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위크앤드는 본격 캠핑 시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메모리얼 위크앤드에 맘에 드는 캠프 사이트 명당을 맡으려면 최소 4~5개월 전에 예약해야 한다. 반 년 이상 전부터 예약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스테이트 파크 캠프 그라운드보다 사립 캠프장을 선호한다. 물론, 스테이트 파크가 자연이 아름답고 비용도 저렴하지만, 팬더믹 이후로는 예약 잡기가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고, 간혹 제너레이터를 쉼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 옆자리라도 걸리면 정말 너무 시끄럽다. 젊은이(?)들이 와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늦게까지 시끄럽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아이랑 가는 우리로서는 수영장이 함께 있거나 스토어가 잘 갖춰진 사설 캠핑장을 더 선호한다. 

 

글 심지아

 

호숫가에 절반 정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이 캠핑장은 호숫가 워터프론트를 선택할 수가 있고, 사이트마다 물과 전기를 쓸 수 있어 아이랑 가기에 좋다. 짧은 호스를 하나 가져가 수도에 연결해 주면 물풍선도 만들고 물장난도 하며 논다. 마당이 없는 도시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지나가는 송충이와 벌레들 관찰, 들꽃 구경, 별 구경, 물고기 구경하느라 아이패드나 티비 없이 하루가 금새 지나간다.



아이 낳기 전에 캘리포니아에 살 때는 종종 캠핑을 갔다. Big sur, Yosemite, Lake Tahoe 등 텐트 하나, 의자 두 개, 쿨러 하나를 들고 잘도 돌아다녔다. 심지어 임신을 하고도 캠핑을 다녔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서 우리의 캠핑은 일시 중지되었다 뉴욕으로 이사온 후 딸이  세 살 반쯤 될 무렵 거버너스 아일랜드로 글램핑을 하룻밤 갔다. 비가 왔는데 비 오는 텐트 속에서 신이 나서 춤추고 좋아하는 딸을 보며 예전에 종종 캠핑 다니던 게 생각이 났다. 당시에 우리는 맨해튼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차 없이 살고 있었는데, 순전히 캠핑을 다시 가고 싶어서 차를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SUV를 구입하고 겨울 옷이나 자주 쓰지 않는 부피 큰 물건 몇 가지를 넣어두던 스토리지 하나를 캠핑 용품 보관을 위해 더 큰 사이즈로 업그레이드했다. 텐트와 몇 가지 기본 캠핑 기어들을 구입한 후 딸을 데리고 첫 캠핑을 떠났다. 롱아일랜드 몬탁으로 갔는데 캘리포니아에서 우리가 다니던 대자연과는 다르게 아기자기한데다 동부 외곽의 전통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텐트를 쳐놓고 주변 소도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팬더믹이 터지고는 더 자주 캠핑을 갔다. 캠핑 외에는 여행할 기회도 없고 호텔에서 자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캠핑을 하면서 딸 zoom 수업도 듣게 하고 맘 편히 캠핑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지낼 수 있었다. 지금은 여행도 많이 가고 호텔도 가지만 그래도 딸은 캠핑을 가장 가고 싶어한다. 나무 장작에 불을 지펴 고기도 구워 먹고, 별 구경도 하면서 어묵탕도 끓여 먹는다. 아침에는 핫초코를 마시며 물안개를 구경한다. 봄에는 꽃구경을 가을에는 낙엽 구경을 한다. 근처 농장들을 돌며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사오기도 하고 가끔은 치즈나 와인도 사서 해먹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즐기기도 한다. 아이들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귀뚜라미 소리, 개구리 소리, 바람 소리를 듣고 신기해한다. 



뉴욕에 살면서 즐거운 일 중 하나는 뉴욕을 떠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여행이 끝나고 돌아올 집이 뉴욕이라는 점이다. 여행이 끝나도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는 느낌 때문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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