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주 뉴저지 한국 학교 교장의 어린이 합창단 이야기
인터뷰/글_황은미 변호사
MLB 야구는 미국을 대표하며,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스포츠다. 그런 야구 경기 시작 전에 제창되는 미국 국가를 뉴저지 한국 학교 어린이 합창단이 불렀다. 어린이 합창단은 설날에는 꼭 양로원을 찾아가 노래하고 세배한다. 설날 어른께 세배하는 우리 전통을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3세 아이들이 이어가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Korean-American이잖아요. 이들에게 자기 뿌리인 한국 문화와 태어난 곳인 미국 문화를 접하게 하여 자연스레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뉴저지 한국 학교 어린이 합창단을 이끄는 황현주 교장은 주중에 공립 학교 교사로 일하고, 주말엔 한국 학교에서 봉사하는 1.5세 Korean-American이다. 본인도 정체성 혼란의 힘겨운 시간을 보낸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Korean-American)이 어린이 합창단 활동을 통해 미국 문화와 한국 전통을 건강하게 수용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경기장에서 부르는 미국 국가는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Korean-American)의 국가다. 국가를 부를 때 입은 ‘한복’은 아이들 뿌리가 ‘한국’임을 나타낸다. 이것은 또한 마이너리티인 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국 사회 구성원으로 다양한 민족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멋진 일을 8년간 이끌어 온 황현주 교장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학교와 어린이 합창단에 대한 의미와 지역사회의 책임에 대해 들어보았다.
Q_’백악관에 울려 퍼진 홀로 아리랑’, ‘백악관 45초 행사를 12분 공연으로 바꾼 한복 입은 천사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공식 환영 행사에서 뉴저지 한국 학교 어린이 합창단이 ‘아리랑’을 성공적으로 공연해 많은 언론이 주목했습니다. 질 바이든 여사가 백악관 재방문도 요청했다고 들었는데요. 뉴저지 어린이 합창단의 창단 배경이 궁금합니다.
뉴저지 한국 학교 어린이 합창단은 2015년에 창단되었습니다. 창단 배경은 제가 오래전 본 한국 ‘리틀 엔젤스(Little Angels)’ 어린이 합창단의 미국 공연을 떠올리며 시작되었어요. 문득 우리 학교 아이들도 이런 공연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로 한국어를 배우면 더욱 흥미롭고 빠르게 언어를 익히면서 발음도 개선될 것 같았습니다. 이 아이디어로 음악 선생님과 상의 끝에 합창단을 창단했습니다. 어린이 합창단은 노래를 통해 미국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문화 사절단 역할을 하고, 우리 아이들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언어를 배울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 큰 보람입니다.
Q. 올해로 창단 8주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5회 정기 공연을 비롯해 미국 의회 의사당 공연, UN 공연, 뉴욕 시티 필드 미국 프로 야구 전 국가 합창, 양로원 위문 공연, 백악관 국빈 방문 공연까지 다양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합창 연습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더불어 지난 8년간 성과의 비결과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국 학교 수업 후 2시간씩 연습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과를 이룬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예요.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선생님들의 애정 어린 지도와 학부모님들의 열성적 지지, 우리 아이들의 노력이라는 삼박자가 조화롭게 맞아떨어져서라고 생각합니다. 첫해에 합창단은 17회의 공연을 했어요. 무대의 크고 작음을 떠나 아이들의 노래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갔습니다. 합창단을 직접 본 많은 분이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며 더 자주 초청해 주셨어요. 합창단의 실력을 알고 초청해 주신 곳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문화 사절단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러한 경험과 성과는 단순히 음악적 면모뿐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과 자신감 강화, 그리고 한국 문화의 홍보와 함께 미래에도 큰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8년의 노력과 성과는 다양한 이면에서 의미 있는 것이며, 합창단 아이들은 그 노력으로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교장 선생님께는 어린이 합창단과의 모든 시간이 특별하고 소중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한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일까요?
아이들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린이 합창단 아이들이 노래를 부를 때, 가장 앞줄에는 저학년이, 그다음 줄에는 다음 학년이, 그리고 졸업 학년이 제일 뒤에 섭니다. 사진을 보면 제일 앞줄에 있던 아이가 뒷줄로 옮겨가며 졸업으로 떠나야 하는 시간까지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가슴이 많이 뭉클해집니다. 이번 5회 정기 공연에 합창단 활동을 했던, 대학생이 된 아이들이 찾아왔었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는지… 늘 그렇습니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뭉클하면서도 “너희들이 또 해냈구나”하는 마음에 항상 감사하게 됩니다.
Q. 어린이 합창단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When preparing for the children’s choir’s first performance, I was worried, ‘Will we be able to do well?’ However, after finishing the first performance and preparing for the second performance, I gained the courage to think, ‘We can do well!’ As a result, the children did really well. In the third session, the children suddenly created a community called ‘we’ where they understand and care for each other. The 4th performance was at the end of COVID-19. At that time, children recorded and released a song called ‘Beautiful World’ online, providing comfort to people suffering from COVID-19 and to medical staff and police officers working on the front lines. I heard that many people found comfort in that song. In this way, children played the role of spreading hope. While preparing for this 5th performance, I felt like the children’s dreams were becoming reality. It felt like the children were freely flying toward their dreams like birds flapping their wings in the blue sky. So, I want to tell this story to children.
“Guys, your powerful wings have finally made your dream come true. Have fun flying high and far. Teacher, I’m so excited to see what you’ve achieved today will unfold!!”
Q. 어린이 합창단의 근간이 되는 한국학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 학교는 1983년에 개교하여 올해로 개교 40주년이 되었습니다. 설립 당시, 버겐 카운티 거주 한인들은 자녀를 뉴욕이 아닌 뉴저지에서 교육받게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학교를 ‘좋은’ 장소에서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 모여, 테너플라이의 중학교를 임시로 빌려 뉴저지 한국학교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많은 이사님의 협력과 아낌없는 지지 및 초대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의 노력으로 같은 장소에서 4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뉴저지 한국학교는 주인 없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이사님들도, 선생님들도, 부모님들도 주인이 아닙니다. 서로가 협력하며 유연하게 학교를 운영해 왔습니다. 이것이 주인 없어도 40년간 학교를 잘 이끈 비결일 것입니다. 한 자리에서 40년을 유지한 비영리 교육 단체가 있음은 한인 사회의 큰 자랑일 것입니다. 또한, 많은 학부모님이 뉴저지 한국학교의 졸업생입니다. 뉴저지 한국학교는 이런 의미에서 많은 한인에게 고향과 같은 특별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Q. 어떤 학생들에게 한국학교를 권하시나요?
한국학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한 최적의 교과 과정을 갖추고 있다 자부합니다. 4살부터 입학하는 입문반은 45분씩 4교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글을 익히고 배우는 것이 기본이지만, 4교시 중 1교시는 주산, 한국 무용, 한국 동요, 동양화, 한국 문화, 한국 이민사, 한국 역사, 사물놀이 등으로 구성하여 한국 문화를 다룹니다. 아이들이 입학하여 졸업할 때까지 한국 문화에 관해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한국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한국인의 뿌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Q. 한인 지역사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입니까?
한국학교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한국 정부의 도움도 큰 힘이 됩니다만, 지역 사회의 응원과 관심을 통해 뉴저지 한국학교에서 교육하는 Korean-American의 정체성이 한인 2세를 넘어 3세까지 건강하고 견고하게 전달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Q. 1974년 도미 후 한국인, 미국인, Korean-American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셨을 텐데요. 이민 당시 미국 내 ‘한국’의 위상은 지금과 아주 달랐습니다. 한인 1.5세 황현주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그 당시 많은 부모님이 자녀에게 ‘미국에 동화되라. 한국과 한국말을 잊어라. 그래야 미국서 잘 살 수 있다’라고 교육하셨어요. 그때 저도 무척 힘들었는데요. 사람들은 저와 같은 1.5세들에게 ‘영어도 한국어도 다 할 수 있어 참 좋겠다’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영어를 할 때도, 한국어를 할 때도, 모르는 단어가 나올까 불안하고 두려웠어요. 이게 제가 생각하는 한인 1.5세의 특징이에요. 물론, 1.5세만의 강점도 있어서 그 강점을 믿고 극복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것, 이쪽도 될 수 있고 저쪽도 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황현주 교장의 얼굴에는 순간순간 수많은 감정이 드리웠다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가 만난 많은 아이의 얼굴 하나하나, 그 아이들의 성장 과정 하나하나가 만들어 낸 수천수만 가지 마음이리라. 한국학교란 그녀의 ‘고향’이고, 어린이 합창단은 그녀의 ‘마음’이라 말하는 황현주 교장. 황현주에게 황현주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가장 사랑하고 싶은 존재”라 답하는 그녀는 우리 아이들도 스스로를 가장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지역 사회엔 중요한 역할이 남아 있다. 뉴저지 한국학교와 어린이 합창단에 대한 관심을 더욱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며 세상에 나아갈 때 ‘Korean-American’이라는 정체성이 자랑스럽고 힘이 되도록 황현주 교장과 함께 우리 어른들이 치어 리더가 되어보자. 우리 모두 함께 아이들이 멋지게 꿈을 이루어 가는 여정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