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가장 기대되는 소설
Francis Cha, 차희원 작가와 함께 나눈 이야기
인터뷰, 글 손민정 에디터 사진 제공 차희원 작가

Francis Cha, 차희원. 뉴욕 브루클린에 살고 있는 두 딸의 엄마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나, 경제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텍사스, 영국, 홍콩 등 여러 곳에서 두루 살았다. 서울살이도 잠시,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도미하여, 문예 창작으로 다트머스와 콜롬비아 대학원까지 마쳤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도 방학 때는 늘 한국의 부모님께로 향했다. 긴 시간 여러 환경, 여러 나라에서 경험한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 그리고 아시아인으로서 겪었을 마이너리티…… 하지만 차 작가는 그 시간을 통해 더욱더 당차게 한국에 대한 마음을 지켜나갔고, 한국에 관련된 작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그리고 올해 4월, 드디어 미국 땅에서 그 결실인 첫 소설을 펴냈다. <If I had your face (출판사 Penguin Random House)>.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뉴욕 한복판에서, 또 워킹맘으로 자신의 꿈을 멋지게 이루어 가고 있는 차희원 작가를 만나 보았다.

글, 창작에 대한 꿈
“한 8살 즈음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했고 학교 문학 잡지 편집장으로 활동하다 대학원에 가서도 문예 창작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원 1학년 때 이 <If I had your face> 소설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출간하기까지 거의 10년 걸렸네요.
그 중간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소설은 시간 날 때마다 쓰긴 했지만, 한국에서 회사 생활도 하고,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CNN에서 여행&문학 섹션의 한국 편집장으로 일했어요. 남편은 CNN 아시아 본사가 있는 홍콩에 출장차 갔다가 만나게 되었고요. 결혼하고 뉴욕으로 이사와 두 아이를 키우며 틈틈이 계속 글을 써왔네요. 책 계약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게 벌써 2년 반 전이네요.”
맨해튼에서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로 이사한지 약 1년 반쯤 되었다고 했다. 정신없고 바빴을 주부로서의 삶, 그 와중에 글까지 써 미국에서 영어 소설을 출간했다니,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IF I HAD YOUR FACE>는 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에요. 저에겐 첫 소설이지요. 자라면서 한국 배경의 영어 소설들을 많이 읽었는데, 주로 전쟁 소설이나 역사 소설(Historical Novel)들이 많다 보니 아쉬웠죠. 대학, 그리고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에도 대부분이 백인 학생들이어서 저 혼자 마이너리티로서의 느낌이 강했어요. 그들이 미국 백인 사회를 그리는 단편, 장편들을 쓰니 저는 한국에 대한 글을 더욱더 쓰고 싶어졌고요. 이후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CNN을 다니면서 현대 한국 사회의 재미있는 점, 멋진 점들을 직접 보고 느끼게 되었고, 기사를 쓰는 것을 넘어 픽션에서 더 깊게 파고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한국의 여러 장소, 문화, 사람들, 모든 것을 깊이 관찰했어요. 몇 년 전까지도 K-Pop에 푹 빠져 살았었는데, 그 팬들의 문화가 얼마나 풍부하고 특이한지 등등 말이죠…….
소설의 주인공은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 사는 4명의 젊은 여성들입니다. 그중 몇 명은 지방에 있는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인데, 서울에 와서 새로운 삶을 꿈꾸고 현실을 넘어 살아남고자 노력하죠. 인물들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의 이슈들이 다루어져요. K-pop과 같은 주제부터 성형, 룸살롱, 저출산율, 높은 자살률, 유학생들……. 현재의 여러 한국 사회의 단면들이 나오는데 어찌 보면 어두운 면들도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 모든 것이 공존하고 있는 한국 사회, 결점과 복합성을 넘어 살아 있고 매혹적인 한국을 그리고 싶었어요. 책 속 배경이 되는 장소들은 직접 많이 다녀 보고, 많은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수집하고 그랬습니다. 제 소설을 읽고 나서 서울과 한국이 궁금해지거나 방문하고 싶어진다면 역시 제가 의도한 것들이 잘 전달되었다는 뜻이기도 할 것 같아요.”
오늘의 한국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어판 출간 예정은 없다고 했다. 4월 21일 미국 출간을 시작으로 캐나다, 영국, 홍콩, 대만, 호주, 러시아 등 영미 문화권 나라, 세계 각국에서 속속 출간 중이다. 소설에 대한 각종 매체의 서평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로부터의 꿈에 멋지게 안착한 그녀. 박수를 보낸다.

Advance Praise for IF I HAD YOUR FACE
Named a most anticipated novel of 2020 by O, The Oprah Magazine • The Millions • PureWow • The Rumpus
오프라 매거진 ‘O’ 외 여러 매체에서 ‘2020년 가장 기대되는 소설’로 선정
“Magnificent . . . With unblinking focus, [Cha] confronts some of the darkest consequences of contemporary gender inequity.” —Booklist (starred review!)
놀랍도록 아름답다… [차]는 그녀만의 초절정 집중력을 발휘하여 현대 성 불평등의 가장 어두운 면을 잘 대변하고 있다.
“This is an insightful, powerful story from a promising new voice . . . Cha navigates the obstacles of her characters’ lives with ease and heartbreaking realism.” —Publishers Weekly
촉망되는 새로운 작가 [차]의 통찰력 있고 힘 있는 이야기. 그녀는 캐릭터들의 삶의 장애물들을 쉽게 그리고 가슴 아픈 리얼리즘으로 풀어간다.
“[A] timely debut . . . Multifaceted portraits of working women in Seoul reveal the importance of female friendships amid inequality . . . Cha’s empathetic portraits allow readers to see the impact of economic inequity, entrenched classism, and patriarchy on her hard-working characters’ lives.”—Kirkus Reviews
서울에서 일하는 다면적인 인물들을 통해 불평등한 사회 속 여성들의 우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공감적 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은 경제적 불평등, 단단히 자리 잡은 계급적 편견, 그리고 가부장제가 인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보게 된다. [차]는 딱 알맞은 시기에 데뷔한 신인이다.
“Searing . . . Essential reading in what Jia Tolentino memorably called the age of Instagram face.”—Vogue (UK)
강렬하다. 지아 톨렌티노의 ‘the age of Instagram face’를 연상케 하는 꼭 읽어야 할 책
“Absolutely stunning. Assured, bold, and electrifying, If I Had Your Face marks the entrance of a bright new voice in fiction.”—Taylor Jenkins Reid, New York Times bestselling author of Daisy Jones & The Six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이다. 확신이 있고, 대담하고, 짜릿하기까지. 소설계의 밝고 새로운 목소리가 나왔다.
가족, 삶, 앞으로의 시간들
“미국에 이사와 맨해튼의 콜럼버스 서클(Columbus Circle)에서 5년 살았어요. 딸아이 둘을 다 거기서 낳아서 키우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그곳이 너무 복잡하고 그래서, 좀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 브루클린으로 이사했지요. 콜럼버스 서클에 살 때 매일 랜덤하우스(Random House) 출판사 본사를 지나며 언젠가 꼭 작가가 되어야지, 꿈꾸었는데, 브루클린으로 이사하자마자 랜덤하우스랑 책 계약을 하게 된 거에요. 덕분에 작년만 해도 5분 걸려 걸어갔을 거리를, 이제는 회의가 있으면 지하철을 갈아타며 왔다 갔다 하죠. 그래도 이 작업이 너무 기뻐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은 지금 4살, 2살인데 집 앞에 Chinese Immersion School을 다니고 있어요. 선생님들이 영어를 안 쓰고 모두 중국어로 수업을 하는데, 요즘은 좀 고민이 되네요. 남편이랑 저 둘 다 홍콩에서 오래 살다 보니 나중에 세계에서의 중국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내게 된 건데,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다 해야 하니 애들이 제대로 못할까 봐 걱정이 되는 거죠. 매해 여름은 한국의 부모님 댁으로 아이들과 다녀오는데, 한 달 정도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면 또 한국말을 쓰기 시작해요. 아이들의 적응력이 놀랍긴 해요.”



호평 받는 소설가로 데뷔했지만, 가족들과 찍은 사진을 보니 이보다 더 행복해 보일 수 없다. 천상 엄마인 그녀. 일과 삶에 가장 든든한 지원군들은 가족이다. 그 외 작가로서의 삶에 고마운 인연들은 없을까.
“저의 커리어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분은 제니스 리(Janice Y. K. Lee) 선배님이세요. 제니스 선배는 <The Piano Teacher> 그리고 <The Expatriates>라는 소설들을 쓰셨는데요, 제가 너무 존경하고 감사해하는 분이에요. 한국 엘르(Elle) 잡지에서 선배의 인터뷰를 처음 봤는데, 알고 보니 선배님 부모님과 저희 부모님께서 잘 아는 사이시더라고요. 마침 맨해튼에 살고 계셔서 만나 뵈었는데, 이후로 제가 책을 출간하는 과정이라든가 서평 등 필요한 부분 또 가장 중요한 점들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그 외 감사를 표현하고 싶은 친구는 Helen Oyeyemi. 콜롬비아 대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들었던 친구예요. 앞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학교에서 늘 마이너리티였는데, 어느 날 영국 출신의 흑인 여학생 한 명이랑 수업을 같이 듣게 된 거에요. 그 친구가 Helen이었어요. 그런데 학기가 끝난 후 Helen은 중퇴했고, 저만 다시 마이너리티가 되었죠. 하지만 그녀는 유럽으로 돌아가 유명한 작가가 되었더라고요. 벌써 7권의 소설을 출간했던데, 이번에 제 책 출간 준비를 하며 다시 연락을 시작했어요. 제 소설이 너무 멋있다는 평을 해 주었고, 그 평이 책 표지에도 실리게 되었어요.”
작가로서의 일상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진다.
“작업은 아침 8시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후, 주로 집에서 해요. 때론 키즈 카페나 아이들이 수영 레슨을 받는 사이에도 하고요. 픽션은 아침에 머리가 상쾌할 때 하는 편이고, 오후에는 에세이 작업이랑 다른 프로젝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지금 두 번째 소설도 쓰고 있는데, 11월까지 마무리하기로 된 일정이라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그 외 아이들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 뮤지컬 같은 부분에도 관심이 있어 글 작업을 구상 중이고요. 한국에 관련된 주제와 일들은 놓치지 않고 계속하고 싶습니다. 아, 이번에 나온 <If I had your face>는 한국어판 출간은 없지만, 드라마 제작이 논의 중이에요. 스튜디오와 계약하고 있고 조만간 제작 발표될 것 같아요. 한국, 뉴욕, 보스턴에서 찍을 것으로 예상해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정이 놀랍다. 더구나 첫 작품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니, 한국이 배경인 소설이 드라마라면, 한국인 배우들이 대거 나오게 되지 않을까? 한국어판을 읽을 수 없는 허전함을 드라마를 통해 채울 수 있다는 것은 나름 근사한 일이다. 드라마가 호평 받는다면, 서가에서 곧 한국어로 번역된 <If I had your face>를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 미술에 관심이 많아 미술가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오픈 스튜디오에 가보는 걸 좋아해요. Brooklyn이랑 LIC는 워낙 오픈 스튜디오가 자주 있어서 많이 가보는 편이고요. 소설들이 출간되고 나면, 다시 강단에 서는 꿈도 가지고 있어요. 출간 즈음이던 올 상반기는 세계적으로 출판 시장을 포함해 모든 경제가 힘들어져 마음이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고 영감이 주어지는 영역들에서 계속 열심히, 즐겁게 작업해 가고 싶습니다. 뉴욕에 살지만 평소 뉴저지에도 자주 다녀오곤 하는데, 이렇게 맘앤아이를 통해 인사드릴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 기뻐요. 감사합니다.”

Francis Cha, 차희원
미국 미네소타주 출생
Dartmouth College, Creative Writing, Asian Studies Double Major Columbia University MFA in Creative writing, fiction
삼성 경제 연구소 및 CNN한국 편집장(여행, 문화 섹션)
첫 소설 <IF I HAD YOUR FACE (Penguin Random House)> 출간
인스타그램 : @franceschawrites
트위터 : @frances_h_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