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시각의 재현이 아니라 보이게 하는 것
인터뷰, 글 최가비 에디터 사진 Grace Kim 에디터 4w43Art Gallery 제공
미술이란 원래 대상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행위에서 출발되었다. 그러나 예술가에게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베끼는 단순한 모방행위가 아니라, 예술가적 시각과 사유를 담아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해내는 담금질의 과정이 필요하다. 화가 박한홍, 그는 ‘비’라는 일상적이고도 친근한 소재에 접근해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는 화가다. 비가 오는 현상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그 풍경 안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만나는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이 있고, 슬픈 기억조차 아름다움이 되는 감정의 승화가 녹아있다. ‘예술은 시각의 재현이 아니라,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끌레(Paul Klee)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보는이로 하여금 스스로도 잊고있었던 오랜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게 하는 조용한 끌림이 있다.
A man came from the rain
“ I believe that in the future there will always be something wet that I will be able to
depict, including myself: I am the rain.
HAN HONG PARK,
An artist that takes ordinary every life into another dimension. HAN HONG PARK tells the story of human solitude through the jungle of the New York scenario. Flashes of pure light strike through the canvases like impetuous strikes of lightning, illuminating night that are livid and gloomy, grey as ash.
In observing an artist, we always attempt to go beyond… to see where his “antennas” are pointing. Han Hong Park is aseptic, the painter who paints solids liquid, as the American press defines. Art, like every creature, brings with it the aura of its bearer, his is as clear as water, which is his language and his escape route.
Our lives are filled with experiences that hide their potential beauty, Park depicts the frenzy of the daily routine, interpreting its magic, his world floats, his sense his undefined, fluid and unimaginable. His great paintings slide away transparently, with no gravity, highlighting the invisible, changing the perspective and way of seeing things, totally different from our logic.
The artist’s vision is mild, even where there is chaos, he reads harmony. The sensation is that the rain of Asia which runs through his veins finds tranquility in his canvas, sometimes imbued to the extent that everything is distorted, in a sort of reconciliation. His is a phrasing between the representation of the most banal everyday life and revelation. The flood in Manhattan equates to the storm in a tropical forest, amidst energy and natural strengths, the skyscrapers shiver like shaken trees, creating a spectacle of extraordinary beauty, the uniqueness of life takes the upper hand over man’s intervention, over the mass, the heavens and everything becomes incredibly relative:
“….There is no certainty that God actually did grant man dominion over other creatures.
What seems more likely, infect, is that man invented God to sanctify the dominion that he had usurped for himself over the cow and the horse.”
BIBA MOGHERINI SCARFAGNA-Author, Formedarteltalia’ director
박한홍 화가
대구예술대학 졸업, 2005년 도미. 이태리 로마 Spazio 88 gallery, 페루자 Alessandro Berni Gallery. Tra Metropole e Museo (CentrobStui Capplla Orsini) 뮤지엄 전시, 프랑스 모나코 Kamil gallery, LA, Santa Monica Museum Lanisha Cole Gallery 전시, 뉴욕 첼시Henoch Gallery, Nabi Gallery 소속작가로 활동 등 11회 개인전 및 30회가 넘는 그룹전에 참여. 현재 이태리 로마 Formed Artetalia 소속아티스트로 활동
Through these my paintings, I would like to show my works which deal with the
lonely feeling of rain in the city; paintings which also serve as a metaphor for both the pain and hope in our lives. The images of the city and people in my works blend together to form irrevocably charming landscapes that are soaked with rain in the form of a widened or shaking figure. Through these extraordinary depictions of rainy scenes, I hope to convey human loneliness and pain. The rain also serves to portray water’s purifying and healing powers. The elements in the paintings that are mist covered have an almost tangible feeling of moisture which helps to evoke emotions we often suppress. And my work through like moisture we can feel our life through the parts that are wiped with moisture and make us imagine many things through unremoved part. It is my great desire that the imagination of many people will help inspire me to create every more evocative works.
I hope that many people will receive hope, joy and happiness not only through my rain paintings, but also through other various new works of mine.
I would like to show people the pleasure of the eyes and the dream and hope that come from inside of us through my arts of rain.
Han Hong Park’ Statement
인터뷰를 위해 빗길을 달려 화가 박한홍씨의 자택에 도착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작품들이 집 안 곳곳에 걸려있어서 마치 작은 갤러리를 연상케했다. 인터뷰 전에 잠시 그의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창 밖에 내리는 비 풍광들을 캔버스 위에 재구성해놓은 그의 작품들은 잠시 세상 밖과 안의 경계를 잊고 마치 비와 내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그는 얼마 전 11번째 개인전을 마친 중견작가지만 이제 갓 등단한 화가처럼 풋풋함과 진지함으로,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림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던 시기
초등학교 때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있었는데, 막연히 그 친구의 그림을 따라그리며 그림이라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도 그때는 그림보다 운동에 더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고, 훗날 그림을 그리게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군복무 중에 그림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났고, 복무를 마치고 예술대학에 입학하면서 부터는 단 한번도 그림이 아닌 삶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특별히 ‘비’라는 소재에 매료된 이유
아주 사소하고 우연한 계기로 비를 그리게 되었다. 사실주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 비를 소재로 택하기 전에는 부서진 아스팔트를 주로 그렸다. 색감도 그렇지만 늘 부서진 아스팔트를 들여다보며 묘사하다보니까 마음이 많이 우울하고 어두워졌다. 그러다 우연한 일로 비내리는 장면을 사진에 담아 나중에 보게되었는데, 너무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고, 표현하고 싶어져서 비를 그리게 되었다. 비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리움, 추억과 같은 내밀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소재라서 그런 것 같다. 내 작품을 보신 많은 사람들로 부터 정적이고 차분해서 좋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작업과 작품의 특징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스케치를 따로 하지 않는다.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들이 캔버스에 도달하기 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캔버스에 곧바로 밑그림을 그린다. 스케치 전에 그려야할 소재들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거기서 느끼지는 그 느낌을 그대로 지닌 채 화면을 구상하면서 작업을 시작한다. 스케치할 때는 아주 빠른 속도로 붓을 움직이며, 오일페인팅을 중첩하여 재료 자체의 특징과 맛을 최대한 살려낸다. 또 비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불루계통의 회색을 오일과 함께 단계적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차유리에 부서지는 비의 칼라나 길 위에 비쳐진 불빛의 색깔을 빠른 터치와 함께 흘러내리듯 표현한다. 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오일페인팅이지만 수채화같은 맑은 느낌으로 물에 젖어있는 상태를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작업을 할 때는 모든 세상을 비로 물들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매달린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화가로서의 소회
화가들에게 작업이란 아마도 자신이 쉴 수 있는 곳, 또 숨을 수 있는 곳, 그리고 평생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사실 어느 곳에서 작업을 하든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미국에서 그림을 그린지도 어느덧 1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우선 미국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예술의 중심지 뉴욕이라는 이점 때문에 여러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을 두루 만나볼 수 있고, 훌륭한 작가들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유익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인화가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한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요즘은 생활에 여유가 있는 한인들도 많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한인들도 많다고 알고있다. 사실, 예술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이 특정한 사람들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고 누구나 콜렉터가 될 수 있는데, 한인들이 그런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한인작가들의 전시회에도 자주 찾아주시고, 작품도 구입해줌으로서 그 작가가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를 알 수 있고, 한인작가들이 미 주류사회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늘 아쉽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화가, 그 이유
좋아하는 화가가 많다. 그 중에서도 고흐의 작품에서는 특별히 그의 붓터치를 좋아하고, 구스타프 클림트도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클림트 미술의 예술적인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개성, 그리고 자신에 대한 세상적인 평가에 결코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을 올곧게 표현한 예술가적 정신을 특히 좋아한다. 또 빛의 마술사로 알려진 피에르 보나르를 비롯해 특히 인상주의 화가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내 작업이나 화법에 특별히 영향을 준 화가는 없다.
그림을 제대로 관람한다는 것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종종 그런 질문을 받는데 내 대답은 간단하다. “그냥 봐라,” 그런데 사람들은 그림을 보려면 뭘 좀 알고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피카소가 이런말을 했다. “그림이란 그것을 보는 사람을 통해 비로소 생명력을 지니게된다.” 작가가 뭔가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했다하더라도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할 수 없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화가의 몫이라면 그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다. 물론 때로는 뭘 알고 봐야하는 지식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 작품을 대할 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첫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혹, 작품에 대해 좀 더 알고싶으면, 작가에게 작업의도, 작품에 담긴 의미를 물어보고 관람해도 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예술작품이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관람가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무엇이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든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예술이 주는 즐거움과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화가로서 앞으로의 계획
전업작가로 살면서 한국을 비롯해 LA, 뉴욕 그리고 로마, 프랑스 등지에서 전시회를 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 지난해 11월에 맨하탄 4W43Art Gal-lery(큐레이터 쥴리장)에서 11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사실 그동안은 비를 소재로 한 그림을 비롯해서 일상적인 소재의 사실적 묘사에 포커스 해왔었는데, 앞으로는 작업에 변화를 주고싶다는 욕심이 있다. 비를 소재로 한 작품 외에도 습기찬 풍경들, 어둠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 등 다양하게 범위를 넓히고 있고, 좀 더 나아가 압스트랙 아트(Abstract Arts)도 시도하려고 한다. 개인적인 바램은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같이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작품을 하면서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