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송지혜 심리 소통 전문가, 조이송 피아노아이콘페다고지대학 학장
자기소개에 이름과 함께 자신의 MBTI 유형을 말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그 당당함이 부럽다. 이미 MZ세대의 일상 언어가 되어버렸으니, 이들과 소통하려면 성격 유형을 지칭하는 MBTI의 4개 알파벳의 의미부터 알 필요가 있다. 이를 알면 불필요한 갈등도 피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시작이다. 오늘은 MBTI의 4개 알파벳 중 성격 유형 구분의 첫번 째 기준이 되는 첫 알파벳이자, 다른 알파벳 지표에 비해 가장 많이 알려진 ‘I’와 ‘E’의 차이점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MBTI의 ‘I(Introvert)’’ – 내부 충전 내향형
외향 내향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에너지의 방향이다. ‘친구가 많고, 말도 많으니까 외향이군’ 하면 오판일 수 있다. 내향형도 친한 친구하고는 끝없이 말하니까. 이럴 때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명확해진다. 충전용 건전지처럼 사람의 몸 안에도 에너지를 담는 전지가 있다. 내향형들은 혼자 조용히 방에서 쉴 때 충전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외부 활동을 하면 방전된다. 외향형들은 반대다. 놀랍게도 이들은 혼자 조용히 방에 놔두면 방전된다. 하지만 외부 활동을 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가거나, 사람을 만날수록, 충전된다. 내향 남편이 오랜만에 일찍 들어왔는데 얼굴이 어둡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대답조차 없다. 그 순간 외향형들은 상대의 기분을 풀어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애교를 부려도 남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다. 심지어 TV를 켜고 신문을 펼친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 ‘뭐지? 내가 잘못한 게 있나?’ 공연히 기분이 위축되어 남편 눈치를 보게 만든다. 후에 성격 공부를 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그때의 남편은 내향형이라 자기의 모든 에너지를 밖에서 다 써버려 더 이상 말할 힘조차 없었다는 것이었다. TV를 킨 것은 말 시키지 말라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이걸 알게 된 후 남편이 방전돼 보이면 일단 방으로 들여보내 쉬게 하거나, 뭘 좀 먹였다. 일단 방전된 에너지는 충천시키는 게 우선이니까. 남편의 에너지가 4~5% 올라오는 게 보이면 그때 비로소 하고 싶었던 말을 하면 된다. 요즘은 자신이 내향인 것을 안 남편이 먼저 통보한다. “나 에너지 방전이야.” 그러면 나는 중얼거린다. “그놈의 에너지는 허구한 날 방전이군. 불량품은 내가 아니고, 당신이네.”
(참고: “남편 성격만 알아도”, 책의 띠지가 ‘내 아내는 불량품’이라 쓰여 있음)
MBTI의 ‘E(Extravert)’ – 외부 충전 외향형
출근하는 남편의 식사 준비조차 못 할 정도로 아팠던 날, 남편은 잘 쉬라며 출근했다. 오전에 전화를 걸어온 친구가,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밥은 먹었니?” 묻더니 집에 찾아와 주었다. 외향형 친구였다. 병원에 데려가기 전 카페에서 빵도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병원에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왕 만났으니, 점심까지 먹고는 백화점 지하에서 찬거리까지 사서 저녁 전에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남편 시선이 곱지 않다. 그 후 며칠간 별것도 아닌 일에 자꾸 딴지를 건다. 참다못한 나는, “당신 요새 왜 이래? 며칠 전부터 심기가 안 좋아서… 틱틱거리고”라고 말하며 짜증을 냈다. 남편도 이에 맞섰다. “당신 순 거짓말만 하고, 속이고 말이야…지난 월요일 아침, 남편 아침밥 해주기 싫으니까 아프다고 꾀병 부리고”… 헉, 아팠던 날 이야기다. 그날 내가 걱정되어 집으로 전화했었는데 안 받고(핸드폰 없던 시절), 친구랑 쇼핑까지 갔었던 걸 이해할 수 없단다. 그랬었나?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그날? 나 그날 정말 아팠어. 거짓말한 적 없어. 당신은 허구한 날 피곤하다 하지만 난 웬만해선 아프다 말 안 해. 내가 아프다고 하면 진짜 아픈 거라구”라고, 주장했다. ”아픈 사람이 집에서 쉬지 않고 계속 쇼핑하고 돌아다니는 게 말이 돼?”라고 따진다. 할 말이 없다. 사실 이상한 건 나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날 분명히 아팠던 것도 사실이지만, 오랜만에 친구랑 나가서 맛난 거 먹으니 정말 아프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성격 공부를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외향들은 아프면 나가야 오히려 아프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내향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다. 이것을 알고 난 후 정말 부부 사이의 갈등이 10%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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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심리 소통 전문가,
피아니스트, 피아노 교수법 학자,
송지혜 피아노아이콘페다고지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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