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으로 말하는 아이들, 그 절실한 언어를 해독하다

뉴욕의 혁신학교 AYM과 설립자 Dr. 헬레나 한, 삶을 바꾸는 교육 설계를 말하다

글_더 앰 매거진 편집부

수업 도중, 한 아이가 갑자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종이를 찢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 고개를 푹 숙입니다. 특수교육 교사에게는 익숙한 이 장면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즉시 제지하며 벌점을 주는 대신, 먼저 그 행동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읽어내는 것부터 시작하는 교육자가 있습니다.

언어 표현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행동은 또 하나의 간절한 언어입니다. 과제가 버거울 수도, 갑작스러운 소음이 불편했을 수도, 혹은 무언가를 요청하는 방법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응용행동분석(ABA)’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와 ‘기능’이 있으며, 그 본질을 이해해야만 진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뉴욕의 중심에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바로 설립자 Dr. 헬레나 한의 비전으로 탄생한 AYM(Academy for Young Minds)입니다. AYM은 단순히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것을 넘어,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고 더 나은 소통 방식을 가르쳐 아이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도록 돕습니다.

자폐 아동 교육의 핵심 접근: ABA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 이하 ABA)은 자폐 스펙트럼 아동 교육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과학 기반 접근법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정신의학회(APA) 역시 그 효과와 안정성을 인정하며, 조기 개입부터 성인 자립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ABA는 명확한 원리에 기반합니다. 인간의 행동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선행 요인’과 ‘결과’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됩니다. 따라서 행동이 발생하는 맥락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행동은 강화하며, 문제 행동의 동기는 수정하는 방향으로 개입 전략을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 수업 중 자주 소리를 지르는 경우 → ‘주의 끌기’가 목적일 수 있습니다.
  • 특정 활동만 되면 자리를 뜨는 경우 → ‘불편함 회피’일 수 있습니다.
  • 간식을 원하지만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 → 울거나 소리 지르며 대체 표현을 시도합니다.

ABA는 이러한 행동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기저에 있는 동기를 분석합니다. 아동이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욕구를 표현하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능적 접근을 활용합니다. 또 하나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 기반 개입입니다. 모든 전략은 측정 가능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설계되고 실행되며, 지속적으로 조정됩니다.

AYM: 자폐 아동을 위한 행동 중심 교육

AYM(Academy for Young Minds)은 뉴욕 롱아일랜드시티(LIC)에 위치한 사립 특수교육 기관으로, 자폐 스펙트럼을 포함한 신경다양성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ABA 기반의 교육을 중심에 두고 설계된 학교입니다. 만 5세부터 21세까지의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며, 단순한 학업 성취를 넘어 사회성, 일상생활 기술, 자기조절, 의사소통 능력 등 전인적 발달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AYM의 수업은 단순히 ABA 기법을 일부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임상적 판단과 정량적 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체계적 개입 모델을 바탕으로, 각 학생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그에 맞춘 전략을 구성합니다.

또한 AYM의 큰 특징은 ‘교육’과 ‘치료’가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구조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작업치료(OT), 물리치료(PT), 언어치료(SLP), 상담(Counseling), 사회정서학습(SEL), 그리고 사회적 의사소통 커리큘럼(Social Communication Curriculum)을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전문 서비스가 수업에 유기적으로 녹아 들며, 치료사와 교사는 함께 학생 개별화 교육계획에 맞춘 목표를 설정하고, 수업 중 자연스럽게 치료 전략이 적용됩니다. AYM은 단일한 이론이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아동·청소년의 전반적인 발달을 지원하는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접근을 실제 수업 구조 속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곧 삶의 훈련장

2021년 개교 이후 AYM은 짧은 시간 안에 뉴욕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얻었고, 실질적인 변화와 성과 중심의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AYM은 TheraCare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Dr. 헬레나 한의 비전에 공감한 TheraCare 회장 John Calderon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 속에 탄생했습니다. Calderon 회장은 Dr. 한에게 “당신이 꿈꾸는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라고 물었고, 그녀에게 백지에서 학교를 설계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했습니다.

2023년, AYM은 자폐 아동 교육기관 Gersh Autism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행정적 기반과 자원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Gersh의 CEO인 Amy Malmquist는 Dr. 한을 “전문성과 진정성을 모두 갖춘 교육 리더”로 평가했습니다.

2025년 3월에는 Schneps Media가 주관하는 ‘Power Women of Queens’에서 Dr. 한이 교육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며,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 리더십이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교실을 넘어, 삶 속으로

AYM의 교육은 단지 학교 울타리 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학습이 실제 삶의 맥락에서 일반화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모든 수업과 개입은 일상생활에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학생은 교실에서 배운 사회 기술이나 자기조절 전략을 가정과 지역사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연습을 거칩니다. 학부모도 코칭을 통해 가정에서도 일관된 개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받습니다.

AYM은 단순히 기술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기술을 유창하게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훈련합니다. 이는 학생이 자율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평생 학습자로 성장하는 기반이 됩니다.

교육자이자 설계자, Dr. 헬레나 한

AYM의 철학과 구조 중심에는 Dr. 헬레나 한이 있습니다. Columbia University에서 행동분석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BCBA-D 자격을 보유한 그녀는 교육과 임상을 모두 아우르는 전문가입니다.

그녀는 뉴욕시 특수교육 현장뿐 아니라, Columbia와 Hunter College 등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ABA 석사과정 대학원생의 교육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대 시절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하며 언어 장벽을 체감한 경험이 ‘행동은 또 하나의 언어’라는 철학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또한 언어 표현이 거의 없던 자폐 아동과의 현장 경험은 감정적 연결이 교육의 출발점임을 확신하게 한 전환점이었습니다.

학교를 만든다는 것, 삶을 설계한다는 것

AYM은 완성된 시스템을 단순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학생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시스템은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학생은 단지 가르침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설계하는 주체로 존중받습니다.

Dr. 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삶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일입니다.”

오늘도 AYM은 아이들의 행동을 해석하고, 교육을 정교하게 설계하며,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