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돌아 와 자연을 빚다.
4년 전 그는 20여년 간의 뉴저지 삶을 정리하고 이곳 산속으로 들어 왔다. 길 가장 끝에 위치한 집…아무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는 곳이라며 호탕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차고를 개조해 작업장을 만들고 지하실은 그의 작은 전시장이 됐다.
“제가 대학원 다닐 때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릇은 왜 작품이 될 수 없나…조각과 교수가 그릇은 제발 만들지 말라고 했어요. 조각하는 분들은 그릇하는 걸 이해를 못해요. 그릇은 그릇이다라는 게 서양의 개념인 것 같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저는 그릇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그릇을 쌓아서 조각 작품을 만들게 됐어요.”
그릇은 그릇일 뿐이라는 개념을 깨고 싶었던 그는 그릇에 자연을 담기로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릇에 자연을 담을 것인가…그는 자연이 그릇을 빚을 수 있도록 내어 주기로 했다.
“도자기에다 그림을 그린다? 도자기에 유약을 입혀서 겨울을 표현한다? 이건 너무 어렵더라구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릇을 아예 야외에 설치해서 그대로 뒀어요. 그랬더니 그릇이 겨우내 밖에서 눈, 바람, 비에 맞아서 녹고 금이 가고 내려 앉더라구요. 그래서 그 형태 그대로를 벽에 설치해서 겨울이라는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는 이렇게 겨울의 자연이 빚은 그릇들을 이용해 또 하나의 그릇모양을 만들어 벽에 설치했고 “겨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늦 가을에 밖에 내 놓았던 그릇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 모양과 나뭇잎 모양이 그대로 찍혔다. 그리고 이 그릇들을 이용한 작품 이름은 “가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