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형과 감정형의 차이와 소통 방법
글_ 송지혜 심리 소통 전문가, 조이송 피아노 아이콘 페다고지 대학 학장
일이 우선인 사고형과 마음이 먼저인 감정형. 사고형과 감정형은 외향과 내향의 차이만큼 뚜렷하게 갈등을 자주 겪는다. 행동의 근간인 의사 결정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형과 이상형의 차이는 대화가 어렵다. 사고형과 감정형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를 끌어낸다. 이 두 가지가 다르다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인간관계의 갈등은 해결의 국면을 벗어난 듯 보인다. 인간 이해는 분석할수록 점점 더 어렵다. 그래도 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관계에서 온다. 심지어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행과 불행이 느껴지니까. 오늘 내가 왜 괜히 화가 나지? 뭣 땜에 짜증이 올라오는 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싸워도 밥을 먹는 사고형 vs 싸우면 밥이 안 넘어가는 감정형
사고형을 생각이 많은 사람, 감정형을 감정적인 사람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사고형과 감정형의 차이는 결정 기능에 있다. 사고형은 공정하고 공평한 잣대와 논리적 근거로 결정하기에 사사로운 개인감정이 개입되는 게 싫다. 객관적 원칙에 따라 결정한다. 반면, 감정형은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 이런 성향은 어릴 때부터 나타난다. ‘It’s not fair.’라고 말하는 미국 애들은 사고형이다. 감정형은 ‘엄마 날 얼마나 사랑해?’라고 묻는다. 사고형 부모는 어떻게 아이를 혼낼까? 아이가 잘못한 이유를 대고, 벌칙을 정하고, 기준에 따라 체벌한다. 감정형 부모는 자녀들이 잘못하면 몇 시간이고 대화를 통해 잘못을 깨우치게 한다. 그러면 감정형 부모는 늘 한결같을까? 아니다. 본인의 감정 조절이 안 되거나 복받치면, 오히려 심하게 체벌하게 되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듣기 싫은 말로 부인 마음을 상하게 한 사고형 남편이 당당하게 “밥 줘”라고 요구한다. 이 말을 들은 감정형 부인은 어떨까? “저 인간이 감히…
지금 내 속에 열불이 나는데, 나 보고 밥을 달라고?”란 생각에 표정이 험악해진다. 그렇다면 사고형 부인은 어떨까? 남편과 싸워도 밥은 준다. 싸운 건 싸운 거고 밥은 먹어야 하니까. 우리 부부가 강의 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한 감정형 남편이 “전 밥 줘도 안 먹어요!”라고 외쳤다.
할 말 다 하고 사는 사고형 vs 하고 싶은 말 다 못하고 쌓인 게 많은 감정형
인간관계를 망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갈등을 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단 말이다. 하지만 사고형은 공정하다고 믿기에, 감정에 따라 결정하지 않는다. 감정형은 관계가 더 중요해서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고 참다가 속이 아프다. 그러면 감정형은 끝까지 참을까? 그렇지는 않다. 당장은 관계 때문에 참지만, 참다 쌓이면 적절하지 않은 순간에 다 쏟아낸다. 늙어도 ‘중얼중얼’ 한 말 또 하고 또 하는 사람은 감정형이다. 사고형은 보통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므로, ‘팩폭 날린다’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같은 말을 두 번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한다. 감정형은 하고 싶은 말을 빙 둘러 말한다. 부모님이 “너희 힘들고 바쁘니 이번 생일상은 차리지 말아라” 라고 하셨다. 사고형 자녀는 부모님이 정말 그런 줄 알고 안 차린다. 결국, 부모님으로부터 “저놈이 생일상도 안 차려주고…” 라며 서운하단 말을 듣는다. 감정형은 항상 할 수 있는 이상을 베풀려고 노력한다. 인간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본인도 그렇게 대우받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보상이 돌아오지 않으면 슬프다. 사고형은 그런 보상을 기대하지는 않아서 쿨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감정형들이 사고형에게 상담이나 조언을 받으면 종종 역효과가 난다. 사고형이 보통 이렇게 상담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잘못했네. 1번, 2번, 3번…” 차례로 이유를 대며 조목조목 얘기해서 기분을 두 배로 나쁘게 만든다. 감정형은 상담의 대가이다. 상대방의 힘든 이야기를 한참 듣고, 내용을 잘 이해 못해도 이렇게 말해준다. “정말 힘들었겠네요….“ 그러면서 괜히 같이 울어준다. 그러면 상담했던 사람이 “너무 좋았다”며 고맙다고 한다. 사고형이 보기에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는데, 고맙다고 하는 감정형을 보며 사고형은 이해가 안 간다. 맞장구쳐 준 거로 상담은 충분했던 것이다.
감정형 딸이 유학 중 주인 할아버지 잔소리를 듣고 그 집을 나가고 싶다며 울면서 전화가 왔다. ‘외로운 딸이 힘들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한 동시에, ‘유학하러 가서 그런 상황도 잘 견디며 어른이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 말했다. “당장 갈 곳도 마땅치 않은데, 어디를 나가? 언제나 힘든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법이니 잘 견뎌봐” 결과는? 기분만 더 상한 딸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소통에 대해 책을 쓴 엄마인 나도 자기 유형이 아닌 상대에게 자기가 아닌 모습으로 상대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감정형 친구에게 물었다. “도대체 감정형들은 어떻게 위로해야 해?” 친구가 말했다. “말이 필요 없어. 그냥 토닥이고 안아주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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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심리 소통 전문가,
피아니스트, 피아노 교수법 학자,
송지혜 피아노아이콘페다고지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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