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솔한 그림으로
마음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일러스트레이터 신문섭
작가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행복과 추억, 혹은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든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속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때로는 동심이 담긴 순수한 그림으로, 때로는 묵묵히 그려낸 도시의 일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일러스트레이터, 신문섭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 새 입가에 조용한 미소가 번진다.
인터뷰 이영란_*맘앤아이 에디터

*Mom&I 작가님은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언제부터 아트에 대한 관심을 가지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습니다. 미술 선생님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아주 오래 전 기억에도 ‘그림’이라는 요소가 곳곳에 있으니까요. 고등학생 때 만화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그 심각했던 분위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웃음). 쉽지 않은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기에 더욱 그러셨을 거예요. 하지만 부모님은 제 뜻을 존중하시고 도와주셨어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어요. 미국에 와서 처음 미술을 공부할 때, 일러스트레이션 전공을 택했고 그때만 하더라도 캐릭터 콘셉트 디자이너가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와 목표가 수정되었죠.

*Mom&I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주력하는 작품 분야와 대표적인 작품이나 전시, 경력을 소개해 주세요.
아직은 배우는 중이고 조금씩 경험을 늘려가고 있는 초보 일러스트레이터라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중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유명한 어린이 도서 출판사인 스콜라스틱의 캠페인 일러스트를 그린 것입니다. ‘아이들과 책’이라는 주제로 그렸던 그림들입니다. 작년부터는 로케이션 드로잉Location Drawing을 꾸준히 해오고 있고 그것이 연결되어 국립 현대 미술관(MMCA) 30주년 기념 일러스트 북도 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뉴욕 카페들을 그렸던 그림들을 모아 ‘Breathing Spot’이라는 주제로 개인전도 열었습니다. 당분간은 로케이션 드로잉 쪽으로 나아갈 것 같습니다.


*Mom&I 스콜라스틱과 함께 하신 작품이 궁금합니다. 어린이 도서 작업에 관심이 많으신 지, 동화책을 직접 만들 계획이 있으신 지도 궁금합니다.
스콜라스틱에서는 매년 그 해의 슬로건을 정해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2015년 캠페인이었던 ‘Open a World of Possible’ 일러스트를 그렸습니다. 그 외에도 매년 여름방학 때 실시하는 학교 대항 책 읽기 캠페인인 ‘Summer Reading Challenge’ 일러스트, 홀리데이 카드 일러스트, 작은 이벤트에 쓰이는 그림들을 그렸습니다.
어린이를 소재로 한 그림들을 좋아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편안하고 따스한 이미지들을 좋아하죠. 하지만 동화책과는 다른 듯해요. 동화책을 만드시는 분과 이야기하면서 동화책은 아이의 시선과 생각을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 동화책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평생을 걸쳐 변화, 발전하는 직업이라 언제라도 준비가 된다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om&I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미국과 한국의 작업 환경은 많이 다른가요? 뉴욕에서 활동을 하시기로 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이야기해 보면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일러스트레이션의 분야와 개념이 미국에 비해 아직은 제한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술가로서의 대우도 분명 차이가 있지요. 이 요소들이 가장 잘 표출된 부분이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진행할 때입니다. 미국이 급여만이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가지고 있는 그림 요소들을 존중해주는 시스템과 문화 인식이 더 잘 형성되어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일러스트레이션 분야도 많은 발전을 하고 있죠.
뉴욕은 타 지역에 비해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수요,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요소, 훌륭한 동료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모두 많습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예술은 특히 자기 발전이 평생에 걸쳐 이뤄지는 직업입니다. 아직 수십 년은 더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을 생각해보니 답은 뉴욕이더군요. 높은 생활비와 물가 때문에 힘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Mom&I 요즘은 막연히 ‘화가가 되겠다’보다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친구들이 많은데요. 일러스트레이터와 카툰 작가는 어떻게 다른 지 설명해 주십시오.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네요. 제가 잘 쓰는 비유인데, 만화가 비디오라고 한다면 일러스트레이션은 사진 같은 것입니다. 둘 다 어떠한 이야기나 주제를 그림으로 표현해서 전달한다는 목적은 같습니다. 다만 전달하는 표현의 방식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만화는 시간의 흐름을 전달해주는 포맷입니다. 하지만 일러스트레이션은 보통 한 컷, 아니면 두세 컷의 이미지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해야 해요. 그림을 풀어가는 방식의 차이죠.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를 위해 공부하는 부분도 많이 다릅니다.
*Mom&I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차세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만 펼쳐봐도 일러스트들이 수두룩하죠. 벽보나 지하철 광고 벽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이미지들이 어떠한 이야기, 메시지를 담고 있고 어떻게 표현했는지 찾아보세요. 뉴욕은 정말 일러스트레이터 수만큼 다양한 스타일이 있어요. <Society of Illustrator>나 <American illustration>, <3×3>, <Spectrum Fantastic Art> 등 많은 일러스트레이션을 접할 수 있는 잡지와 단체들이 있으니 정기적으로 찾아보는 것도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작가들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나름의 방식이 있어서 다양한 방법들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돼요. 그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가는 결과물입니다. 억지로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 같습니다.


*Mom&I 요즘은 막연히 ‘화가가 되겠다’보다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친구들이 많은데요. 일러스트레이터와 카툰 작가는 어떻게 다른 지 설명해 주십시오.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네요. 제가 잘 쓰는 비유인데, 만화가 비디오라고 한다면 일러스트레이션은 사진 같은 것입니다. 둘 다 어떠한 이야기나 주제를 그림으로 표현해서 전달한다는 목적은 같습니다. 다만 전달하는 표현의 방식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만화는 시간의 흐름을 전달해주는 포맷입니다. 하지만 일러스트레이션은 보통 한 컷, 아니면 두세 컷의 이미지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해야 해요. 그림을 풀어가는 방식의 차이죠.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를 위해 공부하는 부분도 많이 다릅니다.
*Mom&I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차세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만 펼쳐봐도 일러스트들이 수두룩하죠. 벽보나 지하철 광고 벽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이미지들이 어떠한 이야기, 메시지를 담고 있고 어떻게 표현했는지 찾아보세요. 작가들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나름의 방식이 있어서 다양한 방법들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돼요. 그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가는 결과물입니다. 억지로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 같습니다. 뉴욕은 정말 일러스트레이터 수만큼 다양한 스타일이 있어요. <Society of Illustrator>나 <American illustration>, <3×3>, <Spectrum Fantastic Art> 등 많은 일러스트레이션을 접할 수 있는 잡지와 단체들이 있으니 정기적으로 찾아보는 것도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Mom&I 일러스트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나 작가님의 철학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결국은 제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살면서 느꼈던 행복이나 추억들, 아픔이나 슬픔 등이 그림 안에 스며 있습니다. 스스로 공감할 수 있어야 독자들에게 그만큼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저는 제가 살아가는 삶이 참 감사합니다. 그 부분이 은연 중에 제 그림을 보는 분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저와 같이 예술 계통에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예술 분야가 그렇지만, 졸업 후 생계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저 역시 그 고민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어요. 하지만 앞으로 4, 50년은 더 그림을 그릴 테니 서두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오늘도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제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있게 하는 힘입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 그 자체가 제가 그린 그림 안에 담겨 전달된다면 그것만큼 보람된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신문섭 Moonsub Shin
School of Visual Arts(SVA)를 졸업하고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10년 전에 어학 연수 차 뉴욕에 온 이래, 이 곳에서 미술을 배우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고 지난 2014년 졸업, 다채로운 작업들을 하고 있다. 한국 국립 현대 미술관(MMCA), 스콜라스틱 등 여러 회사 및 단체들과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나 자연 등, 다양한 공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려서 작은 저널에 담는 것이 취미이며, 어디든 여행을 자주 다닌다. 새로운 곳을 보고 그 곳을 담아내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