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Windy Lee 에디터



“형편 없는 한 잔의 커피가 아예 안 마시는 것보다 낫다”- 영화 <블루 벨벳>, TV 시리즈 <트윈 픽스>로 유명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절박한(?) 커피 예찬론에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에게 커피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하기 어렵다. 고대 에티오피아에서 한밤까지 수행하던 수도승들을 잠에서 해방시켜준 마법의 음료가 인류 문명에 자극과 활기를 주며 각성제로 기능하던 시대를 지나, 커피는 일상의 쉼표를 찍는 여유의 상징이자 라이프 스타일을 드러내는 문화로, 그리고 신선한 원두, 완벽한 로스팅, 최고의 바리스타를 통해 탄생하는 한 잔의 예술로 승격되었다. 마음은 바쁘고 카페인은 풀 충전이 필요한 그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한’, 한 컵의 예술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새해를 시작하는 건 어떨까?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어도 커피 한 잔으로 외롭지 않다 허세를 부릴 만큼 커피를 사랑한다.  ‘맥심’이라 통칭된 커피믹스의 단맛으로 커피에 입문했을 때부터 이미 마음은 커피 애호가였다. 그런 내게, 바다 요정 ‘세이렌’을 앞세운 ‘스타벅스’의 커피 공세는 새로운 세상으로부터의 유혹이었다. 단맛 없는 오직 검은 물의 매력과 라떼, 카푸치노 등 커피 베리에이션에 흠뻑 빠져 지내다 어느날 접한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라는 또다른 신세계는 나의 커피 정복기의 정점을 찍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주유소에서 중국인이 타준 커피도 맛있고, 싸구려 호텔 조식에는 빵 한 조각만 나와도 커피는 취향을 묻고 종류별로 내온다더니, 커피의 본고장은 이탈리아여야함을 맛 본 순간이기도 했다. 특히, 200년 된 나폴리의 한 카페에서 단정한 셔츠와 베스트에 보타이를 한 지긋한 연세의 바리스타들이 증기 방식으로 추출해서 내온 에스프레소 한 잔에는 커피가 예술과 문화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은, 나만의 멋진 경험도 담겨 있었다.   

 


이렇듯 다채롭고 깊은 커피의 세계는 심플하게 맛과 향기로 좁혀질 수 있다. 좁혀진 커피의 세계는 다시 원두와 로스팅 기술, 그리고 추출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물도 커피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다. 하지만 커피 미학의 출발점은 원두이다. 모든 작물이 그렇듯 원두의 맛과 향기는 날씨와 토양의 영향을 받기에 생산지에 따라 모두 다르다. 커피 원두의 품종은 16가지지만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건 크게 세 가지로, 이중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종류의 원두가 커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낮밤의 일교차가 큰 고산 지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아라비카는, 중남미에서 많이 재배되며, 전세계 커피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과일 향과 강한 신맛이 특징이다. 콩고가 원산지로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비해 크기가 작고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다. 쓴맛이 강하고 향이 적어 주로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사용된다. 다양한 원두 중에서 브라질 산토스, 콜롬비아 수프리모,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에티오피아 예카체프, 케냐 AA, 코스타리카 따라주, 탄자니아 AA, 예멘 모카 마타리, 하와이 코나 엑스트라 펜시라, 과테말라 안티구아, 파마나 게이샤, 엘살바도로 등을 최고급 원두로 친다. 또한 이렇게 뛰어난 원두로 만들어져 특유의 맛과 향을 살린 고품질의 커피를 통칭해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라 하는데, 최근 커피 트렌드를 휩쓸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대표 브랜드는 ‘Blue Bottle’, ‘La Colombe’, ‘Intelligentsia’, ‘Counter Culture’, ‘Stumptown’ 등으로 모두 뉴욕의 직영점이 있다. 

 

또한, 원두를 커피로 추출하기 위해서는 볶는 과정인 ‘로스팅’을 거쳐야 하는데, 이 역시 커피의 향과 맛에 큰 영향을 준다. 약하게 볶으면 밝은 갈색을 띠며 신맛이 나고, 강하게 오래 볶을수록 색이 짙고 쓴맛이 난다. 때문에 미디엄 로스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같은 원두를 써도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또 달라진다. 가장 자연적 방식인 핸드 드립은 분쇄된 원두 가루를 종이 필터를 통해 커피의 기름 성분을 제거하여 추출하므로 침전물이 적고, 가볍고 깔끔한 커피 맛을 선사한다. 이와 반대로 순간적으로 뜨거운 물과 높은 압력이 원두에 닿아 커피가 추출되는 에스프레소는 강하고 씁쓸한 맛이 특징인데, 압력이 약할수록 원두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져 쓴맛이 강조되고, 높으면 강한 맛이 나므로 원두 특성에 맞춰 압력과 시간을 조절하는 게 관건이다. 이외에도 찬물에 오랜 시간 우려 만든 콜드 브류는 특유의 질감과 풍미 및 진한 맛이 특징이며, ‘커피의 와인’이라는 별명처럼 하루 이틀이 지나도 맛이 변질되지 않고, 저온 숙성시켜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블랙, 룽고, 아메리카노, 레드 아이, 블랙 아이, 데드 아이, 라떼, 도피오, 마키아또, 모카, 리스트레또, 피콜로, 코르타도, 플랫화이트,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콘 파나, 비체린 등 에스프레소, 물, 우유, 크림, 초콜릿의 비율로 베리에이션 된 커피의 종류를 다 다루기엔 지면이 부족하다. 대신, 혼자만 알고 싶은 보석 같은 뉴욕의 카페 몇 곳을 소개하면서 각자의 세밀한 커피 취향을 발견하고 누리는 모두의 “Happy Coffee New Year”를 기원하고자 한다. 
 
Zibetto Espresso Bar – 1385 6th Ave, New York, NY 10019
Bar Pisellino – 52 Grove St, New York, NY 10014
Suited – 45 Johns St, New York, NY 10038
Abraco – 81 E 7th St, New York, NY 10003
La Cabra – 152 2nd Ave, New York, NY 10003
Arabica 20 Old Fulton St, Brooklyn, NY 11201
Pueblo Querido Coffee Roasters – 34 N 6th St, Brooklyn, NY 11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