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화 연구소 스테파니 리 대표

글 맘앤아이 편집부

일명, 한류로 불리는 우리 문화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 시간만큼 한류에 대한 관심들도 깊어진 덕에 한류의 스펙트럼 역시 더불어 넓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긍정적 확장 기류에 멋과 풍류를 지닌 뿌리 깊은 우리네 전통문화가 다양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한류의 순항은 앞으로도 꽤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꾸준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 예로부터 서민의 삶과 멋을 자유롭고 화려하게 담아온,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예술인 전통 민화의 매력을 편안히 선보이며 함께 나누어 오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작가로, 전시 기획자로, 그리고 선생님으로, 민화의 아름다움을 꾸준히 알리며 한류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민화 연구소의 스테파니 리 대표다. 타인을 위한 긍정적인 마음이 가득 담긴 민화의 매력이 그녀를 통해 세상 속에서 어떻게 빛을 발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어보았다. 

맘앤아이 독자들과는 2015년 8월에 만나신 적이 있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 개인전 소식으로 인사드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8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그동안 팬데믹도 지나며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작가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위한 비영리 아트 센터인 가라지 아트 센터(The Garage Art Center)를 설립해 팬데믹이 막 시작된 2020년 4월부터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이름처럼 우리 집 차고를 갤러리로 개조한 작은 공간이었지만, 퀸즈 지역 주민들과 작가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였습니다. 팬데믹 때도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3년 내내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였으며, 워크숍 및 예술 관련 이벤트도 함께 진행해 왔습니다. 제가 대표를 맡은 한국 민화 연구소도 새롭게 웹사이트를 단장했고, 오프라인 민화 교실과 온라인 강좌 제공을 비롯해 공공 기관과 기업에서 워크숍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 년에 한 번, 민화 교실 회원분들과 퀸즈 컬리지 아트 센터, 벨스키 뮤지엄 등에서 꾸준히 그룹전을 열며 민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21년에, 정병모 교수님 기획의 국립 중앙 박물관 “책거리 투데이” 그룹전, 프랑스 문화원에서 열린 “MINHWA: COLORS OF KOREAN POPULAR SOUL” 전, 그리고 스페인 한국 문화원의 “El esplendor de los libros(한국의 정물화 책거리–책은 한껏 아름다워라)” 전에 참여했습니다. 워싱턴 한국 문화원 기획의 “K-ART RECOLLECTION” 전시에도 ‘책가도’와 ‘문자도’ 작품으로 함께했습니다. 뉴욕 한국 문화원에서 재미 한인 아티스트들의 초상 작품을 선보인 박준 사진작가님의 개인전인 “CREATION CONTINUA: Park Joon Photo Portraits of Korean Artist Diaspora in Greater New York”을 통해 여러 좋은 작가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뜻깊은 경험도 했습니다. 2022년부터는 Art in Embassies: U.S. Department of State 프로그램을 통해 스리랑카 콜롬보 대사관저에 작품을 전시 중이고, 9월엔 플러싱 타운홀에서 “Ouroboros”라는 타이틀로 초대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또한 뉴욕 뉴저지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인 작가 모임, The Drawing Room의 일원으로 South Huntington 도서관에서의 그룹전에 이어, 롱아일랜드 대학 도서관 안에 위치한 SAL Gallery에서도 그룹전을 가졌습니다. 올봄에는 창립 100주년을 맞은 New York Society of Women Artists 그룹과 함께 여성의 달을 기념한 그룹전, “60 Together 100 Strong”을 기획하여 퀸즈 컬리지 아트 센타에서 전시했고, 4월 말에서 5월 중에는 <월간 민화> 주최로 스페인 말라가 시청 초청 민화 그룹전인 “Minhwa: Colors of Korean Popular Soul”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2013 년부터 한국 민화 연구소를 통해 뉴욕에서 민화를 가르치셨고, 사단 법인 민화 협회 뉴욕 지부장도 6년간 역임하셨으며, 민화 작가로도 활동 중이신데요. ‘민화’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민화는 17세기부터 조선 후기까지 성행하던 한국의 아름다운 채색화입니다. 생활 공간의 장식을 위해 그려진 실용적인 그림들로 많은 작품이 익명의 예술가들에 의해 그려졌습니다. 특히 조선 후기에 서민들 사이에서 널리 공유되면서 옛 선조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풍요롭게 채웠던 예술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전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누구나 그리고 나누던 그림인 만큼 형식적 제약에서 벗어난 밝은 색채와 과감한 구도 하에 장수, 다산, 행복과 같은 솔직하고 인간적인 바람과 염원을 소재로 담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민화가 여러 차례의 전쟁을 겪은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해학과 희망, 타인을 위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득 담아 그려진 그림이라는 점이 좋습니다. 당시에는 수묵화나 문인화에 비해 천시받던 그림이었지만, 틀에 박히지 않은 독창성과 자유로움, 그리고 민화에 담긴 좋은 의미들이 깊은 공감과 친숙함을 불러일으켜, 최근 다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현재 대표로 계신 한국 민화 연구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 민화 연구소(Korean Folk Art Inc.)는 뉴욕에서 아름다운 우리 민화를 분채와 한지 등의 전통 재료로 재현해 그리는 곳입니다. 민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만큼 전통 민화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며 모사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프라인 수업은 퀸즈 베이사이드 지역에서 금요일과 토요일에 진행 중이고, 라이브 줌 강좌, 소규모 클래스 외에도, 학교와 도서관 등 공공 기관에서의 워크숍, 시니어 센터 등 지역 단체 워크숍, Nike, Digitas와 같은 기업의 단체를 위한 온라인 클래스 등을 통해 민화의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금요반은 학부모님들과 은퇴하신 분들이, 토요반은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줌 강좌는 타주나 해외에 계신 분들이 주로 참여하십니다. 모두 한국 문화를 사랑하며, 민화의 아름다운 색감과 그 안에 깃든 소박하고 선한 마음을 소중히 생각하기에, 바쁜 일상 중에도 짬을 내어 그리시며 힐링들을 하고 계십니다. 각자 취향에 맞는 민화를 모사해서 집을 장식하시거나 주변 지인분들께 선물을 하십니다. 일 년에 한 번씩은 완성된 작품들로 전시를 열고 지역 주민들과 나누고자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뉴욕 퀸즈 컬리지 아트 센터에서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 및 시민들께 민화의 아름다움을 선보였고, 올해는 뉴저지 벨스키 뮤지엄에서 “Minhwa: The Color of Korea” 전시로 클로스터 지역 주민들에게 민화를 알렸습니다. 회원들이 그동안 그린 분채로 표현한 밝고 힘찬 아름다운 그림 30여 점이 전시되었으며, 오프닝 날에는 클로스터 시장 내외분을 포함한 백여 명이 찾아주셨고, 더불어 큰 관심을 보이시며 즐거워하셨습니다. 늘 뉴욕에서 전시를 열다 뉴저지에서 여는 건 처음이라 더욱 뜻깊었습니다. 

 

특히 뉴욕, 뉴저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민화 워크숍을 진행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 또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플러싱 타운홀의 Teaching Artist로 소속되어 있어, 타운홀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교 혹은 잭슨하이츠, 플러싱, 베이사이드 지역의 시니어 센터와 연계하여 민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롱 아일랜드 브렌트우드 공립 도서관 워크숍의 경우, 수년 전 스토니브룩 찰스왕 센터에서 열린 “책거리” 그룹전과 함께 진행한 워크숍을 보시고, 작년부터 워크숍을 초청해 주셨고, 올해도 초대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작년에 Queens Council on the Arts에서 보조금을 받아 베이사이드 한인 봉사 센터 어덜트 데이케어 센터에서 “Dialogues on Immigration through Minhwa”라는 타이틀로 고국에의 그리움, 이민 생활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나누며 민화를 함께 색칠하는 워크숍 및 전시 시리즈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전시와 워크숍 등 다양한 일들을 진행해오고 계신데요. 가장 보람을 느끼셨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이렇게 제가 여러 전시와 워크숍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직간접적으로 예술을 자주 접하는 경험을 통해, 예술의 가치를 알고 즐기므로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이해의 폭 또한 넓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한국 민화 연구소를 통해 아름다운 한국 전통의 미를 알리고 나눈 것에 대해 기쁨을 느끼고, 가라지 아트 센터를 통해 그동안 작가로 활동하며 부적절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낀 점을 배제하고, 소망하던 것들을 소박하게나마 실천하며, 훌륭한 선배들과 동년배 작가들과 함께 예술 공동체를 만들어가면서 이것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워크숍을 하면서 혹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그림 워크숍은 재료를 펼치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참여 인원이 많을 때는 혼자서 한 분 한 분 시간을 들여 살펴 드리기에 체력적으로나 시간상으로나 아쉬울 때가 가끔 있어요. 하지만, 감사하게도 특별히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요즘 K-문화가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체감하시나요? 

민화 전시를 할 때, 직접 와서 보신 분들은 다들 한국에 이런 그림이 있었냐고 놀라시며 아름답다고 하십니다. 디테일과 색감에 감탄하시고, 손으로 일일이 그린 거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한지와 분채를 쓴 만큼 재료에 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질문들을 하세요. 최근에 민화를 배우고 싶다는 문의도 많이 받고 있고, 한국어를 배우다가 민화까지 관심을 갖게 되어 배우러 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제 책거리나 문자도 작품으로 과제를 하고자 문의해오는 미술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가라지 아트 센터에서 계속해서 좋은 전시를 열어, 이를 통해 작가와 지역 사회를 위한 아트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며, 한국 민화 연구소의 활동들을 통해 민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기회가 닿는 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서, 도서관이나 학교와 같은 공공 장소에서 시민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를 지속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맘앤아이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라지 아트 센터에서는 연중 수준 높은 전시와 다양한 전시 관련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약자에 한해 누구든지 무료로 관람과 참여가 가능하므로, 가라지 아트 센터의 웹사이트(garageartcenter.org)에서 상세 내용을 확인하신 후, 사이트 내 예약 링크나 기재된 문의 이메일을 통해 예약 및 등록으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민화 전시와 강좌 소식은 한국 민화 연구소 웹사이트(koreanfolkart.org)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인 작가들의 그룹인 드로잉 룸(thedrawingroomnewyork.org)의 그룹전도 매년 지속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또한 7월에는 릿지우드 도서관에서 한달간 십이지신을 모티브로 한 제 개인전 ‘The Twelve’ 가 열릴 예정이오니, 시간이 되신되면 작품으로도 뵙고 싶습니다. 

Bio 

Stephanie S. Lee(김소연)

작가, 전시 기획자, 그래픽 디자이너 

가라지 아트 센터 창립 디렉터

한국 민화 연구소 대표

(전)사단 법인 한국 민화 협회 뉴욕 지부장(2017~2023)

New York Society of Women Artist 

(Artist member & Chair of Scholarship Committ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