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RESTAURANT
오랜 친구집에 초대받은 것 같은 따듯함과 포근함이 넘치는 이 곳
인터뷰를 위해 식당에 들어가기 전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았다. 내 눈에 비친 안은 식당의 주인인 라파엘씨가 온화한 얼굴로 바닥에 빗질을 하며 얼굴에 웃음을 띄운채 가게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였다. 인사를 하고 들어가니 더욱더 포근한 웃음으로 따듯한 보리차를 내주시는 모습에 매번 인터뷰이를 만나기 전 항상 가지고 있는 긴장감을 단숨에 녹여버렸다. 혹시 ‘심야식당’이라는 드라마를 본적이 있는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인생 한 조각을 가지고 식당에와 삶을 이야기하며 음식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힐링하는 드라마 말이다.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마치 내가 그 드라마의 한 장면에 있는 것 같았다. 밖에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 촉촉해진 땅을 보며 친구같은 주인이 들려주는 즐거운 와인 이야기와 인생이야기. 직접 가보지 않고는 이 분위기를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식당에서 이렇게 마음이 편하고 마치 집에 놀러온거 같은 느낌이 드는게 아마 뉴욕에서는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손님 중 한분은 이곳이 뉴욕에서 느낄 수 있는 집이라고 했다. 맨하탄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이 곳 ‘Gomi Korean Wine Bar’ (곰이 한국식 와인 바)는 셰프겸 소몰리에인 라파엘씨가 운영하는 식당겸 와인바로 브라질리언과 한식을 바탕으로한 음식을 제공한다. 브라질리언과 한식의 조화라니 특이하지 않는가? 이곳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엔 아까운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분야에 충실하다.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여러나라의 와인들이 있는 이 곳은 전문적인 와인바로도 손색이 없고한식과 브라질리언의 음식 프로세스가 골고루 묻어나는 음식들로도 나무랄게 없다. 이 곳 Gomi Korean Wine Bar는 오늘도 뉴욕에선 볼 수 없는 저만의 독특한 카타고리를 창조하고 있다.
인터뷰, 글 허세나 에디터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웹사이트를 통해 곰이에 대한 동영상을 봤어요.
제 웹사이트와 비디오는 다 손님들이 만들어 주신 거예요. 제가 한거는 하나도 없어요. 웹사이트도 곰이에 자주 오시는 손님이 이 가게를 다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하셔서 자진해서 만들어 주셨고요, 저는 광고나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는데 Ketou라고 영상제작에는 전문적인 분들이 저희 가게에 몇번 방문하시더니 이 것 또한 자발적으로 원하셔서 찍어주셨어요.
손님들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정말 식당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 같아요. 이 식당을 연지는 오래되신 건가요?
식당은 재작년 그러니까 2017년 6월에 열었어요.
연지 2년도 채 되지 않은건데 그 전에도 음식쪽을 하셨던 건가요?
그런 건 아니예요. 제가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교때 온 가족이 브라질로 이민을 갔어요. 가족과 함께 평생을 패션쪽 일을 했어요. 그 곳에서 20년을 살다가 뉴욕으로 넘어와 36가에서 16년정도 의류도매를 했죠. 그 후 나이를 먹어 은퇴를 하고 2년정도 여행을 다니면서 놀았는데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이거였어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과 음식하는 것을 좋아해서 한달에 한번씩 10-20명 되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곤 했거든요. 또 음식못지않게 제가 와인을 굉장히 좋아해요. 와인계통에 일하는 친구들도 많고 그 분야에 많이 노출이 되었어서 더 자연스럽게 와인에 대해 알게되었죠.
처음 여는 식당이 쉽지 않았을텐데요, 어떻게 이곳에 열게 되셨나요?
식당을 운영하는게 처음인데 사실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이 쪽으로는 비지니스를 한 적이 없어서 모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완벽한 주방이 갖춰져 있는 와인바를 찾았어요. 근데 모든 곳을 다 알아봐도 와인바로 사용된 식당은 일렉트릭키친밖에 없더라고요. 이스트 빌리지를 좋아해서 이곳만 고집한 건 아니였고요, 찾다보니 이 곳에 정착해 있었답니다(웃음). 친구들도 여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요. 사실은 이 동네가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와인바나 이런 것보다는주말에 맥주나 바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는 경향이 많아요. 그래서 이곳에서 식당을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운동도 좋아하고 친구들도 워낙 많아서 그냥 친구들만 찾아와줘도 좋겠다, 라고요. 그렇지만 요즘 다행히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계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와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여기를 리뷰나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한국분들도 많이 찾아주시고요.
식당이름이 곰이이고 로고에도 개가 들어가 있는데 그 이유가 있나요?
네, 제 개 이름이 곰이예요. 5살된 일본 아키타인데 지금은 85파운드나 나가는 큰 개예요. 처음 입양했을때가 3개월이였는데 백곰같아서 이름을 곰이라고 지었는데 그대로 식당도 곰이라고 짓게 되었어요.
이 곳은 식당이기도 하지만 와인바이기도 한데요, 여기의 특별한점을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저희 식당은 와인이 특이해요. Commercial wine 그러니까 상업 와인이 하나도 없어요. 처음에 식당을 위해 와인을 고를때 그 선이 있어야 하니까 제가 World-World 와인, 그러니까 오래전부터 와인을 만들었던 유럽쪽 와인이 있고 New World 와인인 새로운 생산지에서 만들어진 와인이 있는데 컨셉과 철학이 저에게 더 맞는 World-World와인이 좋아서 그쪽으로만 팔자 생각했어요. 제가 자연 그리고 등산을 참 좋아해요. 자연보호에 관련된 일도 하고 있고 될 수 있으면 유기농한 와인을 선택하고 certified가 아니여도 조그만 보티크 와이너리안에 포도도 직접 재배하고 만드는 공정이 유기농한 와인들을 골라요. 사람의 정성이 많이 들어있는 곳 말이죠. (와인쉘프에 와인을 하나 꺼내면서) 이 와인은 1484년부터 세워진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졌는데요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절대 이 와이너리는 팔지 말아라 하면서 남겨진 땅에서 만든 와인이예요. 대량 생산도 하지 않죠. 이 식당에는 미국안에서는 팔지않는 하나밖에 없는 와인도 있어요. 그 만큼 여느 식당에서 보지 못하는 와인이 많아요. 저는 손님들에게는 웨이터, 키친에서는 쉐프, 바에서는 소몰리에, 등등 식당에서 한가지만 하는 게 아니예요.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고 또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 식당에 손님들이 와서 친구집에 온것 처럼 왔다가는 걸 원해요. 단체로도 이곳을 빌릴 수 있기때문에 대개 친구를 통해서나 Yelp (식당리뷰 웹사이트)를 보고 찾아 오시는데 처음에 와보시고 여기가 좋으니까 생일파티나 단체모임으로 여기를 다시 찾아주세요.




와인이야기를 하실때면 얼굴이 밝아지세요. 와인에 대한 신뢰가 더 가요. 손님들이 와인을 추천해달라는 일도 일상이실 거 같아요.
네, 여기있는 97%정도의 와인이 제가 다 마시고 맛있다고 생각한 것들만 있고요, 나머지 3%는 식당을 운영해야하는 입장으로 손님들이 찾는 와인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Cabernet Sauvignon(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것 말이죠. 제가 추천하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손님들이 마시는 보통 와인들과 조금 다른 맛이기에 상업적인 와인을 원하시는 손님들도 가끔 있어서 구비를 해놓고 있어요. 보통 식당에서 제공할 수 있는 와인을 저는 9일이 지나면 팔지 않아요. 손님들에게 내 놓는 와인에 대한 자부심에 마음이 내키지 않아요 . 보통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레드와인이 좋은지 화이트 와인이 좋은지 단맛이 좋은지 드라이한게 좋은지에 따라 그에 맞게 추천을 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먼저 손님을 봐요. 그 날 기분은 어떠한지 손님의 성격은 어떤지 어떤 특별한 경우인지 그날 그날 다를 수 있기때문에 추천해줄 수 있는 와인이 다르거든요.
음식도 먹고 싶은 음식을 하신다고 하셨어요.
저는 쿠킹클래스를 들어본적도 없고 유명한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좋아하는 걸 하기때문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요리를 해서 내죠. 그렇기 때문에 가끔 메뉴도 내 마음이예요 (웃음). 어떤날은 제가 창작한 이상한 (웃음) 음식도 있고 새로운 메뉴도 있고 그래요. 예전엔 한국에 어르신들이 예약을 하셔서 그 분들을 위해 열무비빕밥을 내어드렸어요. 꽁보리밥에 강된장을 곁들인 비빕밥이요. 미국 젊은 사람들은 이걸 모르잖아요. 재미있는게 이 음식을 먹은 미국사람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상상을 못했어요.
가족이 운영하신다고 하셨는데 각자의 역활이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사람을 쓰고 그랬는데 요즘 몇 달 동안에는 제가 거의 다 하고 있어요. 주방에 2명이 있고 누님이 바쁘면 도와주시고 그래요. 딸 둘은 원래 밀라노에 살고 있었는데 작은딸은 뉴욕에 돌아와 미대를 다니고 있고 첫째딸은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식당에 관심이 없네요. 저는 손님들께 그래요. 여기는 가족이 운영을 하기때문에 음식이 뒤죽박죽 나올 수 도 있고 오래걸릴 수 도 있으니 이해해달라고요 (웃음). 너무 감사하게 손님들도 이해를 해주시고 오히려 그게 더 집같다고 말씀을 해주세요. 저는 손님도 친구처럼 즐기고 가시는게 좋아요. 6시에 자리를 예약했다해도 그 자리에 앉은 다른 사람에게 나가라고 소리 안해요. 저는 그러기도 싫고요. 편하게 와서 이 곳에서 만족하고 가시는게 좋아요. (인터뷰 당일날도 손님이 식당에 들어와서 친구처럼 안부인사를 묻고 이야기를 하고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평소 음식말고도 좋아하시는 게 있나요?
저는 하이킹이나 트랙킹하는 걸 정말 좋아헤요.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식당운영 후 자주는 못하지만 친구들을 데리고 유타나 몬타나 등 사람손을 타지않은 자연을 갑니다. 말그대로 호텔 이런 곳이 아닌 자연과 함께 하는, 캠프 그라운드도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하는 그런 곳으로요. 그래서 식당안에도 캠핑도구들을 진열해놨어요. 손님들에게 여행지도 추천해 드리고 제 이야기도 나눠요.




와인과 여행, 이보다 더 좋은 조합도 없을 것 같아요. 인터뷰 너무 감사드리고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식당운영하시는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한번 오신분들이 단골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Yelp리뷰 혹은 인스타그램 사진을 목적으로 오시는 것보다 이곳에서 정말 맘편히 즐기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저는 이 일이 너무 좋고 저에게 맞는 것 같아서 이 곳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을 찍는게 어색하다는 그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쑥쓰러워했다. 보통 자신의 직위나 불려지는 타이틀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정의에 크게 개의치 않는 그의 겸손한 마음이 이 곳을 더욱더 친근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식당을 둘러보니 액자에 담긴 곰이의 사진이 여기저기 보였다. 반려견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 자연을 사랑하는 모습이 와인의 열정과 더해져 이곳의 신뢰를 더욱더 두텁게 하고 있었다. 브라질리언과 한식이 곁들여진 음식은 참 맛이 있었고 그가 추천하며 따라준 여러 종류의 와인들은 이름을 다 적어가고 싶을 정도로 입안에 저장하고픈 맛들이었다. 무엇보다 와인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듣기에도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는 정보들은 마치 내가 돈을 주고 배우러 온 것 같이 알차 지인들에게 와인을 알고 싶거나 와인에 대한 전문적인 맛을 느끼고 싶으면 꼭 소개해주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이번 발렌타인은 허기도 마음도 채워줄 것 같은 ‘Gomi Korean Wine Bar’를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각자의 일상을 볶아낸 수많은 드라마가 있는 고된 뉴욕생활에 쉼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이 곳을 말이다.


발렌타인데이! 에디터의 추천 메뉴


Wine Tasting Menu $20 선 부터이나 와인의 종류와 레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곳의 와인테이스팅을 강력 추천한다. 취향에 따라 직접 3-4가지의 퀄리티 좋은 와인을 추천해 주는데 발렌타인데이는 샴페인 한잔도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 이곳의 샴페인은Pet-nat이라고 해서 세계 2차 대전 스페인 폭탄을 피하는 피난처에 10개월을 숙성한 와인으로 보통은 탄산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넣지만 이 와인은 자연으로 생기는 탄산을 가지고 있다. 한번도 거르지 않은 순수한 결과물로 보통 버블보다 작고 신선하며 과일향이 난다. 100병을 만드는데 3-4병을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이 있기때문에 귀한 샴페인이다. 와인의 가격도 훌륭하고 연인과는 와인을 통해 이야기거리도 생기고 그에 조예도 더 깊어질 것이다. 와인이 아니라면 사케 테이스팅도 있다고 하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Picanha Fatiada – Brazilian Style Top Sirloin Cap, Onion, Red bell pepper $20선
브라질리언 스타일의 최고 등심을 이 곳만의 비법으로 구워내었다. 비계와 고기가 입안에 사르르 부드럽게 녹으면서 추천해주는 포르투갈 와인을 한잔 해보자. 스위트 와인의 포도로 만든 Food-friendly 한 이 포르투갈 와인은 음식과 곁들이면 맛이 더욱 맛있게 변한다. 이 고기는 미국 상업 고기로서는 최고급인 브라질 사람들이 많이 먹는 부위라는데 잘 팔린다고 더 나올 수 있는 부위가 아니고 2주에 한박스 정도만 구할 수 있다고 하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이보다 더 마음을 사로 잡는 메뉴가 없을 것이다.



Gomi Korean Wine Bar
186 Avenue A, New York, NY 10009
(646) 707- 0707
www.gomikoreanwineb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