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준비하자.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40개월의 여정은 5학년부터 시작된다. 5학년을 그 시작점으로 보는 이유는 이 시기부터 배워나가는 부분이 고등학교 진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때부터 아이들의 배우는 과정을 잘 지도해 나가면 다음 40개월을 단단하게 준비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쓰기 문제, 유연성 지도, 잘하는 것 찾기 이외에, 40개월 중 25%에 해당하는 여름 방학 활용 전략에 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글 Ann Ahn – Head Academic Counselor
여름 방학은 일 년 중 25%
일 년 중 3개월은 학교의 관리 없이 학생 스스로, 혹은 부모가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 당연히 휴식의 시간이지만, 또한 이 시간이 아이에게 정신적, 신체적 성장의 시기임을 인지할 때, 부모에게는 참으로 숙제 같은 시간이 된다. 공부만 하게 할 수도 없고, 여행도 좀 가야겠고, 뭐 하나 배우게도 하고 싶고…이전 2년은 어디 갈 수도 없어 공부만 시켰는데 이젠 환경이 또 달라졌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들 과외 활동은 컴퓨터 사이언스다. 파이톤이 그 기본 랭귀지인데, 파이톤에 접하는 연령대도 어려지고 넓어졌다. 재택근무로 아이들 과외 활동을 맡게 된 부모님 영향이 컸으리라 본다. 다음 세대 테크놀로지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요즘은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한 관심을 표출할 때 어지간해서는 눈길을 끌 수 없는 정도인데, 재미있어 해서 한여름 끼고 가르치니 배우는 속도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관심과 집중이 만드는 성과는 대단하므로 이 시간에 뭐 하나는 이루어낼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해 보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볼지? 한 가지에 집중할 것인지? 지난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어떤 부분이 아이를 힘들게 했는지 혹은 그 반대였는지? 다음 학년에 배울 내용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더 배우고 싶거나, 관심을 더 가지는 부분이 있는지? 이 모든 질문이 다 주요한 리뷰 포인트이다. 단, 이 리뷰 포인트에는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며, 공부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아이가 교실에서 보이는 자신감의 기본은 스터디 스킬이기 때문이다. 미국 부모 사이에도 Summer Slide란 표현이 있다 긴 방학은 자칫 스터디 스킬이 미끄러지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표현이다.
부모가 아이의 커리큘럼을 준비할 때 집중할 세 가지 팁은 집중력, 책임감, 그리고 유연성, 이 세 가지이다.
과목별 예습보다 열 배는 더 중요한 학습의 기본 태도이다
공부 습관이 잡힌 것과 하루 열 시간씩 자리에 앉아 있는 건 다르다. 아마도 열 시간을 앉아 있다면 게임에 빠져있을 게 분명하다. 공부 습관을 들이기 위해 우리 어릴 때처럼 일과표를 만들어 보게 하면 어떨까? 이 여름에 집중해 보고픈 과목이나 과제를 중심으로, 하루에 언제 얼마큼의 성과를 만들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정한다면? 집중력에 따른 성과의 상관성을 스스로 체험하게 해야 한다. 학교 과제들을 살펴보면 주어진 약속을 지키는 의미 이상은 없는듯 하다. 학교의 여러 여건상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만이 과제로 주어지므로 학생들은 과제를 해내 는 것으로만 여긴다. 때문에, 과제는 학습이 되기 어렵다. 만일, 이 여름에 부모가 주는 과제가 학교 과제와 같은 패턴이라면 집중력을 통한 성과와는 다른, 정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이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에 대한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이 연습이 바로 시험 훈련이 될 수 있다. 주어진 시간에 정답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새 학기부터 전 학년보다 더 많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다음 학년에 배울 내용을 훑어보게 한다는 표현을 아주 많이들 한다. 훑어보는 걸로는 관심이 생길 수가 없다. 한번 푼 문제를 다시 풀 때는 집중도 어렵다.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한번 답으로 생각한 걸 고쳐나가는 것도 몹시 어렵다. 훑어보는 정도의 예습은 훑어보는 정도의 학습 태도를 만들어 다음 학년을 힘들게 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배운 다음 이해해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학습 태도에 집중한 계획을 짜길 바란다.
자기 주도 학습이 만드는 책임감 훈련
답은 아이가 만든다. 시험 시간에 답을 만드는 것은 본인이다. 정답도, 오답도, 학생 스스로의 몫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시작하면 성과를 만들기가 쉽다. 기대가 분명하고 기대치가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학부모와 여름 계획을 세우다 보면, ‘이 계획에 학생은 어디에 있나’를 자꾸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계획에 실제 수행할 사람이 빠져 있다면 성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성과 없는 시간으로, Done!만 있는 여름 방학 커리큘럼이 아니어야 하겠다.
유연성의 문제
한 가지 현상에 다양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다. 이런 관점의 형성엔 다양한 경험도 큰 몫을 차지한다. 학교 밖 여러 관계들이 그 하나이며, 과외 활동 과목을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또 다른 하나이다. 여행도, 이벤트도,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라면 모두 이 유연성에 영향을 줄 것이다. 단, 부모와의 대화로 경험에 관한 피드백이 남으면 좋다. 이 유연성에 대해 앞서 강조한 포인트가 새로운 상황이나 학습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었다.
유연성 문제 중 부모가 아마 가장 두려워하는 건 ‘새 학기 선생님이 누가 될 것인가?’일 것이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가에 따라 아이의 한 해가 달라진다는 걱정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다 경험했던 일이다. 우리가 자랄 때와는 다른, 다양한 문화가 섞인 미국의 교실에서, 우리 아이의 유연성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우리 아이는 선생님을 가려서요… 좋은 선생님 부탁해요… 학생이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을까? 선생님까지 완벽히 선택해 주고픈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도 이해가 되나, 그보다 먼저, 유연성이 길러져 어느 선생님에게나 잘 배운다면 우리 아이가 배우고 경험할 내용은 배가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긴장되고 다소 두렵지만 흥미롭기도 하다. 아마도 리셋할 기회여서 더 흥미진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이런 시작을 할 수 있는 여름 방학이 되길 바란다. 스스로 만들어 내고 성과를 경험한다면 아이들의 40개월의 성장 커브는 엄청난 가속도가 붙을 것임을 보장한다. 그들의 리셋 1_ Day를 응원한다. You can do it!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