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약, 오늘의 실험실: BIO Expo에서 본 인류 건강의 미래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심장, 혁신과 협력이 만들어낸 건강 혁신의 현장
글_더 앰 매거진 편집부
매년 전 세계 수만 명의 바이오테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유는 하나다.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기술 박람회 BIO International Convention(BIO Expo)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과학과 생명이 만나는 가장 역동적인 현장이었다. 정부 관계자, 글로벌 제약사 대표, 벤처 캐피털, 그리고 연구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만들어내는 지적 에너지는 컨벤션 센터를 뜨겁게 달궜다. The M 더앰 매거진은 올해 BIO Expo에서 논의된 핵심 트렌드와 미래 전망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하고자 한다.


혁신 생태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
BIO Expo의 진정한 가치는 ‘연결’에 있다. 이곳은 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를 유치하는 기회의 장이자, 학계의 기초 연구가 산업계 기술로 전환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올해 행사에는 2만여 명의 참가자와 1,500개 이상의 기업 부스가 참여해 그 규모를 실감케 했다. 전시는 국가관과 글로벌 빅파마의 부스, 교육 세션, 그리고 BIO Expo의 하이라이트인 원온원 파트너링으로 구성됐다. 사전 예약 시스템을 통해 30분 단위로 진행되는 파트너링 미팅은 올해 5만 건 이상 성사되며 팬데믹 이후 강화된 협력 의지를 보여주었다. BIO 회장 레이첼 킹은 “이곳에서 맺은 단 한 번의 미팅이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빛난 K-바이오
광활한 전시장에서 가장 반가운 풍경 중 하나는 ‘Korea’라는 이름이 새겨진 부스였다. KOTRA와 한국바이오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한 한국관은 올해도 활기가 넘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같은 글로벌 리더는 물론,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선보인 강소기업들이 저마다의 기술력을 뽐냈다. 특히 뉴로진(가명)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신약 후보 발굴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기술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뉴로진 김진우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더 빠른 신약 개발이 아니라 더 정확하고 성공 확률이 높은 신약을 만들어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박현진 교수는 mRNA 플랫폼의 안정성과 효능 개선 연구를 발표하며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미래를 움직이는 세 가지 혁신 키워드
올해 BIO Expo에서 감지된 가장 큰 변화는 AI와 머신러닝의 전면적인 부상이다. AI는 더 이상 신약 개발의 보조 도구가 아니라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상용화도 눈에 띄었다. 한때 꿈의 기술로 불렸던 CAR-T 치료제 같은 혁신적 치료제가 현실적인 치료 옵션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만, 높은 생산 비용과 복잡한 규제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합성생물학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미생물을 프로그래밍해 의약품 원료나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이 기술은 제약을 넘어 화학과 에너지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규제, 투자, 협력의 새로운 흐름
팬데믹 이후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의 지형은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각국 규제 기관은 디지털 치료제와 AI 기반 의료기기의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투자 시장은 ‘묻지마 투자’에서 데이터와 실현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국제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 프로젝트가 강화되면서 경쟁을 넘어선 상생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BIO Expo가 던지는 세 가지 통찰
BIO Expo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첫째, 위대한 기술 뒤에는 연구자의 땀과 헌신이 있다는 점이다. 둘째, 기술의 탄생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셋째, 기술의 사회적 파급 효과를 상상해야 한다. 이러한 통찰은 단순한 산업 분석을 넘어 미래를 선도할 리더의 시야를 확장시킨다.

바이오 산업의 놀라운 사실과 데이터
최근 AI 기반 플랫폼은 신약 후보 발굴 기간을 평균 10 – 15년에서 2 – 3년 이하로 단축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공중보건 분야에 1달러를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9달러 이상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은 향수와 식품 원료 제작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 BIO Expo에서 성사된 단 한 건의 미팅이 IPO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은 바이오·생명과학 분야 박사급 인재 배출 수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미래 의료와 K-바이오의 역할
올해 BIO Expo는 단순한 산업 전시가 아니라, 미래의 의학과 바이오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보여주는 세계 최대의 무대였다. K-바이오의 성장은 이 무대에서 더욱 두드러졌으며, 글로벌 협력과 혁신의 물결 속에서 한국이 미래 바이오 시장의 주도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