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그녀가 사는 법
액터(Actor)-싱어(Singer)-댄서(Dancer)-퍼포먼스 코치(Performance Coach)-보이스 티처(Voice Teacher). 주변에서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볼 때 가장 난감하다는 남지나 씨는 본인을 ‘멀티 하이픈네이트 아티스트(Multi Hyphenate Artist)’라고 소개했다. 말 그대로 하이픈(-)으로 연결해야 할 만큼 여러 직업을 가진 예술가라는 의미다. 현재 NYU와 Marymount Manhattan 대학의 겸임 교수이자, 8~21세 학생들을 위한 유명 뮤지컬 시어터 교육 프로그램인 BAA(Broadway Artists Alliance)의 어드미션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것 같은 그녀는 내년에 음성 병리학자라는 직업 하나가 더 추가될 예정이라고 했다.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열정적인 그녀를 맘앤아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인터뷰·글: 김지원 에디터
‘멀티 하이픈네이트 아티스트(Multi Hyphenate Artist)’의 첫 시작은 무엇이었나요?
한국에서 태어나 열살 때 이민을 왔습니다. 저의 여러 직업 중에서 뮤지컬 배우를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요. 학교에서부터 뮤지컬을 해오다, 고등학생 때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큰 극장 오디션을 통해 십여 개 이상의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가이즈 앤 돌즈’, ‘캣츠’ 등 유명한 뮤지컬 공연을 많이 했어요. 샌프란시스코는 뉴욕, 시카고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뮤지컬 무대 규모가 큰 곳이라 공연 기회가 많았습니다.
대학에서는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전공을 선택하셨던데요. 의사가 되려고 하셨다고요?
고등학생 때 이미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의대 진학을 목표로 캘리포니아 유니버시티에서 생화학(Biochemistry)과 분자 생물학(Molecular Biology)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스탠퍼드 대학의 뉴로사이언스 랩(Neuroscience Laboratory)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로 2년 반 정도 근무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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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으로 오게 된 이유는?
스물여덟 살쯤 더 늦으면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 배우는 나이가 들면 못 하는 역할이 있거든요. 당시 남자 친구였던 현재 남편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냐고 조언해서 뉴욕에 오게 됐습니다. 뉴욕에서는 NYU 대학원에서 음악 교육을 전공해서 뉴욕 공립 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하기도 했어요. 당시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공립 학교에서 교사 채용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하고 2012년부터 브로드웨이에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어요.
오디션을 보러 다녔던 과정은 어땠나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었어요. TV 드라마나 오페라 오디션과는 달리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디션은 그야말로 배우들에겐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거든요. 보통 새벽 서너 시쯤 일어나 오디션장이 있는 건물 앞에 붙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줄을 서야 해요.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와 씻고 준비한 후 다시 오디션장 앞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데요. 오디션을 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2~3년은 이렇게 오디션 기회를 잡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해요. 정말 좋아하지 않고는 못하는 일이죠(웃음).
뉴욕에서는 어떤 공연들을 하셨어요?
오프 브로드웨이에 올려진 ‘컴포트 우먼’에서 이남순 역을 맡았었고요. ‘킹 앤 아이’, ‘코러스 라인’, ‘미스 사이공’, ‘렌트’ 등에도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코비드가 터지면서 뮤지컬 공연은 직격탄을 맞았고, 무대에 오르기가 힘들어졌어요.
현재는 NYU와 Marymount Manhattan 대학에서 겸임 교수로 강의를 맡고 계신다고요.
NYU에서는 공연하는 학생은 물론, 비전공 학생도 들을 수 있는 보컬 수업을 하고 있고요. Marymount에서는 뮤지컬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BAA(Broadway Artists Alliance)에서도 어드미션 디렉터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BAA는 어떤 곳인가요?
주로 어린 친구들, 아역 배우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곳인데요. 대부분 강사진이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 감독, 안무가들이예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죠. 저희는 17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입학 오디션을 봐요. 저는 노래와 연기를 가르치고 학생들의 쇼케이스 준비를 위한 레슨도 하고 있어요. 캐스팅을 연결해주는 일도 합니다. 저는 BAA에서 7년 정도 근무했는데요. 브로드웨이의 아역 배우 대부분은 저희 BAA 출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아역 배우들을 배출하고 있어요.
아역 배우들이 캐스팅 되려면?
아역 배우를 뽑을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태도’예요. 사실 노래는 어느 정도만 잘하면 돼요. 아이의 작고 귀여운 외모가 노래 실력을 커버할 수 있거든요. 중요한 것은 이 학생이 어른들 사이에서 얼마나 연습을 잘 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학생들이 오디션을 보러 갈 때 모든 순간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고 당부해요. 이런 기준은 성인 배우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요. 뉴욕에는 비슷한 실력의 잘하는 배우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인성이 바르지 않으면 많은 배우 및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기 어렵겠죠?
실력만 있다고 캐스팅이 되는 게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저희 학교에서는 선생님으로부터 지적받았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교육하고 있어요. ‘너가 나쁘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더 잘 나아갈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편이에요.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에는 NYU에서 음성 병리학자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었습니다. 내년에 자격증이 나와요. 음성 병리학자라는 직업이 생소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성대 결절이나, 뇌출혈로 인한 언어 장애 등이 나타날 경우 의사는 진단을 해주고 음성 병리학자는 테라피로 치료하는 일을 해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런 일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고요. 의대 진학을 하고 싶어했던 배경도 있고, 보컬 교육 공부도 오래 해왔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 저에게 잘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내년부터는 음성 병리학자로 또 새로운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배움에는 끝이 없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배우고 공부하고 싶고요. 음성 병리학자로 자리를 좀 잡으면 다시 뮤지컬 무대에 서야죠.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세요?
어쨌든 제일 좋은 건 뮤지컬 무대에 있을 때인 거 같아요. 가장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고 여러 사람과 한 작품으로 일할 때마다 가족이 돼요. 관객이랑 호흡하는 것도 좋고요. 큰 무대, 유명한 작품이 아니라도 앞으로도 꾸준히 쭉 공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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