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서로 뮤지컬 본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한국인 최초,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연출가 김현준

김현준 Dimo Hyun Jun Kim

한국인 최초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연출가. 2015년 <컴포트 우먼Comfort Woman>을 연출한 것을 시작으로 <그린카드Green Card>, <인터뷰Interview> 등, 매년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 미국 본토 뮤지컬 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예 연출가다. 한국 뮤지컬을 미국 무대에 올리려는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에 온지 6년 째, 뉴욕 시립대 연극학과를 졸업한 그는 위안부, 미국 내 이민자 문제, 한국 전쟁 등, 한국적인 테마로 미국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이민자 문제를 다룬 <그린카드>는 한국 배우 김수로가 제작하는 등 미국뿐 아니라 한국 문화계에서도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현재 Dimo Kim Musical Theatre Factory 대표를 맡아 뮤지컬 본토인 미국에서 한인 감독으로 당당히 그 꿈을 펼치고 있다.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인 뮤지컬 연출가로 2015년부터 해마다 새로운 뮤지컬을 올리고 있다. 그 ‘성공’에 부러움을 터뜨리기 전, 남달랐을 ‘노력’에 박수부터 터져 나온다. 3년 연속, 매년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품을 기획하고 완성할 수 있는 그 ‘대단한’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공연을 올리느라 힘도 많이 들지만, 함께 하는 팀원들과 배우들 그리고 공연을 올리게 해주시는 프로듀서님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전진할 수 밖에 없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같이 “으쌰으쌰!”하며 나아가면 불가능해 보였던 일도 이루어지더군요. 뉴욕, 한국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다함께, 같이 나아가고 있어요.

미국 무대 진출 처녀작은 ‘컴포트 우먼’, 즉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국인 감독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첫 작품이라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텐데, 그는 제일 먼저 한국의 아픈 역사, ‘위안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한국전쟁, 미국 내 이민자 문제, 위안부, IMF 외환위기 등 다양한 ‘우리’ 이야기를 프로젝트로 이 곳에 풀어내기 시작했어요.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받은 주제가 ‘위안부’였습니다. 2012년 당시 일본 정치인들이 ‘위안부’ 관련 망언을 쏟아내고 있었고, 미국 내에서도 뉴욕 타임스, CNN에 소개되고 있던 시점이라 더 주목을 받을 수 있었죠. 완성된 대본을 가지고 여러 프로듀서, 극장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을 ‘위안부’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극장주, 프로듀서들에
게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와 성 범죄를 자세히 설명하고 그에 대한 역사적 근거들도 알려 주었습니다. 모두 처음 듣는 소재였기에 더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컴포트 우먼 오디션 보는 장면

‘위안부’에 이은 그의 두 번째 뮤지컬 ‘그린카드’는 학생 비자가 만료된 한인 유학생이 영주권 취득을 위해 시민권자와 위장 결혼을 하는 코미디 물. 한국, 한인 이민자 등, 그의 작품 행보는 우리에게 다분히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린카드’의 기획 배경이 궁금했다.뉴욕에 온 많은 유학생 친구들이 힘들어해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에 왔지만 현실은 주야장천 ‘알바’만 해야 하는 실정이에요. 저도 미국에 와서 3년 정도, 한식당에서 접시를 닦고 나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몸이 힘든 것보다 꿈을 위해 꿈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을 하며 시간만 흘려 보내야 하는 고통이 컸습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친구들도 가끔 있어요. 청운의 꿈을 안고 유학생으로 와서 신분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아 결국 꿈에 한 발짝도 못 나아가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외국인 신분을 벗고 영주권(그린카드)을 받으려 애쓰는 많은 한국인 친구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극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인 감독으로 미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그에게 한국 문화계가 배제될 수 없다. ‘그린카드’는 배우 김수로가 제작자로 나서고 함연지, 임성민 같은 한국 배우가 출연을 했다. 그들과 맺는 인연과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았다.‘컴포트 우먼’ 이후에 한국에서 많은 프로듀서들과 만남을 갖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로 형님과 만나게 되어 ‘그린카드’를 같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프브로드웨이 두 번째 공연을 진행하게 되면서 임성민씨와 연지에게 전화를 했죠.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올리는데 딱 맞는 역할이 있다고 제안했고 모두 흔쾌히 승락을 해주어 공연을 하게 되었어요. 임성민씨 같은 경우는 오프브로드웨이로 직행해 공연하는 거라 많이 힘드
실 줄 알았는데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했죠. 연지도 힘든 스케줄을 전부 소화해주고 멋지게 역할을 소화해 줘서 고마웠어요.

짧은 시간에 많은 공연을 올리느라 힘이 들지만, 함께 하는 팀원들과 배우들, 그리고 공연을 올리게 해주는 프로듀서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전진할 수 밖에 없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뉴욕, 한국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다함께, 같이 나아가고 있다.

본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마침 그의 세 번째 작품 ‘인터뷰Inter￾view’가 개막되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작품이었을지, 작품 기획에 독특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인지라 작품 이야기부터 궁금해진다.

한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스릴러물에 다중인격이 들어간 독특한 쇼에요. 워낙 한국에서 히트를 친 공연이라, 많은 부담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에 있는 정한이 형(요세프 케이)에게 전화를 해서 같이 공동 연출을 하자고 제안했죠. 혼자 연출하기보다는 보다 많은 시각으로 작품을 만들자 했고, 흔쾌히 도와주겠다 해서 같이 재미있게 연출을 했어요. 보통 공동 연출 작업 중 많이들 다툰다 해서 은근히 걱정 했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갈등이 없었고 늘 웃으며 작업했어요. 얼마나 감사한지요!(웃음)

청운의 꿈을 안고 유학생으로 와서 신분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아 결국 꿈에 한 발짝도 못 나아가 보는 한국인 친구들이 같은 처지였던 김현준 감독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왔 다. 그의 작품, '그린카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누가 뭐래도 ‘김현준’은 뮤지컬 본토인 미국 무대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인 감독이다. 혹시 그에게 ‘최초’라는 ‘타이틀’이 주는 느낌은 어떨까? 뿌듯함과 부담이 공존하지는 않을까?

그냥 제가 늘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한 건데 계속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어 많이 부담스럽죠. ‘최초’를 목표로 한 게 아니라, 꿈을 이루려 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인데 많은 분들의 관심이 무겁게 다가올 때는 있어요. 특히, 주변에서 들리는 안 좋은 소리들이 상처로 돌아올 때도 많죠. 괜히 ‘최초’라는 말 때문에 속 사정은 모르고 음해하려 하는 분들이 없이 않아 계시거든요.  실제로는 밤낮 안 가리고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데 엄청 많은 제작비로 공연을 쉽게 올린다는 말이 들리기도 하거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래도허탈하고 그렇죠. 그래도 그건 사실이 아니기에 제가 흘리는 땀이 아깝거나 억울하지는 않습니다.(웃음)

작년 4월, 위안부 역사에 대한 문 제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취지로 하버드대 사회학과 학생들이 마련 한 강연에 초빙을 받았다.

 

그는 6년전, ‘미국 무대에 한국 뮤지컬을 올리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2015년부터 해마다 작품 하나씩을 무대에 올렸고, 2017년에는 세 번째 작품을 완성해 선보였다. 그의 당초의 목표는 변함없다. ‘한국’ 뮤지컬을 미국 무대에 올린다는 목표 말이다. 그런 그와 그의 작품을 대하는 우리 한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컴포트 우먼’, ‘그린카드’, 그리고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한인 관객들을 많이 얻으려 노력했어요.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한국 뮤지컬이 없던 터라 한인 관객 분들이 공연을 보러 오던 루트가 전혀 만들어 있지 않았어요. 그런 부분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과정이라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한인 분들을 어떻게 모실 수 있는지 고민 중이에요. 현재, 숫자로 가늠해 본다면 미국 현지 관객이 90%를 차지하고 한인 분들은 2%정도 공연을 보러 와 주고 계세요. 한인 분들이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려면 무엇보다, 좋은 공연이 만들어질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동안 미국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들은 많았지
만 여러 면에서 공연 수준을 생각하기 보다는 국가 지원을 받는 문제나 한인 티켓을 무조건 ‘더’ 받을 수 있는 것에만 포커스가 맞춰졌던 것 같아요. 한인들도 공연을 대하는 ‘시각’과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모든 면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자주 무대에 올리면 한인 분들도 좋은 공연을 ‘선택하며’ 볼 수 있는 시스템에서 혜택을 누리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현준 감독의 '컴포트 우먼'은 오프브로드웨이 입성과 동시에 '플레이 빌(Play Bill)'에 이름을 올린 첫 번째 한국 창작 뮤지컬이 되었다. 이에 더불어, 김현준 감독은 전미연출가 및 안무가협회(SDC)의 첫 한국인 회원이자 26세의 최연소 회원으로 등록되는 영예를 안았다.

최초의 한국인 뮤지컬 감독이 지난 3년간 각고의 노력을 해마다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온 공연에 단 한 번도 ‘관객’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또 한 사람의 ‘한인 관객’으로 그의 말에 크게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부끄러움에 더 크게 고개가 떨구어지는 순간이었다. 당장 그의 ‘인터뷰’를 보러 달려가기로 했다(본지 5월호에 그 후기를 실을 계획이다). 이젠 ‘관객’으로 새롭게 만날 한인 뮤지컬 감독 김현준의 비전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어쩐지 그의 계획은 ‘우리’의 계획이요, 그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그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크게 ‘파이팅!’을 외쳐 본다.

현재 차기작들을 인큐베이팅 중입니다. 6.25 전쟁을 시간 여행을 풀어낸 ‘시나브로’, 1994년, 플러싱에서 한국인 갱과 중국인 갱이 세력 다툼을 하는 과정을 그린 ‘플러싱’ 그리고 당장 이번 가을에 링컨 센터에서 한국 뮤지컬 ‘골든넘버’를 영어로 번역해 브로드웨이 배우들과 함께 부르는 한국 뮤지컬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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