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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통에 빛나는 티넥(Teaneck) 도서관의 현신애 관장
버겐 카운티 내 62곳의 공립 도서관 중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도서관이 바로 티넥(Teaneck) 공립 도서관이다. 올해 2월, 이곳에 새로 부임한 현신애 관장은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미국에 온 한인 1세. 그래서 미국과 한국의 도서관 시스템의 장단점에 모두 밝은, 명실공히 도서관 전문가다. 그 가운데 서 있기만 해도 마음 그득해지는 ‘책숲’에서 현신애 관장을 만나 보았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할 무렵 학과 사무실 게시판에 공고문이 나붙었다. ‘문화 교류(Cultural Exchange)’를 취지로, 미국 공립 도서관에서 한국 대학생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무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단 한 명이 합격했다. 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현신애 학생. 그렇게 현 관장은 미국으로 날아왔고, 버겐 카운티 파라무스 공립 도서관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다.
Q. 인턴십 합격 통지를 받고 심정이 어떠셨어요?
합격해서 좋긴 했는데 아무래도 영어 문제도 있고, 미국에 가야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 이 앞섰던 건 사실이에요. 좋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어요. 원래 1년 계약이었는데, 18개월로 연장이 되었고, 그 인연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Q. 미국 도서관에서 현신애란 사람을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요?(함께 웃음)
특별히 어떤 능력이 뛰어났다기보다 도서관은 ‘대중(public)’과 일하는 곳이라 제가 잘 웃고 늘 도와주려는 의욕이 보여서 좋게 봐준 것 같아요. 한국의 중앙 국립 도서관 시스템과 미국의 도서관을 연결하려고 노력도 했고요. 누가 하라고 하기 전에 먼저 찾아서 하려고 한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 것도 작용한 것 같아요.
인턴쉽이 끝날 무렵, 현신애 사서는 미국에서 도서관학 석사 과정을 밟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프랫 스쿨을 선택했는데 뉴욕의 공공 도서관으로 접근성도 좋아 실질적 현장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2010년 대학원 졸업 당시 미국의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미 일하고 있던 사람도 레이 오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막막한 심정으로 지내다 2012년에 레오니아 도서관에 지원했다.
Q. 레오니아 도서관에서 일하셨을 때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밥 말기와 같은 한국 문화와 관련된 활동을 많이 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지역 비즈니스와 공립 학교의 한국 PTA와 협력해서 설날 행사를 기획했던 일도 의미 있었고요. 아, 그때 ‘위(Wii) 게임’이 인기였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학생들과 어르신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그런 테크놀로지를 어려워하시는데 아이들은 잘하니까 함께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죠.
Q. 레오니아 도서관에서 파트 타임, 풀 타임 사서를 거쳐 하워쓰의 도서관 관장이 되셨어요. 그때의 심정은 또 어떠셨어요?
물론 기뻤지만 정말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더 컸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을 거예요. 그때를 돌이켜보면 제가 그 자리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코리안 커뮤니티의 덕을 본 것 같아요.
Q. 코리안 커뮤니티의 덕을 보셨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한국 사람들은 성실하고 일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긍정적인 인상을 주면 그 영향이 다른 한인에게 간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죠.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말이에요. 그런 좋은 이미지 덕에 제가 한국인인 것이 오히려 좋게 작용한 것 같아 감사히 여기고 있답니다. 저도 받은 걸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지요.
하워쓰 도서관에서는 주민들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원 고용 시스템도 확립해 타운 정부에서 인정받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스태프, 주민들과 함께 이룬 성과였다. 뿌듯함과 동시에 자신감도 생겼다. 한인 커뮤니티가 많은 이 지역에 한국인 디렉터가 없다는 사실이 눈에 더 크게 들어왔다. 개척하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 그래서 버겐 카운티 내에서도 최대 규모에 속하는 티넥 도서관의 관장 자리에 공석이 생겼을 때 주저 없이 지원할 수 있었다. 티넥 도서관은 규모가 큰 만큼 예산 편성이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만큼 더 많은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현 관장은 티넥 도서관을 상대로 꿈을 품었다.
Q. 티넥 도서관 같은 대형 도서관의 관장이 되셨을 때 소감은 어떠셨나요?
채용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믿기지 않아서 “Are you sure?”라고 물었어요.(웃음)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되어 어깨는 무거웠지만, 가슴은 뜨거워지더군요! 제가 이번 2월에 부임해서 할 일은 많지만 힘들기 보다는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는 잠재력이 많은 곳이에요. 건물을 지은 지 오래돼서 고칠 곳이 많죠. 하지만 다 되어 있는 곳보다 오히려 제가 기여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 도전 의지도 생기고 보람도 클 것 같아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Q. 이용자는 관장을 잘 볼 수 없는데 현 관장님은 어떤 관장님인가요?
제가 도서관을 일터로 선택한 이유는 사람이 좋아서였어요. 타운에서 성공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이용자와의 관계가 중요하죠.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스태프, 이용자들의 이용 현황을 둘러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의견도 들으려 노력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도서관에 자주 들르는 사람이라면 자연히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 도서관에서 일하려면 어떤 자격과 경력이 필요할까? 관련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을까? 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하고 도서관이란 현장에서 파트타임, 풀타임, 관장직을 차근차근 거치고 또 현재 대형 도서관의 관장으로 있는 현신애 관장에게 미국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Q. 미국 도서관 전문가로서, 미국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분들께 조언을 부탁드려요.
미국 도서관 시스템은 정규 사서가 되려면 도서관학 석사 학위가 있어야 합니다. 정규 사서 외에 라이브러리 어시스턴트가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도서관에서 직접 ‘페이지’ 일 같은 것을 시작해 보길 추천합니다. 고등학교부터 아니면 자원 봉사나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해 보고 이 일에 흥미를 느끼면 시작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일은 급여가 아주 높지도 않고 인내심이 필요하므로 일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이 일을 지속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거든요.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니까요.
Q. 돕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에서 멈추지 않아요. 모든 도서관은 ‘커뮤니티 센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모든 정보가 있는 곳이죠. 책도 일종의 정보죠. 그래서 정보가 필요한 분은 도서관에 오시면 됩니다. 하다못해 영주권 얻기, 직장 구하기 등에 관해서도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타운에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쓰레기 버리는 일정 등까지도 알 수 있죠.
Q.비단 스태프뿐만 아니라 관장님도 도서관에서 그런 일들을 하시는 건가요?
그럼요. 저도 뉴저지 공공 기관 전화 번호를 묻는 전화를 받은 적도 있어요. 도서관에서는 그런 문의에도 정보를 다 찾아 알려드려요. 미국 도서관은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입니다. 필요한 서비스가 있거나 건의 사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문의하시고 참여해 주시면 좋습니다. 도서관 서비스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
Q.한인 커뮤니티가 많은 버겐 카운티 내 대형 도서관의 총책임을 맡고 계신 관장님으로서 이 자리를 빌어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저의 지금 이 자리는 한인 분들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도서관에서 일하려고 도전할 때마다 ‘한인’이라는 이유가 플러스가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책임감이 강하다는 인식이 이곳 분들께 자리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일터에서 하는 사소한 말이나 행동이 곧 다른 한인들의 생활과 일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한인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도서관에 건의하고, 또 봉사도 하면서 미국 도서관이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로 더욱 커뮤니티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