넣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저 집이요, 고향인 플러싱에서 살면서 함께 호흡해 온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을 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플러싱은 그런 곳이다. 이 곳에서는 누군가의 삶은 ‘우리’의 삶이 되고, 누군가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인종을 넘어, 도시와 국가를 넘어, 더 큰 ‘우리’에게 이어진다. ‘해피 클리너스(Happy Cleaners)’가 공감 어린 박수와 따뜻한 주목을 받는 이유다.

줄리안 김, 피터 리 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플러싱의 삶을 담은 '해피 클리너스'는 2019년 아시안 영화제(CAAMFEST)에서 관객 인기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열린 제42회 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AAIFF)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안았다. 

모든 이야기는 이 곳, 플러싱에서 시작되었다.  

여섯 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와서 플러싱에서 살고 있던 열  살 소년이 같은 플러싱 한인 교회에서 열 일곱 살 형을 만났다. 형은 교회 영상클럽에서 교회 사역에 필요한 영상물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처럼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가 본격화되지 않았을 때였기도 하고, 소년의 눈에는 그 형이 만드는 모든 영상이 대단하고 신기했다. 형의 눈에 비친 소년은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믿음 깊고 똑똑한 동생이었다. 소년과 형은 그다지 관심사가 겹치지는 않았다. 형은 레고와 마블 영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고, 소년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자못 깊고 진지한 주제로 토론하길 좋아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렇게 같이 영화를 만들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소년과 형은 더 자라 대학을 졸업하고 2012년, 함께 독립 프로덕션을 설립해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우리 두 사람을 하나로 이어준 건 공통된 미션이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커뮤니티를, 나아가 이 사회와 세상에 활력을 주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 그게 우리가 두 가슴에 하나로 품고 있는 꿈이란 걸 알았죠.” 

비록 친형제는 아니라 생김새는 확연히 달라도, 친형제 사이보다 어쩌면 더 통하는 게 많아 보이는 줄리안과 피터-.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은 한국과 플러싱에서 묘하게 겹쳐있다. 피터는 서울에서 태어나 여섯 살에 플러싱으로 왔고, 줄리안은 플러싱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의 지방도시, 진주에서 초등학교를 몇 년 다녔다. 그 이후 어린 시절을 모두 플러싱에서 보냈고, 두 사람은 청소년이 되어 플러싱에서 만났다. 그래서였을까? 이제, 어엿한 영화감독이 된 두 사람에게 어쩌면 숙명적으로 다가온 테마가 있었다. 바로 ‘뿌리(root)’였다. 플러싱은 두 사람에게 존재와 가치관의 뿌리가 깊게 내린 ‘고향’이자 ‘집’이다. 맨해튼에도 한인 식당을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성하고 있는 지역이 있지만 그 곳은 ‘일’을 하러 가는 곳이지 ‘집’이 아니다. 미국 땅에서 코리안-어메리칸으로 살아 오면서 그 어떤 시련이 닥쳐도, 어떤 상처를 입어도 돌아가 휴식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곳-. 두 사람에게는 플러싱이 바로 그런 곳이다.  

“우리는 늘 농담처럼 말했어요. 플러싱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요. 지금 우린 둘 다 결혼을 했지만 플러싱 바로 이웃인 베이사이드에서 서로 여섯 블록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어요.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아픈 기억,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이 곳을 떠날 수가 없네요. 우리에겐 이게 플러싱의 미학 같아요.” (줄리안) 

Julian Kim_김판규 플러싱 태생으로, 하이스쿨 오브 아트 앤 디자인(High SChool of Art and Design)을 졸업하고 브루클린 칼리지(Brooklyn College)에서 필름 메이킹을 전공했다. 현재, 베이사이드에서 아내와 두 살된 아들과 살고 있다. 

Peter Lee 이성인_서울에서 태어나 여섯 살에 부모님을 따라 플러싱으로 이주해 왔다. 브롱스 과학고(The Bronx High School of Science) 거쳐 시티 칼리지(City College)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가 인생의 방향을 영화제작으로 바꾸었다. 줄리안과 여섯 블럭 떨어진 곳에서 아내와 살고 있다. 

코리안메리칸들의 고향이자 집인 플러싱에서 자란 코리안메리칸으로서 결국, 두 사람은 그 플러싱의 이야기를 필름에서 풀어내기 시작했다. 함께 처음 만든 영화는 2014년의 단편, ‘머레이 ‘이었다. 그 이듬해인 2015년에는 ‘글동냥‘을, 또 이듬해에는 ‘콜택시’ 차례로 만들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엄마가 아이 학교 숙제를 봐 주기 위해 길거리에서 도움을 구하는 ‘글동냥‘에는 피터와 어머니의 한 때가 그대로 녹아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이야기였기에 진심이 담길 수밖에 없었고, 반갑게도, 그 진심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았다.  

 

줄리안 김, 피터 리 감독의 디렉팅 방식은 '쌍방통행'이다. 현장 스태프, 배우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즉석에서 한층 더 풍성한 결실을 맺어낸다. 영화에 대한 두 사람의 공통된 신조-. “영화는 결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사진/Julian Kim•Peter S. Lee 제공)
'해피 클리너스'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바라본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만큼 우리의 현실과 진실이 담겼고, 또 그만큼 삶에 대한 진한 애착이 배어있다.
줄리안 김 감독의 어머니는 실제로 세탁소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해피 클리너스' 제작에 산증인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2019년, 두 한인 청년 감독, 피터 리와 줄리안 김의 첫 장편영화, ‘해피 클리너스(Happy Cleaner)’가 탄생했다. 플러싱에 살면서 맨해튼에서 17년 간 세탁소를 운영해 온 한인 1세대 부모(아버지 역/류영철ㆍ어머니 역/임향화)의 이야기다. 더불어, 부모 말 잘 들어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간호사가 돼 놓고도 가난하고 미래 없는 남자친구의 뒷바라지를 하겠다는 딸 현이(성예나 분), 하라는 공부는 않고 푸드트럭을 운영하겠다고 LA로 가겠다는 아들 케빈(정윤형 분)의 이야기가 곁들어진다.  

  ’해피 클리너스‘는 작년 5월, LA아시안퍼시픽영화제(LAAPFF)에서 대중에 첫 선을 보임과 동시에 ‘이머징 필름메이커 어워드(Emerging Filmmaker Award)’를 거머쥐었다. 같은 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안 영화제(CAAMFEST)에서는 ‘관객 인기상(Audience Choice Award)’까지 받았다. 그리고 역시 작년, 미국에서 가장 명망 있는 아시아계 감독 등용문이라 할 제42회 아시안아메리칸 국제영화제(AAIFF)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안았다. 상영관에 관객이 넘쳐 90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서서 영화를 관람한 이들도 많았다. 모두 벅찬 결실이었지만 두 감독은 ‘해피 클리너스 들고 한국에 입성했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24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피터에게는 특히 그랬다. 서울에서 가장 높다는 롯데월드 타워에서 ‘해피 클리너스‘가 상영되었다. 실내 테마파크가 있어 어린 시절, 신나게 뛰어 놀았던 곳을 이제는 영화 감독이 되어 찾은 감회는 남달랐다. 

졸업작품을 준비하다 뜻맞는 파트너를 찾지 못한 줄리안이 대학 신입생이던 피터에게  손을 내밀면서 영화를 만드는 두 사람의 동반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민 3세대가 등장하는 만큼, 언어 문제도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배우 캐스팅도 기적처럼 성사되었다. 어머니 역을 맡은 임향화 씨는 한국에서 연기를 한 이후로 40년만에 다시 배우가 되었다.

“미국에서 크면서 친구들이 연휴나 방학 때면 늘 가족과 어울려 보낸 시간을 자랑하곤 했어요. 그게 많이 부러웠는데 이번에 한국에 가서 저도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한국에 다녀온 경험으로 더욱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그 숱한 시련을 이겨내고 눈부신 성장을 이룬 한국의 ‘스프릿(sprit)’을 체감했죠.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갈 영화의 정체성에 또 다른 의미를 얹은 느낌이에요.”(피터)

 

 

타국에서 이민자로 살며 ‘생존’에 집중해야 했기에 가족이 함께 살아도 떨어져 사는 듯, 서로 얼굴 볼 시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아쉬워서였을까? 유독, ‘가족’의 소중함을 소중하게 여기는 두 사람은 이제 결혼을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한국에 갔을 때 새삼 느꼈던 ‘가족’의 의미는 두 사람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서 더 크고 깊은 파장을 더할 참이다. 거기에, 한국에서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도 품게 되었다. 미국의 작은 한국,플러싱과 플러싱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한국-. 그 둘을 잇는 어떤 고리, 그 속에서 진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는 가족들. 사는 모습은 달라도,필시 ‘우리의 이야기’일 이야기들.

▲ 줄리안 김, 피터 리, 두 감독은 이제 저마다 결혼을 하고 새 가족을 더 얻었다. 앞으로 두 사람이 만드는 영화에서 ‘가족’의 의미는 한층 더 깊은 의미를 얻을 참이다 .

줄리안 김, 피터 리, 두 청년 감독이 앞으로 만들어갈 이야기는 이전과 닮았으면서도 또 다를 것이다. 두 사람은 스스로가 플러싱에서 자란 코리안-아메리칸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뿌리’같은 테마인 ‘가족’을 놓지 않으려 한다. 달라질 것은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과 살아가고,그들을 이해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찬란하게 발돋움하고 피어나더라도 두 사람의 영화 속에서 변치 않을 것은, 삶을 대하는 ‘사랑’이다.

이수정 _ 스토리 큐레이터

 ‘이야기(story)’를 찾고 찾은 이야기를 글로 쓰고, 구성하고, 전하는 사람. 단편소설 「소 리의 군무 (群舞)』로 재외동포문학상을, 수 필 「쓸어주고 싶은, 등』 으로 재미수필가 협 회상을 받았다. 2019년에 공감 스토리북 『 내 편, 돼줄래요?』를 출간하고 따뜻한 ‘내 편’ 이야기를 찾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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