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중심에서 예술가로 살다
코리안 아티스트 4인과 나누는 열정적인 ‘예술’ 토크
세계 예술의 중심인 뉴욕에서 아티스트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지난 9월, 맘앤아이 맨해튼 런칭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갤러리 나잇, Four for Fall’에서 작품을 선보인 코리안 아티스트 네 명을 ‘해피 아워 토크’에 초대했다. 아티스트들의 대화 속에서 예술에 인생을 담은 그들의 열정을 느껴보자!
진행 Mira Do포토 Eugene Do장소 ANESE PROJECTS
HakChul Kim (
AAU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뉴욕 아카데미 아트에서 순수미술 석사과정을 마친 김학철 작가는 주로 오일 페인팅을 하고 있다. 오로지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으며 영화 감상하기와 모터사이클 라이딩이 취미이다.
Sena Huh
인디애나 주립대에서 생물학과 금속공예·보석디자인을 전공하고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금속공예·보석디자인 석사를 한 허세나 작가는 작가 활동뿐만 아니라 파인아트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맘앤아이 네 분 모두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막연한 질문이긴 하지만(웃음) 예술가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요?
김학철 분명 힘든 점도 많지만 예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실 누구나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저에게 그림은 특별하면서도 또 다른 언어이며 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입니다.
민민 김학철 작가 말에 동의해요. 내가 누구일까?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삶인가? 혼자 묻고 답하고 사실 많이 외로운 길이죠. 그런 과정 끝에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렇게 한 작품을 만들고 변화를 주고 시리즈를 만드는 과정이 우리 삶과 참 비슷합니다.
맘앤아이 예술가에게 세계 문화 예술의 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뉴욕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민경태 뉴욕은 인종도 문화도 참 다양한 도시잖아요, 그만큼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들도 많고요. 저는 특별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좋아해서 거의 살다시피 했죠. 전시된 서양화들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해내고 싶다’라는 동기부여를 많이 받습니다. 물론 비싼 생활비 때문에 아티스트의 길을 유지하는 게 어렵기도 한 곳입니다.
허세나 갤러리 오프닝에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제 작품을 감상합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작품을 보고 연락을 주는 기분은 정말 벅차고 남달라요. 제 작품에 코멘트도 하고 알고 싶어 하고…, 어떻게 보면 영화 같은 일이죠. 어떤 식으로 어떤 기회가 생길지 예측이 불가능하죠. 그리고 이곳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면서 ‘아 내가 뉴욕에 있구나’ 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맘앤아이 민경태 작가님은 올해 뉴욕 아카데미 석사과정을 마치셨는데요. 학생과 프로페셔널로 활동하시면서 느끼는 차이가 있을 듯합니다.
민경태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인데 학생 때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스튜디오를 쓰다가 졸업 후에는 스스로 스튜디오를 찾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뉴욕이 워낙 비싼 물가를 자랑하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을 잘 생각해야 하는 게 숙제인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만큼이나 현실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졸업만 한다고 바로 작가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맘앤아이 허세나 작가님은 작품 활동 이외에도 주얼리 브랜드를 갖고 계시고 학생들도 가르치면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허세나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지만, 학부에서는 생물을 전공했고 치과의사가 되려고 했었어요. 치과의사가 다루는 금속과 도구들이 주얼리 디자이너 작업과 아주 비슷합니다. 치과의사가 되는 데 도움을 받고자 주얼리 수업을 들었는데 운명같이 제 길을 발견하게 되었기에 예술이라는 그 자체가 저에게는 새로운 분야에요. 그래서 예술과 관련된 일이라면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생물 학도였던 제가 예술가가 된 것처럼, 도전해보기 전엔 어떤 길이 열릴지 모르니까요.
맘앤아이 김학철 작가님은 Genesis나 Ancient Woman 등 인류의 근원에 대한 탐구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으시는데요, 작품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요?
김학철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인체를 통해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저항,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가야 할 인간성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속 인간의 아름다운 육체를 드러내는 그 순간과 우리가 잊고 있던 혹은 잃어가는 인간성의 소중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품을 통해 말하는 인간성이란 끊임없는 자기 초월을 통해서 자기실현을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Min-Myn J. Schaffner
한국외대 러시아과를 졸업하고 연구원 생활을 하던 민민 작가는 결혼 후 미국으로 와서 취미로 그림 작업을 시작해서 갤러리 운영도 해보았다.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뉴욕 아카데미 아트에서 MFA 과정을 졸업하고 현재는 작품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Kyung Tae Min
미국 생활 10년 차인 민경태 작가는 파슨스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한 후, 파인아트에 더 관심이 있어서 뉴욕 아카데미 아트에서 파인아트 석사를 졸업 후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사진촬영이 취미이며 특히 다람쥐처럼 빨리 움직이는 동물을 사진에 담는 것을 좋아한다.
맘앤아이 민민 작가님은 러시아과를 졸업하시고 나중에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7년 정도의 공백 기간이 있는데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민민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그림은 취미로만 즐겼었습니다. 그러다 결혼 후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편안하고 또 가장 자연스러운 자신을 발견했어요. 작가의 삶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가기로 결심했죠. 졸업 후 7년은 학교에서 배운 것에서 벗어나는 기간이었습니다. 내가 확신이 없으면 ‘추상화’를 선택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러다 작년 가을부터 추상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맘앤아이 갤러리 나잇에 선보인 작품이 바로 그 첫 번째 시리즈입니다.
맘앤아이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예술가의 꿈을 품고 뉴욕으로 오는 친구들에게 선배로서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김학철 제 스스로에게도 하고 싶었던 말인데요. ‘자신을 사랑하라’입니다.
민민 다양성의 도시라는 점에서는 뉴욕을 추천하고 싶어요. 단 작가로서는 자기 스타일이 만들어졌고 또 어느 정도 갤러리 커넥션이 있다면 사실 로케이션은 큰 관계는 없는 것 같아요.
허세나 구체적인 플랜과 긍정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뉴욕에서 살아남기는 힘들지만 어떻게든 살 길이 있는 곳 같아요. 그 방법을 현명하게 찾아야 하겠죠. 저도 그 길을 찾는 중이고요.(웃음)
민경태 뉴욕은 예술가도, Art school도 많지요. 이러한 예술에 대한 요소가 많기에 미대 유학을 생각하는 유학생들은 잘 맞는 전공을 준비해서 적합한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맘앤아이 마지막으로, 아티스트로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생각하는 이슈가 있다면요?
김학철 작업할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접했던 순수미술에 대한 감정과 느낌, 열정 같은 것들을 지키고 수시로 찾아드는 유혹과 고난을 이겨내고 싶습니다. 사실은 그게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민민 일단 좋은 작품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2년 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죽음이 꼭 어두운 주제는 아니에요. 결국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니까요. 바램이 있다면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문이 좀더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허세나 작업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죠. 또 다른 하나는 아티스트로 살기 위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입니다. 제 인생에 큰 이슈는 어떻게 미술을 더 똑똑히 할 수 있을까 입니다. 요즘은 발전되는 기술만큼이나 작업 방법과 재료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작업도 시대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시도되어야 할 것 같아요.
민경태 제 인생의 큰 이슈는 지금 제가 하는 작품이 진정 제 것이라고 단정을 지어야 할지 아니면 스타일을 바꿔서 다른 방향의 그림으로 갈 것 인가입니다. 아마도 모든 작가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리라 생각됩니다.
맘앤아이 오늘 네 분 작가님들 진솔한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소제공_ ANESE PROJECTS (사진 HappyOur_14, HappyOur_15 )
맨해튼 50가에 자리한 ANESE PROJECTS는 파인아트 작가 ANESE씨의 개인 작업 공간과 다양한 분야의 파인아트 아티스트들의 개인 또는 그룹전을 기획∙전시하는 갤러리, 그리고 품격 있는 프라이빗 모임을 위한 백 가든 등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주소 ) 540 W. 50th St. 1A, New York, NY 10019
(홈페이지) www.ANESE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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