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The Longest Storm” by Dan Yaccarino
책 표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만 보고도 무조건 사게 되는 책이 있습니다. Dan Yaccarino의 그림책이 제게는 그런 책 중 하나예요. 심플한 선과 밝은 색상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깔끔합니다. 2021년에 출판된 그림책 중 저의 최애 그림책은 그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The Longest Storm”입니다.
글 노선경 사서
표지엔 한 어른과 아이 세 명 그리고 개 한 마리가 큰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책 제목에 storm이 있으니 표지 왼쪽 위 파란색 구름이 storm임을 짐작할 수 있지요. 책 표지를 넘기니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간단한 선으로만 표현되어 있지만 바람의 세기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No one knew how long it would last. We were going to have to stay inside, maybe for a long time.” 한 번도 본 적 없는 폭풍으로 집 안에 들어온 가족들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롹다운에 창문 밖을 심각하게 바라봅니다.
가족 구성원을 자세히 살펴볼게요. 엄마가 없는 한부모 가정이에요. 자녀 셋 중 첫째는 십 대로 보여요. 아래 두 명은 아마도 쌍둥이 같네요. 네 명의 가족이 평소와는 달리 폭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집에 갇혀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십 대인 큰딸은 동생 둘이 자기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 하고, 아래 두 명은 왜 하필 같은 장난감으로 놀고 싶어할까요?
책을 읽고, 야구공으로 캐치볼도 하고, 그림을 그려도 시간이 잘 가질 않네요. 괜히 집에만 갇혀 있으니 TV 리모컨을 가지고 싸움만 납니다. 대화는 단절된 지 오래고, 서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어느 날 밤, 집이 흔들릴 만큼 큰 천둥 및 번개가 집을 덮쳐 정전되자 각자 방에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아빠의 침대로 모여듭니다. 혼자서도 잘 살 것 같던 십 대 큰딸도 결국은 아빠의 침실로 옵니다. 어둠 속 좁은 침대 안에서 서먹해 하던 가족들은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다음날 폭풍은 여전히 가족의 외출을 막고 있지만, 한 침대에서 서로 꼭 껴안고 밤을 함께 보낸 가족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작가는 직접적으로 팬데믹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모두가 경험했을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극단적으로 슬프지도, 극단적으로 기쁘지도 않게 표현함으로 언젠가 올 다른 폭풍도 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책 초반에 이 폭풍에 대해 “언제 끝날지 모른다”라고 했지만, 결국 가족들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며 끝을 맺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곧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