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에 듣는 Deep Sea,
Jazz Guitarist 정재영
장정일씨의 소설 ‘너희가 재즈(Jazz)를 믿느냐’에는 ‘재즈란 불규칙한 화음과 반복되는 장식음의 변주, 즉흥적인 돌발성’ 이라는 묘사가 있다. 그 문장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아마도 ‘자유’라는 말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재즈의 의미가 ‘즉흥 연주’이고 보면 그것은 어쩌면 자유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클래식음악의 정형성을 벗어나 물흐르듯 흘러가는 자유로운 가락과 리듬이 듣는 이의 몸과 마음의 빗장을 얽매임없이 풀어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즈음악의 깊고 독특한 맛을 알게되면 자유로움 한켠으로 잔잔한 애환과 슬픔이 녹아있음을 어렵지않게 눈치챌 수 있다. 재즈음악 태동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조금만 공부해봐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애환과 깊은 슬픔을 음악이라는 예술의 형태를 빌어 승화시킨 것이 바로 재즈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최가비
안녕하세요 정재영씨, 첫 재즈기타 앨범 ‘Deep Sea’ 발표를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맘앤아이 독자여러분, 재즈기타리스트 정재영입니다. 버클리음대와 NYU에서 재즈기타를 전공하고 한국은 물론, 뉴욕, 뉴저지 지역을 기반으로 음악활동을 꾸준히 해오다가 이번에 첫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맘앤아이 독자들과 음악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기타를 처음 접했을 때, 그리고 재즈음악을 공부하게 된 과정을 좀 들려주세요.
저는 여느 뮤지션들처럼 태어나면서 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거나 관심이 많았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물론 어렸을 때 또래 애들이 그랬듯이 저도 피아노를 잠깐 배웠는데 참 하기싫었다는 기억이 있거든요. 그러다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즐겨 들으시던 프랭크 시나트라 음악을 들으면서 처음 재즈를 맛봤다고 할까요? 이 후, 고등학교에 들어가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요, 재즈아카데미를 통해서 본격적인 재즈공부를 하게되었어요. 음악에 입문하자마자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와 같은 비교적 쉽지않은 재즈음악을 듣고 공부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재즈뮤지션이 되었고, 조금 더 공부하고싶다는 생각에 미국까지 오게되었어요. 그래도 한국에서는 저를 가르치신 선생님들로 부터 재능이 있다는 칭찬을 자주 들었는데 버클리에 입학하고 보니 워낙 실력이 출중한 연주자들이 많아서 얼마간 좌절감을 느껴야했죠. 어떻게보면 음악적인 시련기였다고 해야할까요? 연주와 공부는 열심히 하면서도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냈어요. 뮤지션으로써의 자기 성찰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면 그 나름의 가치는 있을거에요.”
이번에 첫 앨범 Deep Sea를 발표하셨는데, 앨범이 나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버클리를 졸업하고 NYU에서 석사를 마치면서 어느 정도 제도적인 공부는 많이 했지만 아직 제 음악이 이렇다 말할 자신은 없더라구요. 그래서 앨범을 발표할 수 있을 때까지 실력부터 쌓아야 한다는 생각에 붙들려 있었어요. 말하자면 완벽하게 준비되기 전에는 발표할 생각이 없었던거죠.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가도 그런 ‘완벽한 단계’는 오지않더라구요. 그래서 이 모습 이대로의 앨범, 현재의 내 음악을 발표해보자는 용기를 내게되었죠. 앨범을 발표하는 모든 연주자들이 그렇겠지만 제 앨범은 지금까지의 제 음악을 정리하는 한 단락의 마침표이자, 또 새로운 단락을 시작하는 출발의 의미를 담고있고요, 저로써는 하나의 큰 스텝을 뗀셈입니다. 사실 오랫동안 제 머리 속에 무형으로 존재하던 미완의 음악들을 이 앨범을 위해 형태를 가진 음악들로 완성시켰고 거기다 새로 작곡한 두 곡을 더해서 하나의 앨범으로 엮었고요, 제목으로 ‘Deep Sea’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Deep Sea라는 앨범이름에는 어떤 함의가 담겨있을까요?
언젠가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요, 깊은 바다로 내려갈 수록 수압이 높아진다고 해요. 깊은 바다에는 그 수압을 이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물고기들만 살 수 있다는거죠. 그 Fact를 제자신에게 적용해봤어요. 깊은 바다는 어쩌면 하나의 관문을 지나야만 들어설 수 있는 경지같다고 할까요? 그 곳이 주는 고요함, 평안함, 그걸 얻고 누리기 위해서는 수압을 이기는 훈련과 단련이 필요하겠죠. 그렇게 저 자신을 음악적으로 훈련하고 성장시켜서 뮤지션으로써의 깊은 곳(Deep Sea)에 이르고 싶다는 저의 오랜 생각과 바램이 담겨있어요.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에 Deep Sea다음으로 July 라는 곡이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아마도 7월이어서 그런가봐요.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도 좀 소개해주시겠어요?
제 앨범은 Piano, Bass, Drum, 그리고 Guitar로 구성되어있는데요, 연주에 참여한 친구들은 모두 다 버클리 동문들이죠. 피아노를 담당한 Christian Li 라는 친구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버클리 입학 당시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고 현재 버클리 교수로 재직 중이고요, 베이스를 담당한 정상욱씨는 뉴욕에서 긱(Gig)을 하면서 가까워진 친구입니다. 드러머는 폴란드계 미국인으로 아버지가 베이시스트인 음악가 집안 출신이죠. 모두가 연주로는 한 획을 긋는 훌륭한 친구들이고 제 앨범에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무척 영광스럽고 감사하죠.
재즈기타리스트로써 정통재즈를 잘 연주하는 것과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색채를 지닌다는 것, 이런 예술적 조화에 대해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음악을 하다보면 뮤지션으로써 음악적 기준을 설정해야할 순간을 만나게되죠. 대중의 눈높이에 집착하면 연주자로써의 저는 없어지고, 제 음악만 고집하면 소통이 없는 혼자만의 음악에 머물러있기 때문이죠.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데요, 제가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중에 Tim Miller 라는 분이 있어요. 버클리 교수이자 유명한 연주가인데요, 정통재즈를 대중적인 차원으로 잘 표현하면서도 자신만의 색채를 지닌분이세요. 그 분에 대해 탐구하면서 저도 재즈연주자로써 원론적인 연주에 집중하면서도 기타라는 악기가 가진 감성과 서정을 최대한 살려 정재영 고유의 기타맛을 낼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하고 있는 중이에요. 연주자로써는 아마 평생 마음을 다해 애써야할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5월 한달간 앨범 홍보 차 한국을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관객들과 좋은 시간 가지셨나요?
네, 저뿐만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면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많은 한인 뮤지션들은 음악활동에 제약이 있는 편인데요, 가급적 자주 한국에 나가 공연을 하려고 애쓰고 있고 그 일환으로 이번에 다녀왔어요. 약 3주간 5개의 공연을 했구요, 홍대 앞 클럽 에반스, All That Jazz, 그리고 클럽 K 등 재즈음악으로 잘 알려진 재즈바와 연주홀에서 관객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한국이 재즈음악에 대해 많이 오픈되어 있고 아무래도 문화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많은 호흥을 얻었죠. 미국에 거주하시는 한인들에게도 같은 감동을 나눠드리고 싶은데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지않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아쉽죠.
그동안 뉴욕, 뉴저지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해오셨나요?
맨하탄에서는 주로 재즈클럽에서 Gig을 하면서 관객들을 만났고요, 요즘은 뉴욕, 뉴저지 한인대상의 크고 작은 콘서트들이 그래도 비교적 많이 있는 편입니다. 지난 4월에 동부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과 함께 뉴저지 NV Factory에서 ‘추억으로 가는 음악여행’ 공연이 있어서 많은 한인들과 잠시나마 음악으로 함께 할 수 있었고요, 또 그 즈음 여러 로컬 콘서트에 참여했고, 특히 시카고 지역에 국악과 함께하는 특별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연주 스케쥴로 늘 바쁘실 것 같은데요, 일정이 없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연주 일정이 없는 대부분 시간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혼자 기타를 치면서 휴식겸 재충전의 시간을 보냅니다. 아무래도 레슨 스케쥴, 연주 스케쥴을 맞추다보면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요, 어쩌다가 정말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으면 그냥 가만히 누워서 쉬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시간을 쪼개 영화를 보기도 했고 여행도 하곤 했고요, 요즘은 늘 바쁘다보니 틈나는대로 쉬려고 하는 것 같아요.
모르긴해도 아마 평생을 연주자로 사실텐데 자신의 훗날을 스케치한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요?
연주자가 죽을 때까지 연주만 하면서 사는 것도 뮤지션으로써는 무척 보람된 일일텐데요, 그러나 저는 저의 음악을 통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어요. 그리고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뮤지션들에게 인정받는 뮤지션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앨범을 발표하고 연주를 하면서 대중들과의 음악적 소통을 계속 이어나가고 또 제 음악이 잘 숙성되어 가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죠. 제 노년을 스케치해봐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학생들 가르치고, 연주하면서, 또 앨범 발표하면서 지금처럼 열심히 살고있지 않을까요? 그런 중에도 만일 여건이 허락된다면 재정적 어려움으로 음악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좀 도우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고요.
이제 1집 앨범을 발표하셨으니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 받으시길 바라구요, 마지막으로, 발표하신 Deep Sea는 어떤 앨범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요?
저는 좀 내성적이고 평소에 말이 없는 편이어서 사람들이 저를 약간 침울한 사람으로 보실 때가 많은데요, 그런 시각때문이지는 몰라도 어쩌면 저 스스로도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제 앨범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전반적으로 음악이 따듯하다’라는 것이었어요. 제 음악이라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솔직하고 객관적인 느낌인데요, 우리는 더러 창작자의 작품을 통해서 그 사람을 알게될 때가 있잖아요. 제 음악이 따듯한 이유는 제가 알고보면 따듯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제 안에서 따듯함을 희구하는 어떤 절박함이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감성적이지만 적절한 절제가 있고, 누군가에게 따듯하고 다정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앨범이라고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많은 사람들이 앨범 Deep Sea를 통해 재즈를 더 친밀하게 느낄 뿐만 아니라, 힘든 마음이 위로 받고 쉼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보스턴 버클리 음대(Berklee school of Music)와 NYU에서 재즈기타를 전공하고 뉴욕과 뉴저지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재즈기타리스트 정재영씨는 그런 재즈음악과 썩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진 뮤지션이다. 최근1집 연주앨범 ‘Deep Sea’를 발표하고 앨범홍보와 연주회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이번 1집 앨범을 통해 재즈뮤지션으로써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되었지만 그러나 그 한걸음을 떼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는 겸손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아마도 만족스러운 음악을 얻기 위해 길고 오랜 음악적 고민을 해왔던 까닭이 아니었을까 싶다. 맘앤아이 인터뷰 자리에 들어선 정재영씨, 그는 소탈한 차림에 눈빛이 맑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