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단 하나뿐인 곤충 스토어Insect Brothers

‘애완곤충 대중화’를 꿈꾸는 세 남자의 특별한 이야기                 

요즘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 있다.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등 애완 곤충을 판매하는 Insect Brothers다. 포트리에 위치한 이 작은 가게는 전미에서 단 하나뿐인 곤충 전문 판매점이다. 이 넓은 미국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곳이라니!!. 맘앤아이가 직접 그곳을 찾아 인섹트 브라더스를 공동 창업한 세 남자를 만났다. 영화 VFX 아티스트 김다슬, 곤충학 전공 연구원 김준석, 척추암을 이겨낸 스포츠맨 김민수, 각기 다른 이력의 세 남자로부터 그들의 특별한 곤충 사랑과 창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파브르를 꿈꿨던 VFX 아티스트, 김다슬 대표 

인섹트 브라더스의 첫 번째 공동 대표인 김다슬(84년생) 씨는 영화나 광고 등 영상물의 CG작업을 하는VFX 아티스트다. 그의 전문 분야는 3D 라이팅, 텍스처링, 룩 디벨롭먼트다.  

한국 배우 마동석의 출연자긴 마블사의 <이터널스>부터 <로보캅>, <터미네이터>, <몬스터 트럭> 등 수많은 헐리웃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영화 및 TV의 비주얼 이펙트 전문 업체 Craft Apes에 재직 중인 그는 모교인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컴퓨터 애니메이션(Computer Animation)과 프로덕트 스킬(Production Skills)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이런 화려한 영상 관련 이력과는 별개로 곤충을 좋아했던 그의 어릴 적 꿈은 파브르였다.  

곤충학 전공 연구원 출신, 김준석 대표 

두 번째 공동대표인 김준석(92년생) 씨는 링컨 네브래스카 주립대(University of Nebraska-Lincoln)에서 곤충학을 전공하고, 곤충 분류학 연구실에서 3년간 연구원을 지낸 곤충 전문가다. 곤충 표본의 데이터화, 표본 제작 등의 업무를 해온 그는 링컨 네브래스카 주립대의 풍뎅이과 연구로 저명한 세계적 곤충 학자인 Brett Ratcliffe 박사의 제자이다. 곤충을 너무 사랑하는 그는, 취미도 곤충에 관한 논문 연구와 논문 작성이다.

척추암을 이겨낸 스포츠맨 ,김민수 대표 

세 번째 공동대표인 김민수(89년생) 씨는 세인트존스 대학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했다. 학교팀 축구 선수로 활약했으며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했던 그는 고등학교 때 척추암 판정을 받았다. 여러 차례 수술과 항암 치료로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현재 휠체어를 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애완 동물을 좋아했던 그에게 애완 곤충이란 또 다른 신세계였다. 김민수 씨는 인섹트 브라더스가 입주한 건물을 관리하는 프로퍼티 매니저 일도 겸하고 있다

나이도 전공도 다른 세 남자의 ‘인섹트 브라더스’ 

나이도 전공도 다르지만 곤충을 좋아한다는 접점 하나로 모인 이들이 미국 내 유일한 곤충 전문 매장을 열었다. 약 2년 전부터 뜻이 맞는 곤충 애호가들이 커뮤니티를 겸한 온라인 곤충 전문점으로 시작한 인섹트 브라더스가 올해 2월, 포트리 메인 스트리트에 (515 Main st, Fort lee, NJ)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이다. 

Q 인섹트 브라더스 매장을 열게 된 이유는?

김다슬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면 곤충 마니아 층만 오시더라고요.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린아이나, 일반인이 지나다 쉽게 들어와 곤충을 접하고 관심가질 수 있길 바래서 였습니다. 한국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키우는 애완 곤충 문화가 발달해 있는데 미국엔 아직 없어요. 우리가 그런 애완 곤충 문화를 이곳에서 만들어 널리 전파하고 싶습니다.”

김준석 “지금까지 미국에는 곤충 사육을 전문으로 하는 곤충 전문점이 없었습니다. 온라인 업체는 소수의 몇 곳만 있어서 생체 한두 종을 겨우 판매하거나, 생체만 판매하고 용품은 없는 형태였어요. 인섹트 브라더스는 미국 내 곤충 사육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생체 매물 항시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곤충들을 만나볼 수 있나요?

김민수 “살아있는 곤충으로는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꽃무지의 애벌레를 발효 톱밥에 담은 형태로 판매하고 있고요. 나비와 나방은 고치 형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털거미인 타란튤라와 전갈도 있고요.

김다슬 “살아있는 것은 대부분 미국종만 가능하고 외국종은 허가 받은 일부만 판매 가능합니다. 전 세계 다양한 종류의 곤충은 표본으로만 접할 수 있는데요. 곤충 표본을 구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수입,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 곤충 수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네 명 정도 밖에 없어요. 저희는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남미, 페루 쪽의 곤충 헌터 등을 통해 직접 표본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희귀종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Q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애벌레로 판매하는 게 인상적이에요. 

김다슬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성충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좋고 키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즉, 애벌레가 입을 움직여 톱밥을 먹고 점점 크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고요. 번데기 방을 만들어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화하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거든요.”

Q 애벌레와 곤충은 어떻게 수급하신 건가요?

김준석 “직접 채집해서 번식시킨 거에요. 제가 루이지애나에서 살다가 왔는데 열심히 사육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차로 21시간 걸려서 3일 동안 운전해 왔어요.(웃음) 미국에서는 이런 곤충을 판매하는 곳이 없어 구매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첫 개체는 채집하고, 이후 사육하고 산란을 받아 생체 수를 불리고 있습니다. 종마다 사는 지역이 달라, 애리조나, 텍사스, 루이지애나, 네브래스카 등으로 채집하러 다닙니다. 보통 논문 자료를 참고해 해당 종이 살 법한 환경에 가 서 채집 시도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운이 좋으면 한 달, 길면 몇 년씩 걸리기도 합니다.”

Q 애완 곤충 키우기, 어렵진 않나요?

김준석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애벌레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톱밥을 먹고 살구요. 성충이 되면 별도의 통으로 옮겨주면 됩니다. 구매자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이 그려진 사육 가이드를 동봉해 드리고 있어요. 애벌레로 구입하시면 3~5개월 후 성충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는 나무 수액이나 과일을 먹고 사는데 수액은 구할 수가 없고 과일을 먹이로 주면 금세 부패하고 초파리 등이 생기게 돼요. 그래서 애완 곤충용 먹이인 곤충 젤리를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곤충 젤리는 한국의 한 교수님이 곤충 사육을 위해 개발한 것인데요. 저희는 청암 학교와 협력 관계를 맺고 한국에서 수급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곤충 젤리를 주면 청결하게 관리하며 키울 수 있습니다.”

Q 주말에는 무료 ‘인섹트 클래스(Insect Class)’도 운영하던데요?

김다슬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을 위한 인섹트 클래스를 무료로 열고 있습니다. 곤충에 대한 상식도 알려주고,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도 보며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무료로 운영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애완 곤충을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가 아니라요. 또한, 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곤충 관련 수업을 하길 원하시는 선생님께는 20% 디스카운트 혜택도 드리고 있어요. 원하시면 수업 자료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학교에서 원하는 경우, 저희가 직접 아이들에게 곤충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Q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보면 어떠신가요?

김민수 “주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순수하게 좋아하고 재미 있어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잘해주고 싶어요. 아이들을 위해 왔던 부모님들 가운데 본인이 더 신기해하고 흥미 있게 관심을 갖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그럴 때 뿌듯함을 느껴요. 어른들로부터 잠자던 순수함을 끄집어 낸 거잖아요.”

김준석 “곤충에 관심이 많은 어린 친구는 여기 와서 지식을 뽐내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여워요. 주말에 자주 오는 7~8학년 한인 남학생이 있는데요. 이 친구를 보면 어릴 때 제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벌써 곤충학을 공부하고 싶다며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친구들과 대화는 많이 해도 즐거워요.”

Q 인섹트 브라더스가 꿈꾸는 앞으로의 계획은?

김다슬 “곤충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생기면 곤충 체험 농장도 만들고 싶고, 박물관도 열고 싶어요. 저희가 가진 표본의 양이 몇 천 마리 이상이거든요. 원하는 일을 하며 즐기며 사는 것이 제 인생 모토에요. 같은 직업을 갖고 있어도 본인이 원해서 하는 사람과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하는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요즘 아이들에게 커서 뭐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컴퓨터 사이언스나 돈 잘 버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대답해요. 그런데 저는 실용 과학도 중요하지만, 곤충학 같은 순수 과학이 있어야 실용 과학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수 과학이 다시 주목받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준석이 같이 순수 과학에 올인한 친구가 잘되는 모습도 보고 싶고요. 저희를 통해 어렸을 적부터 곤충을 접하게 된 누군가의 인생이  조금은 더 달라지고 도움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인섹트 브라더스는 현재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곤충 관련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과 관련해 논의 중에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하나뿐인 곤충 전문 오프라인 매장인 인섹트 브라더스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애완 곤충 사육의 불모지인 미국에서 애완 곤충 대중화를 위한 첫 씨앗을 심고 있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지속적인 찬사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인섹트 브라더스의 미래가 진심으로 기대되며, 그들의 꿈이 하나씩 하나씩 이뤄질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