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도예작가

자연이 빚은 흙은 또 하나의 그릇이 되고

인터뷰 김향일 에디터, 사진 박상준 도예작가

뉴저지 우드버리(Woodbury), 미국 최대의 쇼핑몰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그 건너 구비 구비 산길을 오르면 길이 끝나는 곳에서 작은 집을 만난다키가 큰 소나무 두 그루가 감싸고 작은 텃밭과 두 마리 풍산개가 반기는 곳에서 30년 이상 도예가로 예술가로 살아 온 소박한 박상준 작가와 그 가족들을 만났다.

Autumn in New York
Winter in New York

흙으로 돌아 와 자연을 빚다.

4년 전 그는 20여년 간의 뉴저지 삶을 정리하고 이곳 산속으로 들어 왔다. 길 가장 끝에 위치한 집아무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는 곳이라며 호탕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차고를 개조해 작업장을 만들고 지하실은 그의 작은 전시장이 됐다.

제가 대학원 다닐 때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릇은 왜 작품이 될 수 없나조각과 교수가 그릇은 제발 만들지 말라고 했어요. 조각하는 분들은 그릇하는 걸 이해를 못해요. 그릇은 그릇이다라는 게 서양의 개념인 것 같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저는 그릇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그릇을 쌓아서 조각 작품을 만들게 됐어요.”

그릇은 그릇일 뿐이라는 개념을 깨고 싶었던 그는 그릇에 자연을 담기로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릇에 자연을 담을 것인가그는 자연이 그릇을 빚을 수 있도록 내어 주기로 했다.

도자기에다 그림을 그린다? 도자기에 유약을 입혀서 겨울을 표현한다? 이건 너무 어렵더라구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릇을 아예 야외에 설치해서 그대로 뒀어요. 그랬더니 그릇이 겨우내 밖에서 눈, 바람, 비에 맞아서 녹고 금이 가고 내려 앉더라구요. 그래서 그 형태 그대로를 벽에 설치해서 겨울이라는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는 이렇게 겨울의 자연이 빚은 그릇들을 이용해 또 하나의 그릇모양을 만들어 벽에 설치했고겨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늦 가을에 밖에 내 놓았던 그릇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 모양과 나뭇잎 모양이 그대로 찍혔다. 그리고 이 그릇들을 이용한 작품 이름은가을이 됐다

물레
전기가마

도예가의 … 그건 숙명이었다.

박상준 작가의 5촌 큰아저씨는 지난 2017년 별세한 한국의 대표적 도예가인 김구한 작가다김구한 도예가는 경기도 이천에 서울 미대 재학시절인 1977년 요산도예연구소를 설립했으며 건축물을 도자기처럼 구워 만드는 작업을 한 것으로 유명했다특히 지난 1995 서울 강남의  빌딩에 초대형 ‘백두대간’ 도자 조형물을 설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지난 2009년에는 높이 5m 달하는 세계 최대 도자불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처음 도자기를 시작했어요당시 학교의 미술부에 들어 갔는데 도예부가 따로 있더라구요도예에 흥미가 있었는데 직접  보니 재밌었어요그래서 대학도 도예과로 가고 5 큰아저씨  밑에서 3 동안 그릇 만드는  배웠어요

도미그릇 만드는 도예가에서 예술가로 다시 태어나다.

한국 지방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지만 한계를 느꼈어요늘 똑같은 것만 보는 게 싫었어요더 넓은 세계가 있을 것 같았고그래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목원 대학 도예과를 나온 박상준 작가는 1997 브룩클린에 위치한 세계적인 미술대학인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대학원에 입학한다미국에는 도예과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조각의 일부로 도예가 포함된다분청사기를 만들 던 박 작가에게 도자기에 예술을 입히는 과정은 또 다른 신선한 도전이었다.

미국에는 전 세계의 예술인들이 모이다 보니 도자기 한 형태가 아니라 조각이나 회화와 접목된 다양한 새로운 형태의 도자기 예술이 존재해요저는 한국에서는 분청사기만 배웠어요그릇만을 만들고 그릇만을 생각하던 제가 미국에 왔는데 담당교수가 조각을 하는 분이라 도자기를 전혀 모르셨어요생활도자기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더라구요학교에서 미디어 아트나 설치 미술에 대해 배우고 조각과 회화를 하는 학교 친구들로 부터 영향을 받다 보니 제가 도자기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들이 바뀌기 시작했어요미국에는 순수예술(Fine Art) 분야가 강하잖아요도자기는 크래프트 아트(Craft Art) 분야에요순수 예술(Fine Art)과 크래프트(Craft)의 가장 큰 차이는 생각이거든요그래프트(Craft)  정교하게 만들고 마무리를 짓는 것에 얽매이는데 순수 예술(Fine Art)은 모든 것을 받아 들이고 섭렵하는 것 같애요그릇에 얽매여 있던 제 생각을 깨어나게 해 주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애요

도자기 흙에 물들어 털이 핑크빛이 된 풍산개, 박상준 작가의 작품을 밥 그릇 으로 쓰고 있다

 그릇인가

전 그릇을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해요.  잡념이 없어져요집중을 하게 되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고 집중하게 되요그릇을 만드는 과정이 하나의 명상 시간과도 같애요몰입 속에서 예술적인 생각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상준 작가는 그릇이라는 실용에 창조적 행위를 접목시킨 작품을 만든다특히 분청사기를 만드는 그는 일종의 상감 기법인 국화무늬의 인화문 도장을 찍는 기법과 넓고 굵은 붓으로 그릇 표면에 거친 붓 자국을 남기는 귀얄기법을 사용한다그래서 그의 그릇에는 거칠면서 섬세한 두 가지 면이 공존한다마치 그들 부부를 닮은 듯 하다.

다름에 끌려 하나가  그들

섬세한 작업인 인화문 도장찍기는 그의 아내가 도맡아서 한다큰 접시 외관에만 평균 천여개의 인화문 도장을 찍는 오랜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라 하루에 2-3개 작품밖에 하지 못한다고 한다.

박상준 작가는 뉴욕에서 학교를 다닐 때 후배의 소개로 아내를 만났고 만난지 일년 만인 2001년에 결혼을 해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예술과는 전혀 연관이 없던 유아교육을 전공한 아내는 그렇게 예술가의 아내로 지금은 작품을 완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사람들과 단절된 채 도자기 생각만 하다 보니 성격적으로 예민하고 독단적이었던 박 작가를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사람들 틈으로 이끌고 나온 것도 아내였다.

인화문이 그의 아내를 표현한다면 귀얄기법은 어디로 튈지 모를 거친 느낌의 박상준 작가를 닮았다.

Wall teacup
인화문
그릇은 예술이   없다는 미국에서 도자기 예술가가되다.

박상준작가는그동안동부지역으로중심으로 30회 이상 전시회를 개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워싱턴에서 열렸던 스미소니언 크래프트 쇼(Smithsonian Craft Show)였어요. 평생 한번 전시를 해도 영광이었을 텐데 무려 8번이나 뽑혀서 전시를 했고 심지어 2011년에는 스미소니언 크래프트 쇼에 참가한 아티스트들이 뽑은 최고상까지 받았어요.”

‘스미소니언 크래프트쇼’(Smithsonian Craft Show)는 스미소니언의 교육, 연구와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스미소니언 여성 협의회의 주관아래 매년 개최되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예쇼이다. 이 외에도 그는 Philadelphia Museum of Art and Craft Show에 5번이나 뽑혀 전시를 하기도 했다. 

“미국 오기전 세가지 꿈이 있었거든요. 우선은 좋은 대학원 가야겠다. 두번째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기대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돼야 겠다. 세번째는 한국의 정말 좋은 갤러리에서 전시하는게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꿈이 다 이루어졌어요.”

박상준 작가는 내년 9월 서울 청담동에 자리한 조은숙 갤러리에서 한달간 초대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지금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도예가가 돼야 할까에요. 그게 요즘 저의 가장 큰 화두에요”

이제 50이 넘은 그는 아직도 꿈 꾸는 소년 처럼 무엇을 할지 고민중이라고 했다. 그가 앞으로 펼칠 예술과 그가 만들어 보여 줄 그릇들은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됐다.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그의 클라이언트들의 90%이상은 미국 사람들이다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그들을 위해 박상준 작가는 미국식 그릇들을 만들어 왔다.

전시를 하면서 주로 미국식 머그나 수프볼접시 같은 것을 만들었는데 집에서 김치에 반찬들을 놓고 밥을 먹으면서 문득 아나는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릇을 만들어 봐야 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그래서 올해는 한국 음식에 맞는 그릇들을 만들어 볼 예정이에요

매년 10월이면 오픈 하우스를 통해 그는 전시장과 작업장을 공개하고 사람들에게 그가 만든 그릇들을 판매한다아마 올해 오픈하우스에서는 한국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그는 자연을 즐기며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가족 단위의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박상준도예가

1991 도미해 뉴욕 Pratt Institute에서 MFA 과정 졸업

Manhattan YWCA 뉴저지KeanUniversity에서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는The Art School at Old Church에서 5년째 강의 중이다.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s8 선정, 2011년에는 아티스트들이 뽑은최고상 수상

Philadelphia Museum of Art 5 선정

 외에도 다수의 수상 경력 보유

2020 10 10,11Open Studio개최 예정

2021 9서울 조은숙 갤러리에서 한달  초대전 개최 예정

www.sangjoon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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